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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바람, 슈틸리케호에 순풍될까

  • 남태희(왼쪽)과 박주영.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중동발(發) 바람이 `슈틸리케호'를 향해 불기 시작했다.

지난 3일 2기 명단을 발표한 슈틸리케호가 두 번째 출항을 마쳤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0일 출국해 14일 요르단, 18일 이란으로 이어지는 중동 원정 2연전을 치른다. 내년 1월 2015 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이번 평가전을 위해 슈틸리케 감독은 안정에 우선 순위를 뒀다. 지난 1기 당시 좋은 활약을 보여준 15명의 선수를 다시 호출했다. 새로 부름을 받은 7명의 선수들도 이미 대표팀 경력이 적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아시안컵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새로운 선수의 테스트보다는 기존 대표 선수들을 재검증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 2기 22명 중 6명이 '중동파'

2기 선수들의 리그 구성이 흥미롭다. 손흥민(22·레버쿠젠), 기성용(25·스완지 시티) 등이 중심이 된 유럽파가 7명으로 가장 많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파가 6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국내파(K리그)는 4명, 일본파(J-리그)는 3명, 중국(CSL)파는 2명이 각각 선발됐다.

역시나 눈에 띄는 것은 중동파다. 조영철(25), 한국영(24·이상 카타르SC), 남태희(23·레퀴야), 곽태휘(33·알 힐랄) 등 4명이 1기에 이어 2기에도 부름을 받았다. 여기에 박주영(29·알 샤밥)과 이근호(29·엘 자이시)가 새로 발탁됐다. 이동국(35·전북현대), 김신욱(26·울산현대)의 부상 공백을 메울 공격수 자원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두 명의 중동파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논란이 일었다. 그 중심에는 지난 10월 새 소속팀을 찾은 뒤 한 달 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박주영이 있었다. 다만 논란의 핵심은 그의 선발을 뒷받침할 명분이었다. 그가 뛰고 있는 무대가 사우디아라비아, 즉 중동이라는 점은 애초에 논란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5명의 중동파 선수들을 향한 시선 역시 삐딱하지 않았다.

▲ 중동파를 향한 달라진 시선

한때 중동은 은퇴가 임박한 선수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카타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축구리그들은 거액의 연봉을 앞세워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돈 때문에 중동으로 간다'는 삐딱한 시선이 늘 따라다녔던 이유다.

그러나 거금을 통한 투자는 곧 중동 축구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은퇴와는 거리가 먼 젊은 선수들도 중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1기와 2기에 모두 선발된 남태희와 한국영, 조영철은 아직 20대 중반도 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다.

중동행이 선수들의 실력을 후퇴시킨다는 인식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졌다. 오히려 남태희는 지난 10월 A매치에서 맹활약하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거듭났다. 대표팀에서 거리가 멀었던 조영철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1기와 2기 모두 부름을 받았다. 한국영과 곽태휘 역시 중원과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앞서 이명주(24·알 아인), 이근호 등 K리그에서 맹활약하던 선수들의 연이은 중동행, 그리고 10월 중동파들의 A매치 활약이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중동에서 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선수들을 바라보던 대중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 목표는 '아시안'컵

현 시점에서 슈틸리케호의 목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아닌 내년 아시안컵이다. 더구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960년 이후 54년 만에 우승컵을 안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서 한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들이 있다. 일본이나 호주 외에도 특히 중동 국가들을 넘어야 한다. 한국은 2007년 이라크, 2004년 이란,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당장 조별리그에서도 한국은 개최국 호주와 함께 오만, 쿠웨이트를 상대해야 한다.

슈틸리케호에 때아닌 중동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 나아가 그들의 활용가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중동 축구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도 아시안컵을 위한 좋은 대비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전방 공격수들의 연이은 부상 공백을 박주영과 이근호로 메우려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다. 결국 내년 아시안컵 대표팀은 1기와 2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중동바람이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제 이 바람이 순풍이 될지, 아니면 역풍이 될지가 슈틸리케호에게는 아주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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