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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범 반칙 속 '인간의 본능'과 '생각의 스포츠'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사례1 : 2013년 12월 11일(이하 한국시각).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6차전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전. 2-2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에서 후반 17분 맨시티의 제임스 밀너가 역전골을 터뜨렸다. 홈경기에서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2-3까지 역전당한 뮌헨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만한 상황.

하지만 뮌헨의 공격수 토마스 뮐러는 팀이 지고 있는데 경기 막판이 되자 상대 코너 플래그로 드리블을 하며 시간을 끌기 시작한다. 경기장 내에 선수들은 어리둥절하고 심지어 감독마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경기장 안 뮐러만 알고 나머지는 모르는 중대한 사실이 있었다. 만약 맨시티가 한 골을 더 넣기라도 한다면 뮌헨이 조 2위로 밀리게 되는 것.

사연은 이랬다. 양 팀은 밀너의 세 번째 골로 5승 1패 동률. 하지만 뮌헨은 골득실에서 +12, 맨시티는 +8. 이렇게 보면 맨시티가 한 골을 더 넣더라도 골득실에서 맨시티가 뮌헨을 이길 방법이 없으니 뮌헨의 조 1위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승점이 같을 때 골득실이 아닌 상대 전적을 우선시한다. 뮌헨은 맨체스터 원정에서 3-1로 이겼다. 즉, 3-1로 이긴 스코어와 2-3으로 진 스코어를 묶으면(뮌헨 5골, 맨시티 4골) 뮌헨이 한 골을 더 넣었기 때문에 이 상태 그대로라면 뮌헨이 조 1위 진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 뮌헨이 한 골을 더 허용하면 맨시티와 뮌헨의 골 숫자는 같아지고(5골), 대신 원정골 우선 원칙에 의해 뮌헨 원정에서 4골을 넣은 맨시티가 조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따라서 뮐러가 시간을 끄는 행위는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상해보이지만 종합적을 볼 때 당연한 플레이였다.



이런 뮐러의 ‘의도된 행동’을 이해 못한 뮌헨 선수들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뮐러와 달리 시간을 끌기보다 골을 넣기 위해 빠른 슈팅과 크로스를 시도하기만 했다. 다행히 더 이상의 골은 없었고 상대전적 다득점 원칙에서 1골차로 이긴 뮌헨이 조 1위, 맨시티가 조 2위를 차지했고 맨시티는 16강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게 됐다. 뮌헨이 행여나 조 2위가 됐다면 바르셀로나와 만날 뻔한 상황을 뮐러 덕분에 면하게 됐다.




▶[동영상 보기] 2013년 12월 11일 UCL 조별예선 6차전 맨체스터 시티와 바이에른 뮌헨 경기 하이라이트


사례2 : 2004 한국시리즈는 세 번의 무승부 끝에 9차전까지 가는 역대급 혈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어쩌면 단 한 번의 플레이로 9차전까지 가는 혈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대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 배영수가 10이닝 노히트노런의 전설적인 투구를 선보인 그 경기는 12회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삼성은 0-0으로 맞선 12회말 2사 만루의 마지막 기회를 잡게 된다. 타자는 강동우, 투수는 ‘조라이더’ 조용운. 조용운의 141km짜리 빠른 초구는 강동우의 발쪽으로 향했고 강동우는 본능적으로 타석에서 뒷걸음질 치며 피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강동우가 만약 그대로 발쪽으로 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서 있었다면 공은 자연스레 강동우에게 맞았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기는 밀어내기 사구로 삼성이 1-0으로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강동우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강동우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그렇게 0-0 무승부로 4차전은 종료됐다. 만약이지만 강동우가 몸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했더라면 삼성은 3차전까지 1승1무1패로 팽팽히 맞섰던 시리즈를 자신들의 우세로 가져올 수 있었다.




▶[동영상 보기] 2004 한국시리즈 4차전 하이라이트(언급 부분은 3분부터)


사례 3 : 2014년 12월 17일. 바로 전날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전에서 89-88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문제적 장면이 나왔다. 바로 89-86으로 앞서고 1초가 남은 상황에서 모비스의 수비수 전준범이 2점 슛을 시도한 SK 헤인즈의 슛을 막기 위해 반칙을 범한 것.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 순간적으로 두 번이나 나왔다.



첫째로 팀이 3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2점 슛을 시도한 헤인즈의 행동이 황당하다. 여기서 2점슛을 성공시켜도 스코어가 89-88로 뒤집어지지 않고 1초도 남지 않았기에 SK는 이길 수 없기 때문. 하지만 평소 영리한 플레이로 유명한 헤인즈의 스타일상 바로 뒤이어 벌어진 상황은 의도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문제적 장면인 헤인즈의 슈팅 때 그 슈팅을 막기 위해 반칙을 범한 전준범의 수비. 어차피 모비스 입장에서는 그 골을 먹더라도 한 점 앞서고 1초도 남지 않았기에 승리는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전준범은 본능적으로 수비를 했고 헤인즈의 슛은 골과 함께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다행히 헤인즈가 자유투를 놓치면서 경기는 모비스의 1점차 승리로 종료됐지만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초등학생도 안할 플레이”라며 혹평을 했다. 전준범 역시 “그냥 본능이었다”며 “무의식적으로 수비를 했다”고 말했다.




▶[동영상 보기] 모비스와 SK의 긴박했던 마지막 상황


첫 번째 사례는 ‘이기려는 본능’, 두 번째 사례는 ‘몸을 걱정하는 본능’, 세 번째 사례는 ‘슛을 막으려는 본능적 수비’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모두 본능을 이기지 못했을 때 온 참사 혹은 참사가 될 뻔한 이야기들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몸으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몸만큼이나 머리를 쓰는 ‘이성의 스포츠’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본능을 이겨야하는 생각의 스포츠의 중요성을 보여준 모습이다.

사진=KBL, ⓒAFPBBNews = News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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