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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통' 밀착인터뷰]류중일 감독, "4연패 했으니 '돌중일 조롱' 없겠죠?"

류중일 감독이 전하는 통합 4연패 뒷이야기...`관중일' `돌중일'에서 `야통'으로 변신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팔짱을 끼고 관중처럼 지켜보기만 한다며 야구팬들은 그를 ‘관중일’이라고 조롱했다. 작전에 실패하면 ‘돌중일’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의 그림자를 지우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결과 앞에 이제는 모두가 그를 ‘야통(야구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한 류중일(51) 감독이 통합 4연패를 완성하기까지의 뒷이야기들을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 성적 스트레스로부터의 소소한 일탈, 류중일 감독이 쉬는 방식

“요즘 날씨 와 이리 춥노.”

시즌을 마친 뒤 사석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의 얼굴은 활달한 첫 인사와는 달리 다소 피곤에 젖어있었다. 날씨까지 급격히 쌀쌀해지면서 ‘살구아재(류중일 감독의 별명)’의 볼 역시 평소보다 더욱 붉게 익은 상태였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가진 뒤 그로부터 최근 근황을 듣다보니 피곤해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왔다.

류중일 감독은 요즘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11월11일 역사에 남을 통합 4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류 감독은 그로부터 약 2주 뒤 대구에서 열린 팬 페스티벌에 참석해 홈팬들과 다시 한 번 우승의 감격을 마음껏 나눴다.

이후 2군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으며, 구단 납회식, 각종 시상식, 그 밖의 다양한 행사 일정을 소화했다. 2일 그가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남을 갖기 직전까지도 그는 한 언론사가 주최한 시상식에 참석한 뒤 허겁지겁 인터뷰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설상가상 앞으로도 계속해서 잡혀있는 일정 탓에 한동안 대구에 내려가지 못하고 당분간 호텔방에서 지내게 됐다고 싫지 않는 푸념을 내던졌다. 그야말로 시즌보다 더욱 바쁜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중일 감독이다.

인터뷰 전날인 1일에도 류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하는 야구인 골프대회에 다녀왔다. 하지만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지는 못한 듯 했다. 폭설로 인해 33년 만에 처음으로 골프대회가 취소됐고, 끝내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며 그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야구인들 사이에서 골프 마니아로 통하는 류 감독은 실력 자랑을 부탁하자 “좀 치는 편이다”고 내심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요즘에는 연습을 통 하지 못해서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싱글 골퍼인 그로서는 모처럼의 골프대회가 눈으로 취소된 것이 못내 아쉬웠을 것같다. 그는 또 다른 골프 실력파이자 라이벌로 양상문 감독과 김용희 감독을 차례로 꼽았다.

골프 대회 취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년 1월 중순 괌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류중일 감독의 일정은 숨 돌릴 틈이 없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내가 쉬는 방식이다”며 껄껄 웃더니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편안하고 여유롭다고 털어놨다.

삼성의 8번째 우승과 류중일 감독의 4번째 통합 우승을 기원하는 ‘V8A4’가 새겨진 팔찌도 이날만큼은 그의 손목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사라진 팔찌가 성적에 대한 족쇄를 과감히 벗어던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다음해 새로운 목표가 새겨진 팔찌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팔찌요? 그동안 받은 트로피를 따로 모아놓은 곳이 있는데 가장 아끼는 상에 고이 걸어놨습니다(웃음). 항상 팔찌에 새겨진 문구를 보면서 뭐랄까. 목표가 무엇인지를 상기하고 최선을 다할 수가 있었죠. 내년에는 아마도 새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선물 받게 될 것 같은데... 음... V9에 A5. 괜찮아 보입니까?”


지난해 'V7'에 이어 올해는 'V8A4'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차고 있는 류중일 감독. 김용국 코치의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이 팔찌는 류중일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통합 4연패, 정상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

팬들은 우스갯소리로 ‘류중일 감독에게서 발전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비판의 의미가 아니다. 감독 부임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우승 밖에 못해봤기 때문에 순위가 항상 제자리에 그쳐있는 점을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왜 발전이 없대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류 감독도 속뜻을 전해들은 이후 “처음 듣는 말인데 좋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기보다 정상을 지켜내는 것이 더욱 어려운 법이다. 성적을 유지해도 본전, 그렇지 못할 경우 언제든 다시 비난의 여론에 부딪힐 수 있는 것이 챔피언팀 감독의 고충이자 일종의 숙명이다. 스트레스를 논하는 자체가 하위팀 감독과 팬들이 듣기에는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류중일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의 표정이 이전보다 조금은 진지해졌다.

“다른 감독들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경질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승 팀 감독 역시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취임 직전 삼성이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전력이 강하기도 했고, 언제나 1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단이기도 하죠. 첫 해부터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정상을 지키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하고도 전임 선동열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팀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라는 섭섭한 말을 들어야 했고, 이듬해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할 때에도 냉혹한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행여나 결과가 좋지 못한 날에는 조롱 섞인 별명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동안 류중일 감독도 이와 같은 팬들의 반응에 일일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과거 ‘불명예스러운 별명’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하자 그는 에둘러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듯 “무슨 별명? 돌중일이요?”라고 즉각 반응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별명이지만 그는 결국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야구 스타일대로 프로야구 그 어느 명장들도 이뤄내지 못한 통합 4연패를 완성시켰고, 선동열 감독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야통’이라는 최고의 수식어를 손에 넣었다.


통합 3연패의 순간까지도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의 그림자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류중일 감독에게 '숟가락을 얹었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형님+엄마 리더십, 그리고 믿음의 야구

류중일 감독이 4연패의 금자탑을 쌓는 동안 변화를 가져간 부분이 있다면 ‘형님 리더십’에 ‘엄마 리더십’을 추가로 장착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반면 ‘믿음의 야구’는 초창기부터 변화 없이 한결같은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먼저 류중일 감독에게 형님 리더십과 엄마 리더십에 대해 각각 물었다.

“부임 이후 3년 동안에는 형님 리더십을 추구했는데 코치 시절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서 그렇게 했지요. 감독이 되더니 사람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너무나도 싫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재계약을 한 뒤 4년째에는 `엄마 리더십'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형님’이 주로 동생들을 지시하고 이끄는 존재라면 ‘엄마’는 자식들을 보듬을 수 있는 포근한 존재라고 차이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사랑의 회초리를 들 때만큼은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소 선수들의 입장에 설 때가 많지만 그만큼 선수들 스스로가 매를 들기 전에 책임감을 느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엄마 리더십’을 꺼내들게 됐죠. 그런데 최형우, 이승엽, 임창용, 배영수, 안지만까지 다들 리더십이 좋아서 파트별로 선수들을 잘 이끄는 편이거든요. 생각해보면 선수들 스스로가 잘 해주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니까 딱히 혼을 내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네요.(웃음)”

류 감독은 ‘믿음의 야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부임 첫 해부터 ‘나믿가믿’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바로 외국인 타자 가코가 부진을 거듭한 상황에서도 “나는 믿을거야. 가코를 믿을거야”라는 말과 함께 꾸준히 그를 기용하면서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던 것. 결과적으로 가코는 마지막까지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짐을 꾸려야 했고, ‘나믿가믿’은 류중일 감독의 고집스러운 믿음을 주로 비꼴 때 사용되곤 했다.

“음... 가코가 메이저리그 경력은 좋았는데 전성기에서 내려오던 시점이었지요. 연습경기를 하면서 기자들이 실력 미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고, 가코에 대한 질문이 계속 들어오니까 속이 상했어요. 그래도 지켜보고 믿음을 주면 잘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말을 꺼냈었죠.”


'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 모두가 포기했지만 류중일 감독은 가코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이와 같은 '믿음의 야구'가 결국에는 오늘날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결국 류중일 감독이 추구한 ‘믿음의 야구’는 채태인의 각성, 김상수의 성장, 이승엽의 부활 등 여러 선수들이 빛을 보는 계기로 작용했으며, 이제는 팬들이 ‘나믿류믿(나는 믿을거야 류중일 감독 믿을거야)’을 응용할 만큼 류 감독은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존재가 됐다. 그렇다면 류중일 감독에게 ‘믿음’이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부진한 선수를 꾸준히 믿고 기용하면 결과를 다해낸다는 점을 선수와 코치 시절에 터득했습니다. 부진했다고 2군에 내릴 경우 그 선수가 다시 돌아와서 잘할 수도 있지만 사실 상대가 우리를 약하게 생각하기가 쉽거든요. 가령 해태와 맞붙을 때 현역시절 선동열 감독님이 몸만 풀어도 우린 위축이 됐어요. 반대로 숨 쉴 곳 없어 보이는 해태 타선에서 이종범이 부상으로 빠지기라도 하면 헐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죠. 마찬가지로 삼성에 이승엽이 빠지고 2군의 한 선수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생각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부진을 겪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나오면 상대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상대에게 강해보이기 위함’이 결국에는 제가 믿음의 야구를 추구하는 근본적 이유 아닐까요?”

▲ 해태전 패배로 해태 왕조를 넘다

감독으로서는 우승의 기쁨만을 만끽했지만 사실 선수 시절에는 그 우승이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던 류중일 감독이다. 특히 데뷔 시즌이었던 1987년에는 곧바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으나 해태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패의 허무한 결과를 맛보기도 했다. 준우승의 아쉬움과 원통함, 그 느낌을 류중일 감독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음... 글쎄요. 제가 준우승만 3번을 했어요. 두 번은 해태(1987년, 1993년), 한 번은 LG(1990년)에게 졌는데 사실 원통함이라기보다는 준우승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투수가 좋아야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어요.”

류중일 감독의 언급대로 당시 삼성에는 이만수, 장효조, 김성래 등 강타자들이 즐비했지만 에이스 투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반대로 해태에는 선동열을 비롯해 이강철, 김정수, 조계현, 이상윤 등 쟁쟁한 투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과거에도 '허니버터칩'이 있었다면 류중일 감독은 이를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그만큼 선수 류중일에게 해태란 한국시리즈마다 좌절을 안겨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결국 실패 속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감독 류중일은 해태 왕조를 뛰어넘는 삼성 천하를 이뤄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타격이 좋은 팀은 4강에 오를 수 있지만 결국 투수력이 좋아야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진리를 한국시리즈 패배를 통해 깨우쳤고, 이는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되었을 때도 류중일 감독의 야구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삼성이 통합 4연패를 달성했을 때에도 결국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막강 마운드가 존재했다.

공교롭게도 류중일 감독이 선수시절 겪은 처참했던 한국시리즈 4연패(連敗) 경험이 감독시절 달콤한 통합 4연패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했다. 결국 해태를 상대로 흑역사를 가지고 있던 삼성도 어느덧 해태 왕조의 위엄을 뛰어넘는 대업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실패를 많이 해야 이기는 법도 터득할 수 있습니다.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진 경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감독이 돼서 많이 이기는 것 같아요. 코치 때 훌륭하신 감독님들을 많이 모신 것과 더불어 감독으로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요.”

▲ FA와 외국인 선수, 류중일 감독의 솔직한 생각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류중일 감독에게 다소 미안할 수 있는 일이지만 차기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유쾌한 추억담을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FA에 대한 생각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삼성은 올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한 5인방 가운데 윤성환, 안지만, 조동찬과 재계약을 체결했으나 권혁, 배영수는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한화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2일 오후에는 배영수가 한화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우승 직후 “내부 FA는 모두 잡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차기 시즌 준비에 다소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 류중일 감독은 애써 아쉬움을 눌러 담는 모습을 보였다.


아끼는 제자는 본인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멋진 맞대결을 펼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권혁은 삼성에서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백정현과 박근홍 등 대체할 좌투수가 있다는 점은 우리로서도 다행스러운 대목입니다. 또 팬들이 배영수를 위해 게재한 신문 광고는 저도 잘 봤습니다. 팬들은 왜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지 않았는지 의아해 하겠지만 아무래도 협상 과정에서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직 잘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구단에서는 평균자책점이나 피안타율 등 수치로 나타나는 부분에서 좋지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에 제시한 조건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타 구단으로부터 소식이 없는 것으로 봤을 때 만약 삼성과 다시 협상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될 경우 보직 등의 문제를 괌 캠프에서부터 새롭게 구상해 나가야겠지요. 현재로서는 2명이 아닌 1명만 팀을 옮긴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불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 차분함 속에서 내심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배영수가 인터뷰 다음날이자 타구단 계약 기간 마지막 날 한화와 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류중일 감독으로서도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선수, 코치, 감독에 이르기까지 무려 28년을 ‘삼성맨’으로 보낸 류중일 감독이기 때문에 두 프랜차이즈 스타가 내린 최종 선택에 더 큰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류 감독이 언급한 대로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고 서로가 선택한 길에 후회가 없도록 맞대결에서도 멋진 승부를 펼쳐주기를 기대해본다.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특히 올시즌 13승4패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낸 밴덴헐크가 최근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로부터 2년 간 4억엔(약 37억원)의 러브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붙잡을 수 있을지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또한 마틴이 빠진 자리를 새롭게 채워줄 피가로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류중일 감독이 그에 대한 설명을 보탰다.

“밴덴헐크의 재계약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부분이 없습니다. 이왕이면 우리와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금액 차가 크다면 떠날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요? 그렇게 놓치게 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섭섭함을 느끼거나 후회를 하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피가로의 경우 4년 전 오릭스에서 뛸 때부터 기대를 가졌던 선수입니다. 당시의 기량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속구 투수 영입을 원했고, 다양한 변화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제구 역시 들쑥날쑥한 면은 없다고 평가받고 있어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외국인 선수는 경력보다 적응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나바로의 경우 박석민과 장난도 곧잘 치는 등 국내 선수들과 상당히 친하게 지냈고, 밴덴헐크 역시 아내 애나 씨의 힘도 있지만 선수들과 잘 어울렸어요. 그 나라의 음식, 친구 등 문화적인 면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게 중요한데 결국에는 분위기를 잘 맞춰줘야 할 것 같습니다.”



▲ 또 한 번의 위기? 통합 5연패를 위한 과제

이처럼 최악의 경우 외국인을 포함해 최대 4명(선발 3명)의 주요 투수들이 한꺼번에 팀을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2015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밴덴헐크의 잔류 여부 및 새로운 외국인 투수의 활약 여부가 우선적인 변수로 남아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위기 탈출을 위해 대안 마련이 필요한 삼성이다.

외부 FA 보강 역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었으나 올해도 삼성은 최대어로 꼽히는 선수들에게 애초부터 눈독을 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한 류중일 감독의 솔직한 생각이 듣고 싶었다.

“물론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있죠. 김인 사장님 역시 ‘꼭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잡아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셨고요. 하지만 한국의 정서는 아직까지 미국, 일본과 비교해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가령 요미우리나 뉴욕 양키스 등이 많은 돈을 들여서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선수들을 끌어 모아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주로 약자의 입장에 서려는 경향이 있죠.”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공공의 적’이 된 입장에서 외부 영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 류중일 감독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내부 육성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언젠가는 외부 FA도 잡아야 할 시점이 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2000년대에 많은 우승을 차지했고, NC와 kt의 특별 지명까지 있었기 때문에 주로 13~14번째에 입단한 신인들이 많습니다. 자원이 많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 말이 맞다고 볼 수는 없어요. 3~5년 후가 걱정인 것은 사실입니다.”

류중일 감독은 2015시즌 통합 5연패를 위해서는 “결국 해줄 선수가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부진했던 이승엽이 올시즌 완벽한 부활을 이뤄내며 4연패를 이룰 수 있었던 점을 떠올린 류 감독은 어느덧 불혹을 앞두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이승엽이 30홈런을 터뜨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또한 임창용 역시 마무리 보직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될 경우 블론 세이브 수치를 절반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고, 혜성처럼 등장한 박해민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통합 5연패도 결코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1월 중순 괌으로 떠나는 전지훈련에서 큰 밑그림을 그린 뒤 올시즌 잘 된 점을 이어가고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류중일 감독은 통합 5연패를 이루고 싶은 열망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특히 선수 시절부터 무려 28년 동안 꿈을 펼쳐온 대구시민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뜻깊게 보내고 싶은 것이 류 감독의 바람이다. 그는 삼성을 ‘나의 인생이자 나의 모든 것’이라고 표현했다. 곧 대구시민구장은 그의 모든 인생이 녹아든 특별한 장소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팬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팬들 앞에서 ‘2015년이 대구시민구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8년의 인생을 함께 해온 곳이기 때문에 새 구장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만큼은 승리하고 싶은 욕심이 큽니다. 특히 대구시민구장에 가득 들어찬 관중들 앞에서 통합 5연패를 이뤄낸다면 제게 그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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