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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베이스볼] '통합 4연패' 삼성, 새 왕조 건설에 담긴 의미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삼성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사상 첫 통합 4연패에 성공하면서 과거 해태를 뛰어넘어 역대 최강의 왕조를 구축했다.

삼성은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1로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삼성은 2011년부터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시리즈 4연패는 지난 1986~1989년 해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하지만 당시 해태가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것이 1988년, 단 한 번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삼성의 이번 '통합' 4연패는 역대 최강의 왕조가 교체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승의 원동력, 무명선수 육성에 있었다

20세기의 삼성은 말 그대로 비운의 팀이었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강한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1985년 전후기 리그를 모두 우승하는 성과도 남겼으나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수없이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삼성은 2002년 LG를 꺾고 7전8기 도전 끝에 비로소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다. 이후 2005년과 2006년에는 2년 연속 정상에 우뚝 서며 21세기 최고의 자리를 놓고 현대와 경합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시 삼성에게는 '돈성'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모기업의 자금력을 앞세워 FA 최대어 선수들을 쓸어 담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물론 2004년 FA 시장에서 심정수와 박진만을 잡기 위해 총 99억원을 쏟아낸 이후 삼성은 외부선수 영입이 거의 없었던 팀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이듬해부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당장 불명예스러운 그림자로부터 해방되기란 애초에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무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삼성은 철저하게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시스템을 장착했다. 2006년 이후 왕좌의 자리를 재탈환하기까지 4년의 기다림이 더 필요했지만 결국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달콤한 결실로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통합 3연패까지 삼성은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김상수, 안지만 등 걸출한 선수들을 끊임없이 발굴해냈고, 올해 역시 박해민과 이흥련 등이 귀중한 역할을 해내며 '팜 시스템'의 성공 사례가 다시 한 번 작성됐다. 최근 몇 년 간 거품이 잔뜩 낀 FA시장에서 외부 영입에 더 이상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 내부 FA 단속에만 집중하면 기존의 전력은 어느 정도 유지됐고, 구단에서 직접 키워낸 유망주들이 하나 둘씩 삼성의 미래로 성장해나갔다.

삼성은 올시즌에도 `BB 아크(Baseball Building Ark)'를 설립하는 등 3군 시스템을 한 차원 강화하기 위해 시설과 인력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새로운 30년의 미래를 내다본 선택으로서 어쩌면 지금부터가 삼성 왕조의 본격적인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없는 독주체제? 피땀 흘린 선수단에 대한 실례

혹자는 한 팀의 일방적인 독주가 나올 경우 타 팀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려 리그의 전체적인 흥행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독주를 흔히 그 예로 들 때가 많다. 이는 삼성 야구단이 지난해 역대 최초의 통합 3연패를 달성했던 시점부터 심심찮게 흘러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는 우승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려온 선수단에게 큰 실례가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삼성은 통합 4연패 과정에서 손쉬운 우승을 차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011년 삼성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류중일 감독은 단지 '초짜'에 불과했고, 그해 4승1패로 5차전 만에 한국시리즈를 매듭짓기는 했으나 당시 맞대결 상대 SK는 2007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삼성은 단지 도전자의 입장에 서있던 시기였다.

2012시즌 SK와 또 다시 최후의 승자를 가릴 때에도 삼성은 1, 2차전 승리를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비로 일정이 하루 연기된 3차전에서는 6-1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채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SK가 여세를 몰아 4차전마저 승리를 가져가며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삼성이 점점 불리한 쪽으로 몰렸다. 그러나 5차전에서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끝에 2-1로 승리하며 다시 흐름을 가져왔고 6차전까지 내리 가져가면서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2013시즌 역시 삼성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온 두산에게 한 때 한국시리즈 1승3패의 열세에 놓이며 벼랑 끝까지 몰리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뒷심을 발휘해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고, 결국 역대 최초로 1승3패의 전적을 뒤집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정규시즌 MVP 후보만 4명을 배출해낸 넥센과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은 타선의 극심한 침묵 속에 줄곧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 하지만 3, 5차전에서 9회 승부를 뒤집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작성해내며 창단 첫 우승을 노린 넥센의 돌풍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뿐 아니라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험난한 순간은 매해 찾아왔다. '여름 삼성'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 시즌 초반 불안한 출발을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올시즌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의 덕을 보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믿음의 야구'를 추구하는 류중일 감독도 결과가 좋지 못한 날이면 '관중일'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였다.

올해에는 오승환, 배영섭 등 핵심 선수들의 전력 이탈 속에서도 그동안의 악재를 대부분 씻어내고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형성하는 듯 했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극심한 하락세를 보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페넌트레이스 1위 자리를 위협받았다. 최근 4년 간 2위(넥센)와 가장 아슬아슬한 차이(반 경기)로 매직넘버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의 언급처럼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더 큰 부담감과 고독함이 삼성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삼성은 결국 이와 같은 수많은 위기를 기어이 극복해냈다. 도전자로 출발해 정상의 자리를 세 번이나 추가로 수성했고, 뻔한 우승이 아닌 매해 기적과도 같은 드라마를 작성해왔다. 삼성의 통합 4연패 속에는 선수단과 프런트의 피와 땀, 눈물이 모두 섞인 진한 감동이 묻어나 있었다.

사진=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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