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을 휘저을 선수" 존재감 쑥쑥미국 D-리그 좌절 후 국내 U턴2~5분대 고작이던 출전시간 11월 들어 20분대로 '펄~펄'선배들 부상 공백… 공수 맹활약 "농구에 미치니 기회가 왔어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꿈이 있기에 열정적이다.

모비스의 새내기 가드 이대성(23)은 진화하고 있다. 유재학 감독의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쑥쑥 성장하고 있다. 2~5분대에 머물던 출전 시간이 11월 들어 어느새 10분대를 넘어서더니 이젠 20분대로 들어섰다.

이대성은 지난 6일 KT전에서 27분7초 동안 분명하게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KT의 최고 슈터 조성민의 전담 선수로 나가 최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에선 3점슛 2개를 포함해 8점을 넣었고, 5개의 어시스트와 2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조성민의 발을 꽁꽁 묶어 5개의 3점슛 시도가 모두 실패로 끝나게 만들었다.

유재학 감독은 이대성을 "외곽을 휘저을 선수"라고 평가한다. 빠른 발과 열정으로 공수 옵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8일 전자랜드전 때도 이대성은 26분39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6득점, 어시스트와 리바운드 각 3개를 기록했다.

박구영, 이지원이 부상으로 잠시 빠지면서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양동근 뿐 아니라 다른 선배들의 출전 시간을 관리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믿을 만한 식스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 10월 '황당 패스'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다

이대성은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달 12일 울산 삼성전 때 경기 종료 3분4초를 남기고 3년 만에 국내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종료 1분전 3점 슛으로 림을 가른 데 이어 골밑 슛을 넣고, 연이어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낸 뒤 쏜살같이 속공을 펼치면서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비하인드 패스로 공을 배달하기까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작심하고 호된 비평을 했다. "과감한 슛, 멋진 패스를 팬들은 환호하지만 감독은 싫어하는 플레이"라고 지적하면서 "고쳐야 할 부분은 꼭 바꾸겠다"고 언급했다. 돌고 돌아 국내 코트에 선 이대성에게 건넨 애정 어린 충고였다.

유 감독은 다음 경기였던 13일 KT전을 맞아 이대성을 아예 출전시키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생각하라는 뜻이었다. 15일 KCC전 때는 3쿼터까지 80-41로 크게 앞서자 다시 6분31초 동안 출전 기회를 줬다.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각 1개. 득점은 없었다. 19일 오리온스전 때도 5분19초 동안 코트에 내보냈지만 공격과 수비 기록은 모두 제로였다.

다시 23일 KGC전은 벤치. 25일 전자랜드전은 2분45초 동안 무득점, 이날 경기 막바지엔 골밑으로 파고들다가 사이드라인 쪽에 있는 박종천에게 공을 빼준다는 것이 '황당 패스'가 되고 말았다. 3점 라인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선수를 보지 못한 채 무작정 공을 내준 것이 그만 벤치 앞에 서있던 유재학 감독을 향해 날아갔다. 얼떨결에 공을 받으려면 유재학 감독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리고 27일 SK전은 또 벤치 신세. '유재학식 길들이기'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간 셈이다.

이대성은 많은 생각을 했다. 팀에 녹아 드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팀 승리에 위해 힘을 보탤 수 있을지, 동료들과 함께 팀 플레이의 패턴은 물론 매치업 상대를 머리 속에 그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다.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유재학 감독도 따끔한 질책과 함께 격려를 잊지 않았다. 훈련 시간 때부터 "자신 있게 슛을 던지라"고 독려 하면서 숨은 재능을 끌어 올렸다. "지켜봐라, 재능은 타고 났다. 지금보다는 2~3년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던 평가가 흰소리가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

▶ 고교 농구 MVP 출신, 도전은 계속된다

이대성은 삼일상고 시절이던 2008년 전국 남녀 중고 농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가 됐다. 뛰어난 기량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그 해 한국농구연맹(KBL)이 주최한 NBA 캠프에 참여했다.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꿨다.

중앙대에 입학해 3학년 1학기까지 뛰다 2011년 돌연 휴학계를 내고 미국으로 건너가 NBA 하부 리그인 D-리그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 브리검영 대학에 들어가 '본토 농구'를 익혔다. 열정을 다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돌아와 다시 KBL 드래프트에 도전해 올해 모비스로부터 2라운드 1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브리검영 대학은 유재학 감독이 연세대 코치 시절, 6개월 단기 연수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켄 와그너 감독과는 꾸준히 연락하며 지냈고, 이대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발전 가능성이 높고, 전술 이해력이나 기량 습득 능력이 좋고, 열정과 의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뛰는 시간이 많아야 보는 눈도 넓어진다'는 지론으로 신인이나 무명 선수를 조련하는 스타일이다. 가능성과 열정이 보이면 기회를 준다.

이대성도 '10월의 시험'을 거친 뒤 하루가 다르게 플레이의 변화를 보이면서 11월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1일 동부전과 3일 KGC전 때 똑같이 14분여를 뛰면서 5점씩 기록했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리바운드도 열심히 잡아냈다. 키는 190cm로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투지는 2m 이상이다.

▶ '자살골 해프닝' 그것은 열정이다

이대성은 지난 1일 동부전에서 '자살골 해프닝'을 연출했다. 1쿼터 수비 리바운드를 다투는 과정에서 이대성이 쳐낸 공이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대성의 자살골'은 결국 KBL 규정에 따라 가장 가까이 있던 허버트 힐의 득점으로 기록됐다. 골밑에서 절대 밀리지 않고 공을 잡아내겠다는 열정이 나은 결과였다.

이대성은 스스로 "농구에 미쳤다"고 말한다. 12일 현재 9게임에서 평균 12분3초를 출전해 경기당 평균 3.6득점, 1.3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중간 성적표는 아직 보잘것없다. 그러나 "더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코트에 서는 것을 반긴다.

쉼 없는 도전을 통해 농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욱 강해졌고, 팀과 함께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도 더욱 진해졌기 때문이다.



이창호기자 cha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