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인터넷 마약거래 사기주의보

'해외직구'타고 확산, 90%가 '먹튀'
신종마약·합성대마 등 수입 급증
예뻐지려고 마약인줄 알고도 구매
해외쇼핑몰 환각제 구매 '집행유예'
흔적 안 남기는 거래 지능화, 조직화
  • 최근 신종마약 러시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왼쪽 사진) 체중계 속에 숨겨온 메스 암페타민(필로폰) 62.5g(2,000명 투약분)을 적발한 모습. 사진제공=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
지난해 말, 홍대 앞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 국적의 아이라(32ㆍ가명). 그는 여드름으로 뒤덮인 푸석한 피부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서른 둘이라고 밝혔지만 나이보다 겉늙어 보이는 외모였다. 초점 없는 흐릿한 눈에 웃어도 어딘지 모르게 맥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약(drug)을 시작하면 엄청나게 예뻐진다. 하지만 약은 처음엔 주고 다음엔 이자까지 쳐서 모든 것을 빼앗는다. 일단 약에 중독되면 약을 구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가족, 애인, 장래, 직업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직 약과 그걸 구하는 일만 생각한다. 인생이 단순해지는 것이다."

아이라는 열아홉살부터 약을 시작했다. 약에서 벗어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끔 생각이 날 땐 마리화나(대마)를 찾는다고 했다.

약을 어떻게 구하냐는 질문에 그는 "내 주변엔 약쟁이들이 많다. 그들에게서 구한다. 대마 정도는 한국에서도 쉽게 구한다"고 했다.

과거엔 조직폭력배, 유흥업소 종사자, 국내거주 외국인 등에 한정됐던 마약거래가 최근엔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마약 전과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 관계자는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마약 전과가 없는 사람들도 (해외직구를 통해)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직은 해외유학 경험자 비율이 가장 높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이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비해선 남용하는 직업대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 역시 "2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가장 많다"며 "예전엔 나이대가 높았는데 근래는 점점 하향화되가는 추세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 확산의 영향이 크다"며 "접선 거래라면 젊은이들이나 관심이 없는 이는 접촉하기 어려운데 온라인이다 보니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마약거래 90%는 사기

실제로 인터넷에서 각종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로 검색을 해보면, 어렵지 않게 마약을 판매한다는 글을 접할 수 있다. 비교적 관리가 허술한 사이트나 해외 거주 한인 관련 사이트 등에서 이메일이나 카톡 아이디 등을 올려놓고 호객 행위를 하거나 버젓이 사이트를 열어놓고 쇼핑몰처럼 운영하는 곳도 발견됐다. 이들 사이트에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수면제, 마취제, 비아그라 등은 물론 심지어 프로포폴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사이트의 후미진 곳에 '특별한 것을 찾는 분은 클릭하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클릭하자, 곧바로 마약류 판매 페이지로 넘어갔다. 해당 페이지엔 필로폰 같은 고전마약부터 최초의 합성환각제인 LSD, 재배물질인 대마초까지 다양한 마약이 구비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카톡 아이디와 실시간 상담창까지 열어놓고 방문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중 한 사이트에서 눈에 띈 이메일에 연락을 시도했다. 몇 시간 후 '카톡'으로 연락하자는 짧은 답신이 도착했다. 이메일은 아이피(IP) 추적을 당할 염려가 있으나 카톡은 수시로 지워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신원미상의 판매자는 한 곳만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자신은 꾸준히 거래하는 고객이 많고 돈 욕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의 서울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 마약 판매의 90% 이상이 사기"라며 "백반가루를 보내준다거나 양을 속이는 경우도 있고, 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10% 미만에선 실제로 마약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예전엔 마약을 숨겨놓은 장소를 알려주거나 접선을 통해 마약을 건네는 경우가 많았으나 근래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개설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총책이 대포계좌로 송금을 받은 후 해당지역에서 직접 구한 마약을 국제우편이나 국제특송으로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러한 조직적이고 치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최근엔 단발성 거래에 머물지 않고 회원을 모집해 장기거래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약인 줄 알면서도 성적 만족이나 다이어트 등의 미용 목적을 위해 마약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앞서의 서울청 관계자는 최근의 마약사범 검거를 예로 들며 "이번엔 주부들도 검거가 됐는데 '다이어트'에 좋다는 낭설을 믿고 필로폰인 줄 알고도 구입했다"고 귀띔해 충격을 안겼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마약은 일시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몸의 수분을 과도하게 빼준다. (마약인줄) 몰랐다는 것은 변명으로 보인다. 최근엔 초범이라도 처벌이 중해지는 추세다"라고 경고했다.

해외직구로 손쉽게 마약 구해

한편 '해외직구'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값싼 신종마약도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직구를 통해 환각제를 구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예도 있다.

앞서의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 관계자는 "대부분 해외의 지인이 구매해 보내주는 것이고 그 다음이 직접 밀반입하는 것"이라며 "최근 1~2년 사이엔 인터넷에서 파는 신종마약과 합성대마 직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적발되는 마약 종류에 대해선 "화학적으로 합성한 필로폰이 주종이고, 그 다음이 대마, 나머지는 신종마약이라고 통틀어 분류하는 합성마약으로, 대마와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해외직구 형태로 국내에 반입하다 적발된 마약은 2012년 14억 원에서 지난해엔 138억 원으로 급증했다. 신종마약의 경우 지난해 153건의 밀반입이 적발됐으나 올해엔 1분기(1~3월)에만 62건(전년 동기대비 282%)이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긴급지정된 신종마약 러시(Rush)가 34건으로 집계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러시는 코를 통해 흡입하는 액상 타입의 마약으로 10㎖ 한 병에 수십 회를 흡입할 수 있다. 한 병에 16~18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해외사이트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로 반입될 때는 가죽크리너 등으로 위장된다.

하지만 이들 마약을 완벽하게 걸러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 유입인구는 일일 평균 5만 명 정도다. 세관으로 국제우편은 일일 평균 10만 건, 특송화물은 3만 건 이상이 들어온다. 13만 건에 달하는 반입물을 마약조사과 소속 수사관 18명과 탐지견팀 직원 14명이 2교대 근무로 모두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해가 갈수록 진화하는 다양하고 교묘한 밀반입 수법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앞서 관계자는 "다른 알약과 섞어 위장하거나, 장난감, 통조림, 과자봉지, 일반서류 등에 넣는 등 다양한 은닉수법이 있다"며 "어깨패드, 바지 허리에 넣은 경우도 있었다. 마약의 양이 많으면 신발 밑창, 노트북 배터리 부분, 전자제품 내부의 빈 공간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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