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박세리' LPGA 톱 골퍼 팟룸 방한

골퍼 팟룸
"핑크색 컬러공이 행운의 공인가 봐요."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의 N서울타워에서 만난 여자프로골퍼 뽀나농 팟룸(24ㆍ태국)은 한국 기업이 만든 골프공을 들고 밝게 웃었다. 팟룸은 7일 두바이에서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오메가 두바이 마스터스에서 세계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1타 차로 누르고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해 시즌 중 한국 기업 볼빅과 3년 계약에 사인해 그때부터 볼빅의 컬러공을 쓴다.

놀랍게도 팟룸은 한국 공을 사용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지난해 12월 LET 인도 오픈에서 덜컥 우승하더니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준우승 한 차례와 3위 두 차례 등 톱10에 7차례 들며 60만달러를 챙겼다. 상금랭킹은 23위. 성적은 물론 깜찍한 외모와 옷맵시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태국의 박세리'로 통하는 팟룸은 언니와 사촌여동생, 오빠의 여자친구와 같이 여자 넷이서 16일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그는 일행들과 달리 N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본 서울의 겨울 경치에 신기해하는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익숙해 보였다. 듣고 보니 팟룸의 한국 여행은 벌써 5번째. "태국에서 한국 문화의 인기가 대단하잖아요. 2008년인가 2009년부터 시즌이 끝나면 거의 매년 한국을 찾고 있어요. 생애 처음으로 눈을 맞은 것도 지난해 서울에서였어요."

볼빅과 계약하기 훨씬 전부터 '친한파'였던 팟룸이 올해는 '톱 골퍼'가 돼 스폰서 초청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셈이다. 전날 서울 명동 구석구석을 돌며 한국 화장품을 '싹쓸이'한 데 이어 18일에는 춘천의 남이섬까지 다녀왔다. 팟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은 소녀시대, 애청곡은 원더걸스의 '노바디'라고 한다.

연습할 때는 한국 노래를 듣고 이동할 때는 한국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 '대장금'으로 한국 드라마에 입문했고 올겨울에는 '상속자들'을 볼 계획이다.

팟룸은 9세 때 골프를 시작해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아버지와 언니가 골프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골프와 친해졌다. 오빠도 현재 팟룸의 캐디로 활동하는 등 태국에서는 드문 '골프 가족'이다. 팟룸과 그의 오빠는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과도 친하다. 팟룸은 이일희와 유니버설스튜디오에 놀러 가기도 했고 오빠는 가장 예쁜 한국 선수로 박희영을 꼽는다. 팟룸은 한국 선수들의 특성으로 사교성을 꼽았다. "루이스 같은 미국 선수들도 물론 훌륭한 선수들이지만 그들은 자기 할 것만 하면 된다는 의식이 강해요.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달라요. 연습도 많이 하면서 같이 어울리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거든요."

키가 160㎝로 크지 않은 탓인지 드라이버 샷 거리가 평균 243야드인 팟룸은 대신 드라이버 정확도(80%ㆍ10위)가 높고 그린 적중시 퍼트 수가 1.77개(9위)밖에 안 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골프가 그를 세계 수준에 올려놓은 셈이다. 그는 "억지로 크게 돌리기보다 스윙을 작고 간결하게 만들려고 신경 쓴다"고 했다. "자주 오던 한국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이렇게 다시 찾으니 기분이 달라요. 이제 내년 시즌에는 LPGA 투어에서도 우승해야죠. 곧 있을 우승 소식, 기대해주세요!"



글ㆍ사진=양준호기자 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