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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베이스볼]신고선수에서 최고의 자리까지…신화 이룩한 서건창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지난 18일 열렸던 2014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넥센 서건창(25)의 입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또 한걸음 나아가겠다'는 고사성어로 더욱 노력해서 정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끝없는 노력으로 이제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는 더욱 앞으로 전진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었다.

그는 올 시즌 각종 기록을 도장 격파 하듯 하나씩 깨부수며 '기록 브레이커'로서 자신의 면모를 드러냈다. 프로야구 최초로 한 시즌 최다안타인 201개를 때려낸 서건창은 득점 부문에서도 135득점으로 역대 최다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게다가 3할7푼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하며 MVP 포함, 무려 4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올 시즌 가장 빛났던 선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넥센 서건창이었다.



▶LG에서 방출, 주목받지 못했던 연습생

그는 고교시절부터 유망주였다. 광주 충장중학교를 거쳐 광주일고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왜소한 체격조건과 팔꿈치 부상이 걸림돌이 됐다. 부상을 안고 있는 고졸 신인 선수를 프로구단에서 지명할 이유는 없었다.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른 발과 특출난 야구센스를 가진 서건창을 알아본 당시 고려대 야구부의 양승호 감독은 그에게 고려대 입학을 제안한다. 하지만 서건창은 집안 사정으로 진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야구를 그만두지 않았다. LG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테스트를 받고 입단했다.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계약금 없이 프로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말 그대로 정식선수도 아닌 연습생, 그것도 감사했다. 그만큼 야구가 절실했던 서건창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프로에서도 또 다시 외면을 받았다. 지난 2008년 7월 23일 넥센을 상대로 1군 무대에서 딱 한 타석에 들어선 뒤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입대를 결심하고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했지만 아쉽게 떨어졌다. 빤히 보이는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이 서건창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신고선수로 넥센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현실의 벽은 높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입단 테스트를 치른 22명 중 유일하게 뽑혔다. 포기할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신고선수' 서건창에게 부여된 등번호는 111번. 등번호 선택권이 있는 정식선수와 달리 110번 이상의 등번호만 사용할 수 있는 신고선수들로서는 마치 `주홍글씨'와 같은 낙인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그는 쉼없이 흘러내리는 자신의 땀을 믿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서건창은 스프링캠프에서 그를 눈여겨 보던 코치들의 추천으로 2012년부터 1군에 합류했다. 넥센의 진짜 영웅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신인왕 서건창, 히어로즈의 리드오프가 되다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 중에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1군에 올라왔지만 박병호, 강정호를 비롯한 강력한 내야진을 구축한 넥센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당시 넥센의 2루수는 김민성. 하지만 그가 부상을 당하면서 3루로 이동했고 서건창에게 기회가 왔고, 결코 놓치지 않았다. 2012년 127경기에 출전해 433타수 115안타, 타율 2할6푼6리 40타점 39홈런을 기록하며 당당한 주전 2루수로 발돋움 하게 된다.

첫해부터 주목을 받는 활약을 선보였고 2012년 시즌 후, 그는 선수들이 평생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왕에 올랐다. 2루수 골든글러브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2013시즌은 앞두고 리드오프로서는 다소 아쉬웠던 3할4푼2리라는 출루율을 뛰어넘기 위해 그는 플레이에 변화를 시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타격감은 좋지 않았고 난조가 이어졌다. 게다가 수비 도중 새끼발가락을 다쳐 2013년에는 86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316타수 84안타 타율 2할6푼6리 18타점만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서건창은 다시 곱씹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타격폼을 수정했다.

방망이를 최대한 몸 쪽에 붙이고 보폭도 줄였다. 추가로 스윙 스피드를 늘리고 파괴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두 가지 모두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 힘을 키우기 위해 큰 타이어에 해머를 들고 내리치면서 더욱 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서건창은 새로운 선수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기록깨기'의 달인, 꿈의 200안타 달성…그리고 MVP

대망의 2014년은 말 그대로 서건창의 해였다. 한시즌 전 경기인 128경기에 모두 출전해 543타수 201안타, 타율 3할7푼 67타점 48도루 135득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톱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세 시즌만에 3할7푼으로 타격왕에 올랐고 135득점을 기록하며 1999년 이승엽이 기록했던 시즌 최다득점인 128점을 뛰어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1992년 롯데 이종운(현 롯데 감독)이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 3루타인 14개를 가뿐히 넘는 17개의 3루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서건창의 진면목은 안타에서 나왔다. 지난 8월 27일 목동 KIA전에서 기록한 안타를 시작으로 시즌 최종전인 10월17일 목동 SK전까지 그는 23경기 연속 안타를 쳐내며 안타수를 차곡차곡 늘렸다. 그리고 '꿈의 기록'이라고 불리던 한 시즌 200안타에 1개를 추가한 201안타를 쳐내며 1994년 이종범(당시 해태)이 기록했던 196개의 벽을 뛰어넘었다.

팀 역시 지난 시즌에 이어 정규시즌 2위로 가을야구에 진출, 팀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특히 서건창의 빠른 발이 돋보였던 경기는 한국시리즈 4차전. 1번으로 나선 서건창은 상대선발 마틴의 공을 그대로 쳐내며 좌전 안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2번 이택근의 타석에서 빠른 발을 앞세워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3번 유한준의 타석 때 다시 한번 3루 베이스를 훔치며 순식간에 1사 3루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유한준의 희생플라이로 넥센의 첫 득점을 뽑아냈다. 서건창의 안타와 빠른 발이 만들어낸 첫 득점은 이날 경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선취점을 뽑은 넥센은 4개의 홈런을 쳐내며 모두 9득점을 뽑아냈다. 한국시리즈 2승 2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중요한 승부였다. 이후 삼성에게 연이어 패하면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넥센은 후회없이 싸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건창이 있었다.

시즌이 종료된 후, 18일 열린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그는 4개의 트로피를 손에 들었다. 타격왕, 득점왕, 안타왕 그리고 MVP. 그는 수상 소감으로 "이렇게 빨리 현실로 다가올 줄은 생각 못했다. 항상 높은 곳을 생각하면서 낮은 위치에 있었지만 좋은 생각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다. MVP를 받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숙제가 많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여기서 만족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어려웠을 때 힘든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지금 이 순간 성적을 떠나서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서 뛴다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해 나가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하며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분 상승에 걸맞게 몸값도 껑충 뛰었다. 신고선수로 입단했을 때 연봉은 2,000만원. 기량 향상과 함께 2013년 7,700만원, 올해는 9,400만원을 받았다. 내년 시즌 억대 연봉은 당연하고, 오히려 인상폭이 얼마가 될지가 더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밑바닥인 신고선수에서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서건창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하는 서건창에게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더욱 정진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사진=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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