'김시래·문태종 효과' + 진화하는 김종규'높이+스피드' 새내기 김종규, 속공·수비 등 높은 팀 공헌도김주성과 비교되는 '토종 빅맨''우승 청부사' 김진 감독, 센터·포워드·가드 '완전체 변신'"올 시즌 승부수 던졌다"

LG 새내기 김종규(왼쪽)가 지난 3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SK전에서 경기 도중 사이드 라인에서 김진 감독으로부터 작전 지시를 받고 있다. KBL 제공
"올해는 해 볼만 하다."

김 진 LG 감독은 지난 9월 중국 광시성 난징에서 열린 ABA챔피언십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팀 창단 이후 첫 우승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차근차근 증명해가고 있다.

변방으로 밀려났던 LG가 '+ 효과'에 '김종규 효과'를 더하면서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 포워드, 가드 라인이 두루 안정감을 찾은 것은 물론 백업 멤버들까지 활력 넘치는 플레이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LG는 지난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전에서 희망을 봤다.

새내기 김종규의 세 번째 출전 경기. 30분34초 동안 팀 플레이에 녹아들었다. 2득점, 6리바운드와 어시스트 3개로 수치상 기록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수비에서 높은 팀 공헌도를 보이면서 80-68의 대승을 따내는데 밑거름이 됐다. 기승호(14점), (13점), 김영환(12점), 크리스 메시, 박래훈(이상 10점) 등 5명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면서 LG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김시래
김종규는 지난 1일 KGC와의 데뷔전에서 20분25초를 뛰면서 9득점 6리바운드, 3일 SK전에서 34분33초 동안 20득점 9리바운드와 어시스트 3개를 기록하며 혼자 롤러코스트를 탔다.

그러나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LG가 1순위로 지명하자 "KBL을 뒤집어 놓겠다"던 호기를 이날은 살짝 뒤로 밀어둔 채 "팀 승리가 우선이다. 많이 부족하다. 더 열심히 노력해 팀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힘이 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듯이 '함께 하는 농구'에 눈을 떴다.

동기생 김민구, 두경민과 함께 경희대 전성시대를 이끌며 대학 농구를 호령하던 때와 프로 무대는 확실하게 다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종규는 206.3cm의 큰 키에다 빠른 스피드를 갖추고 있다. 언제든 속공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토종 빅맨'이다. 동부의 대들보 김주성과 비교되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 새내기다. 프로의 장기 레이스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등 배울 것이 많고, 적응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철저한 식단 관리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 10월 전국체전에 출전하느라 쌓인 피로를 풀고 체력을 재충전하고 있다. 또 김 진 감독의 배려로 경기 출전을 최대한 뒤로 늦췄다.

문태종
김종규는 아직 최정상급 '토종 빅맨' 김주성이나 함지훈과 맞대결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맞대결에서 절대 밀려다니지 않겠다"는 패기를 보이고 있다.

LG는 김종규의 가세로 높이를 보강하면서도, 가드 가 이끌어가는 '빠른 농구'도 유지하고 있다. 특히 , 기승호, 김영환 등 포워드 라인이 다양한 득점 루트의 중심을 만들고 있다. 양우섭, 유병훈, 박래훈의 활용 폭도 넓어졌다.

정통 센터는 아니지만 데이본 제퍼슨과 크리스 메시가 지키는 골밑도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둘 다 우람한 체격으로 든든하게 몸싸움을 즐기고 있다. 비슷한 기량을 지녀 출전 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LG는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딱 한번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우승은 없다. 2000~2001시즌 30승15패로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SK를 3승2패로 꺾고 챔프전에 나갔지만 삼성에게 1승4패로 무너졌다.

그 후 12시즌 동안 우승과 멀어졌고, 최근 2시즌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밀려났다. 2012~13시즌은 20승34패로 8위, 2011~12시즌은 21승33패로 7위였다. 모두 김 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김 진 감독은 오리온스의 사령탑으로 2001~02시즌 정규 시즌 1위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SK를 4승3패로 꺾고 정상에 오르는 등 2006~07시즌까지 6년 연속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지도자다.

LG는 김 진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셈이다. 김 진 감독도 이런 팀 사정이나 개인적인 명예 회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즌 도중 로드 벤슨을 모비스로 보내면서 를 데려오기 위해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참아낸 것도 올 시즌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포석이었다.

LG는 에 이어 '경험 많은 승부사' 을 영입했고, '미래를 보장하는 빅맨' 김종규까지 새 식구로 맞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있다. 7일 현재 7승4패로 KT와 공동 4위에 머물러 있지만 LG의 정상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창호기자 cha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