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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훨씬 힘들었을 차두리의 태극마크 '명장면 5선'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프로축구 2014시즌이 끝나고 각팀의 간판선수들과 감독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던 K리그 시상식. 차두리(FC 서울)는 무려 35세의 나이에도 단 네 명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수비수 상을 수상했다. 차두리는 이 자리에서 뜻밖의 소감을 밝혔다.

"사실 한국축구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무언가를 인정받기가 힘듭니다. 이제야 그런 자리가 돼서 매우 감사하고 기쁘네요."



차두리는 아버지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성공적인 대표선수 생활을 했다. 그리고 오는 31일 열리는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A매치 76경기를 뛴 후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이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를 위한 완벽한 은퇴식을 계획했다. 뉴질랜드전에 선발로 내보내며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한 뒤 전반 40분에 교체를 한다. 교체 아웃되면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게 하겠다는 슈틸리케의 복안인 것. 그리고 하프타임 동안 차두리는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은퇴식을 통해 태극마크를 완전히 내려놓는다.

이만큼 차두리는 은퇴식조차 계획적이고 화려할 정도로 성공적인 대표생활을 했다. 그의 15년 대표생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대학생의 패기 넘치는 A매치 데뷔골 (2002년 4월 20일 vs코스타리카)

프로선수도 아닌 대학팀 선수가 A대표팀에 소집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차두리는 아직 고려대 재학 중이던 21세의 나이에 대표팀에 소집돼 데뷔전(2001년 11월 세네갈전)을 치렀다.



당시까지만 해도 윙포워드였던 차두리는 월드컵 개막을 2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았던 4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고 전반 24분 안정환의 패스를 그대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차두리의 A매치 9경기 만에 첫 골이었다. 최종명단 발표를 앞두고 열린 사실상의 마지막 평가전이기도 했던 이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차두리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월드컵 대표팀 합류라는 기적을 일궈내게 된다.

▶강렬했던 '오버헤드킥'…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2002년 6월 18일 vs이탈리아)

대학생이었던 차두리는 조별예선 1차전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되며 자신이 단순히 '아마추어 배려' 차원으로 뽑힌 선수가 아님을 보여줬다. 차두리는 16강전이었던 이탈리아전에도 투입됐다. 무려 '주장' 홍명보를 대신해 후반 39분 투입됐고 연장전을 포함해 약 34분을 뛰었다.

그리고 한국의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빗맞은 헤딩이 자신의 머리위로 뜨자 지체 없이 오버헤드킥을 날렸다. 모두가 깜짝 놀란 고난이도 슈팅에 세계 최고의 골키퍼였던 지안루이지 부폰 골키퍼도 놀라며 힘겹게 막아냈다. 비록 골이 되진 못했지만 이 슈팅으로 '차두리'라는 이름은 한국 국민을 넘어 전 세계에 강렬하게 기억됐고 현재까지도 누누이 회자되는 2002 한일월드컵 명장면 중 하나이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차두리, 독일을 맞닥뜨리다 (2004년 12월 19일 vs독일)

2006 월드컵 개최국이었던 독일은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홍보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친선전을 열었다. 친선 투어였지만 독일은 미로슬라브 클로제, 미하엘 발락, 필립 람 등 베스트 멤버를 모두 불렀고 일본을 3-0으로 완파한 뒤 부산을 찾았다.

문제는 한국이 박지성, 이영표 등 주축 선수들을 아직 유럽리그 진행 중이었기에 소집할 수 없었고 이에 한국은 K리거 위주의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차두리는 예외적으로 소집할 수 있었고(분데스리가는 전반기 종료) 차두리는 이날 경기 풀타임 출전했다.

한국은 독일 최정예를 상대로 3-1 대승을 거두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고 차두리는 전반 5분 무려 70m에 가까운 거리를 혼자 질주하며 독일 수비수 3명을 젖히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폭풍 질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차두리는 이날 경기의 마지막 골이었던 조재진의 세번째 골 때 골과 다름없는 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현재도 메모를 할 때는 한국어보다 독일어로 쓰는 게 편한 차두리가 대표생활 중 유일하게 '친정 같은' 독일을 상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였기에 더욱 인상 깊은 경기였다.



▶차두리를 더욱 성숙케 한 2010 남아공 월드컵 (2010년 6월 22일 vs나이지리아)

고향과도 같은 독일에서 열린 2006 월드컵에서 대표팀 탈락의 쓴잔을 마시며 경기장이 아닌 해설위원 자리에서 월드컵을 봐야했던 차두리는 이를 갈았다.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는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물론 첫 경기였던 그리스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첫승(2-0)에 큰 역할을 했지만 분수령과도 같았던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조별예선 경기에서는 상대 공격수를 어이없게 놓치며 골을 허용하는데 결정적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다행히 한국은 무승부 후 16강에 진출하며 차두리의 실수는 묻혔지만 당시 해설을 맡았던 차범근은 "차두리의 실수다"라며 혹독하게 비판하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차두리 역시 경기 후 "골 허용 후 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실수를 밑거름 삼은 차두리는 더욱 성숙한 수비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차두리의 폭풍 질주, 국민들의 가슴을 '뻥' 뚫다 (2015년 1월 22일 vs우즈베키스탄)

차두리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것임을 이미 예고했다. 그렇기에 한국의 조별예선 통과 후 치러지는 매 경기는 어쩌면 '차두리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몰랐기에 국민들은 큰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8강 우즈베키스탄전, 차두리는 후반 24분부터 김창수와 교체 투입돼 경기에 나섰고 연장 후반, 모두가 힘이 빠진 상황에서 혼자서 오른쪽 라인을 붕괴시키는 엄청난 질주를 선보였다. 차두리의 가슴 '뻥' 뚫리는 질주에 온 국민은 환호했고 손흥민의 추가골에 완벽한 도움까지 해내며 기쁨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들은 경기 후 드디어 터진 손흥민의 골보다 차두리의 가슴 시원했던 질주를 회자했고 그렇게 차두리는 자신의 실질적인 마지막 무대였던 아시안컵에서 가장 완벽한 모습을 선보인 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표생활을 마쳤다. 왜 국민들이 '차두리 고마워'라는 말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멋진 마무리 인사였다.

사진=스포츠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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