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철저하게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동이다. 3~4명이 한 조를 이뤄 플레이하지만 동반자로부터는 도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골프는 결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캐디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외국엔 캐디 없이 라운드 할 수 있는 골프장이 많지만 국내 골프장에선 캐디 없이 라운드 할 수 없다. 항상 캐디의 도움을 받으며 라운드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 골퍼들은 자신도 모르게 캐디에게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카트에서 내릴 때 손수 몇 개의 클럽을 뽑아 가면 될 것을 볼이 있는 곳까지 가서야 캐디에게 거리를 묻고 클럽을 갖다 달라고 소리치고 그린에 올라와서도 서둘러 마크할 생각은 않고 캐디가 마크하고 볼을 닦아 라인을 맞춰 놓을 때까지 꼼짝하는 골퍼들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특히 까다로운 그린에서 모든 짐은 캐디가 짊어져야 한다. 좌우 어디가 높으냐, 내리막이냐 오르막이냐, 어디를 보고 쳐야 하느냐는 등 질문공세를 퍼붓고는 정작 스크로크를 할 때는 캐디가 일러준 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고선 홀인 안 된 탓을 캐디에게 돌리기도 한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샷 거리를 잘못 알려줬다면서 캐디를 폭행한 골퍼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일도 있었다. 안성의 모 골프장에서 자신은 샷 거리를 50미터로 알고 있는데 캐디가 90미터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온 그린에 실패했다며 캐디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등 3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국내 골프장에선 캐디와 다투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심지어 라운드 도중에 캐디를 교체하는 예도 생긴다. 캐디가 골퍼들의 지나친 요구와 책임 전가에 참을 수 없어 캐디를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보았다.

모두가 캐디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해프닝들이다. 캐디(caddie)라는 어원은 프랑스의 귀족의 젊은 자제를 뜻하는 '카데(cadet)'에서 비롯되었다. 기록에 나타난 최초의 여성골퍼인 스코틀랜드의 메어리 여왕이 1562년 여름 두 번째로 세인트 앤드루스를 방문해 골프에 열중하는데 이때 프랑스에서 데려온 카데들을 대동하면서 경기보조자로서의 캐디가 처음 탄생했다.

캐디는 그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경기보조자다. 캐디가 유능한가 아닌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플레이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라운드를 하는 골퍼고 모든 판단과 결정, 그에 따른 결과는 골퍼 자신이 책임져야 함은 물론이다.

물론 여기저기 골프장을 다니는 사람과 한 골프장에서 몇 년씩 근무하는 캐디와는 정보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초보가 아닌 이상 캐디의 말이 거의 맞고 유능한 골퍼라면 이 캐디가 갖고 있는 정보력을 십분 활용하려 한다.

그러나 캐디를 함께 한 라운드가 일반화하면서 캐디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골퍼들의 경기능력을 퇴화시키고 있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긴가민가 할 때 캐디의 도움을 얻어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도 클럽을 휘두르는 것을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을 캐디에게 의존하려는 습관을 가진 골퍼들이 적지 않다. 내가 라운드 하는지 캐디가 라운드 하는지 모를 라운드는 의미가 없다.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