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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28년 만에 金’ 주장 장현수가 말하는 AG 뒷이야기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2014년 10월 2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국내에서 열린 축구 경기 중 가장 짜릿한 경기가 펼쳐진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북한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임창우의 결승골에 한반도, 아니 정확하게 군사경계선 이남은 열광했고 이북은 탄식에 빠졌다.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그 누구보다 기뻐한 이가 있으니 바로 왼팔에 노란 주장 완장을 달고 뛴 장현수(23·광저우 부리)가 그 주인공이다.

금메달의 여운도, 무더웠던 여름의 태양도 조금은 가신 가을의 초입, 스포츠한국은 장현수를 직접 만나 아시안게임 뒷이야기를 물었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한국 축구사에 금메달을 안긴 대표팀의 ‘주장’이라는 크나큰 영광에 장현수는 뿌듯해하면서도 결코 이 영광이 자신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날 밤은 그야말로 광란의 밤이었어요. 장난 아니었죠. 상상 그 이상이었어요. 시상식 후 라커에 들어가서 뛰고 소리 지르느라 경기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 숙소로 돌아가서는 선수들과 어울려 얘기를 하다 행복하게 잠들었죠.”

그가 회상하는 금메달을 따낸 ‘그날 밤’에 대한 기억이다. 이번 남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7경기에서 13득점 무실점의 완벽한 모습으로 우승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장현수가 주축이 됐던 수비진의 무실점행진이었다. 어떻게 전 경기 무실점이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장현수는 “물론 약한 팀과 상대한 것도 컸다. 하지만 약한 팀도 한 번의 기회는 잡기 마련이다. 그걸 방어하기란 쉽지 않다. 그 한번을 막기 위해 수많은 미팅을 했고 매번 훈련을 통해 수비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해왔다”며 `짠물축구'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금메달을 땃기에 더 이상 얘기가 나오지 않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수식어는 물론 대회 중에서도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역대 ‘최약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죠.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한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는 여론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기사도 전혀 보지 않았죠. 저흰 저희 할 것만 잘하면 금메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장현수가 특히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은 8강 일본전과 4강 태국전부터였다.

“일본전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라이벌전이잖아요. 홈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우리가 처음부터 강하게 나간다면 일본 선수들은 긴장해서 자신들이 뭘 하고 있을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승리한 것은 정신력과 간절함이 더 강했기 때문이에요.”

일본전 페널티킥 골은 국민들의 눈길이 온통 TV화면에 고정된 일요일 저녁, 0-0 팽팽하던 후반 41분 찾아왔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의 스페인전 마지막 승부차기 이후 한국 역사상 가장 긴장되는 PK였다. 혹자는 ‘일반인이라면 긴장감에 다리가 풀렸을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을 세워놓고, PK를 찰 때까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골이 딱 들어갔을 때 그제야 환호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영화 같은 순간이었죠.”

다시 떠올려도 당장 눈앞에서 일어난 일처럼 그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그는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팀에 실망감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 워낙 PK연습을 많이 해서 항상 자신감은 있었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당당함이 묻어났다.

일본전 결승골(1-0)로 갑자기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그는 4강 태국전에서도 또 다시 PK골을 성공시키며 두 경기 연속 PK골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장현수는 이 PK골에 대한 재밌는 일화를 들려줬다.

“PK를 찰 때 태국 골키퍼가 저한테 오더니 ‘I know your corse(난 네가 찰 곳을 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디 너 맘대로 해봐라’하는 심정으로 찼더니 골은 들어갔지만 진짜 제가 찬 방향(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더라고요. 근데 그게 (김)진수 반칙 때문에 다시 차야하는 상황이 왔을 때도 골키퍼가 저한테 똑같은 얘기를 했고 골은 들어갔지만 제가 찬 방향(왼쪽)으로 몸을 날렸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그래도 자신은 있었어요.”

만약 두 번째 킥이 실패했을 가정을 하자 “그래도 진수를 원망하지 않았을 거에요”라며 어른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결승전은 공교롭게도 북한과의 경기여서 특히 관심을 받았다. 경기 전 열렸던 AFC U-17대회에서 한국은 북한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축구대표팀 역시 북한에 져 동메달에 그쳤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설욕이 필요했다.



같은 민족끼리 벌이는 경기였기에 훈훈한 뒷얘기를 기대했지만 경기에 전념한 탓에 전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양팀 선수들 모두 상당한 승부욕이 넘쳤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훈훈한 장면은 없었어요. 두 팀 다 이 경기에서 지게 되면 후유증이 크잖아요. 북한 선수들이 정말 거칠더라고요. 저희한테 ‘동무 축구하기 싫나?’라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하던데요. 체력적으로도 매우 강해서 고생했죠. 시상식에서 따뜻하게 대하고 싶었는데 정말 침울해보여서 말을 건네기가 힘들었어요."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 덕분에 장현수는 약 11개월 만에 A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새롭게 부임한 ‘울리 슈틸리케호 1기’에 발탁된 장현수는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회가 된다면 더 성장해 스페인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 절 간절히 원하는 스페인 팀이라면 어디든 좋다”고 말했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는 큰 상흔을 남겼다. 특히 안타까운 수비력이 도마에 올랐다. 이제 슈틸리케 감독의 첫 번째 과제는 수비력 보완이 됐고 그 일선에 장현수가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축제는 끝났다. 이제 다시 현실이다.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는데 누구보다 앞장선 주장인 그는 이제 A대표팀에서도 그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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