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장강의 뒷물결에 떼밀려 가는 듯하던 최경주(46)가 올 들어 무서운 기세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그의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보며 2013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그를 만났던 기억을 새롭게 떠올려본다. 대통령후보를 비롯해 저명한 뉴스의 중심인물을 초청해 개최하는 관훈토론회에 스포츠스타가 주인공이 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때 나는 후배 골프전문가와 함께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완도의 섬 소년에서 세계적인 프로골퍼로 성공하기까지 그가 털어놓은 모든 얘기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감동적이었다.

3년 전의 일이니까 최경주의 나이 43세. 골프선수로서 하향곡선을 그릴 나이임에도 그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의 골프문화를 성숙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골프 꿈나무들을 발굴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골프시장이 될 중국에 한국골프가 진출할 수 있도록 중국 골프협회 측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골프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그때 내 기억이 남는 것은 2015년 10월로 예정된 미국팀과 국제팀간의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성공적인 개최하고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때의 그의 표정이다.

“주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지만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크게 나이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많은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으로선 반드시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어요. 그때 가서 선발조건에 미달하면 선수단의 감독으로 참가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선수로 참가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최경주의 표정은 결연했고 스스로에게 피할 수 없는 다짐을 하는 분위기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지만 선수로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듯했다. 나 역시 그런 의지와 목표를 갖는다는 것 자체는 대단하지만 한창 성장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출전권을 따낸다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 들어 최경주가 펼치는 경기를 보며 박세리와 함께 한국 남녀대표 골프팀의 감독으로 확정된 그가 여전히 선수로서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꿈을 접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PGA투어 2016시즌 대회 초반은 별 기대를 걸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 공동 50위, OHL 클래식 컷 오프, 더 RSM 클래식 공동 52위, 소니오픈 공동 50위 등. 그러나 1월말의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브랜트 스네데커에 한 타 뒤진 단독 2위에 오르더니 21일(한국시간) 막 내린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마지막 라운드 공동선두에 나서며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이다 2타 차이로 버바 왓슨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공동 5위에 만족해야 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줄어 남들이 아이언을 빼어들 때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아야 하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골프스타들과 우승경쟁을 벌이는 단계에 올랐다는 것은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하겠다는 그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지난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멈춘 우승의 시동이 꺼지고 2014년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공동 2위 이후 단 한 번도 톱10 성적을 내지 못했던 최경주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그의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현재 최경주의 세계랭킹은 102위지만 페덱스랭킹은 20위로 높아 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 나기 전에 1승이라도 보탠다면 순위를 끌어올려 감독 겸 선수로 리우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최경주의 열망과 도전정신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