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부터 백규정, 전인지
프로골퍼로 성공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타고난 천재성이 있다면 그건 축복이다.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아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등은 타고난 천재성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태도로 골프선수로 역사에 남을 대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미셸 위는 놀라운 천재성은 타고 태어났지만 소녀시절 천재성 발현보다는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쇼에 내몰려 기대했던 화려한 대성이 비켜가고 있는 느낌이다. 누구나 우러르고 존경해마지 않는 천재성에 탄탄한 연습까지 겸비했다면 그가 토해내는 말 한마디, 그가 보이는 표정과 액션은 그것 자체로 매력 포인트가 되고 만다.

타이거 우즈가 미스 샷을 하고 난 뒤 보이는 분노의 행동조차 갤러리나 TV시청자들에겐 도도한 카리스마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프로 골프선수의 길로 들어섰다면 대부분 어렸을 때 천재 소리는 들었을 터이고 그 위에 부단한 훈련과 수련의 가시밭길을 통과해야 승리를 맛볼 수 있다.

이상한 것은 선수 대부분이 비슷한 천재성에 남 못지않은 훈련과정을 거치는데도 어떤 선수는 화려한 성공 가도를 내닫는가 하면 어떤 선수는 우승 한번 못해보고 중하위권을 맴돌다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는 것이다.

타고난 천재성에 엇비슷한 환경 속에서 골프를 익혔는데도 이렇게 성공과 실패로 선수의 길이 갈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다 골프와 인연이 닿아 골프가 품고 있는 밀림 같은 정신세계를 탐험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골프대회의 중계방송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의 라운드 자세를 관찰하면서 내 나름대로 우승을 자주 하는 선수, 팬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선수들에 남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오랜 기긴 관찰 결과 내 생각은 이렇다.

타고난 천재성은 골프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는 방향 제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스스로 타고난 천재성을 무한히 확장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타고난 천재성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피와 살처럼 터득하지 않고선 결코 인기 있는 선수, 성공한 선수가 될 수 없다. 골프 기량을 갈고 닦는 노력과 땀은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공통분모일 뿐이다. 골프 선수로서의 성공은 거의 전적으로 그 선수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사고방식과 발언습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내가 얻은 결론이다.

지난 25~28일 태국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인 혼다LPGA타일랜드를 지켜보며 재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압도적인 기세의 플레이로 우승은 미국의 렉시 톰슨에게 돌아갔지만 2위에 오른 전인지나 공동5위의 박희영, 공동 8위의 장하나 등은 언제라도 우승을 거둘 수 있는 선수로 보였던 반면 1, 2 라운드 선두권에 오르며 첫 우승의 기대를 모았던 백규정은 내 안목에서 보면 성공 가도에 진입하기 어려운 것으로 비쳤다.

그렇게 좋은 스코어를 내면서도 촌색시처럼 다소곳하기만 했고 표정은 무덤덤했다. 어딘가 낯선 곳에 자신이 와있다는 느낌도 주었다. 전인지에서 읽을 수 있는 모습, 이를 테면 시종일관 환한 여왕과 같은 풍모나 미스 샷을 한 후에도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고 태연함을 유지하는 모습,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스타일대로 골프한다는 자존감, 그리고 순간순간마다 팬들에 대한 친절한 인사 등은 보이지 않았다.

장하나나 김세영의 뜨거운 파이팅도 보이지 않았다. 비록 공동 24위에 그쳤지만 항상 많은 팬을 거느리고 다니는 이보미의 친근함이나 상냥함도 찾기 어렸다.

물론 지금도 백규정을 좋아하는 팬이 많지만 LPGA에서도 인기를 얻고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성공한 선수들의 자세에서 배워야 할 것을 빨리 익혀야 하겠다는 말이다.

한때 아니카 소렌스탐으로부터 '남반구에서 가장 뛰어난 골프선수'라는 칭찬을 들었던 양희영의 경우도 출중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듯한 표정, 소극적인 표현, 지난 게임이 아닌 앞으로 다가오는 게임에 대한 강한 열정 등이 2% 정도 부족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골프선수로 성공하려면 우선 표정과 표현부터 바꿔야 한다. 명랑하고 웃는 모습, 펜들에 대한 배려의 눈빛, 좋은 플레이 후의 확실하면서도 개성적인 자기 표현, 동반자와 갤러리들에게 긍정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행동, 실패한 후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자세,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 등은 선수 자신에게 용기와 희망, 긍정의 기를 불어넣어줌은 물론 팬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팬들은 선수의 미스 샷에서 쾌감을 얻으며 그런 위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때 존경의 갈채를 보낸다.

이와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샷의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실수를 한 자신을 학대하고 결단의 순간에 초조해 하며, 계속된 미스 샷에 절망에 빠지거나 포기해버리고, 빨리 라운드가 끝나 골프코스를 떠나고픈 마음이 치솟는다면 어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긍정과 희망의 바이러스로 뭉친 표정이나 행동은 내면세계에도 영향을 미쳐 성격이나 기질도 변화시킨다.

타고난 성격이나 기절이 조용하고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라면 적어도 그렇지 않은 척이라도 해야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사회심리학전공)라는 교수가 별난 실험을 했다. 2분 동안 어떤 사람들에겐 아주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갖도록, 다른 사람들에겐 자신감 없는 자세를 갖도록 한 뒤 2분 후 타액 샘플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자신감이 있는 척 한 사람은 우월감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20% 증가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인 코티손이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신감이 없는 척 한 사람들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은 10% 감소하고 코티손이 15% 상승했다.

커디 교수는 채용면접을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을 했다. 면접 2분 전 한 그룹은 자신감 있는 척, 다른 그룹은 자신감 없는 척 하게 한 뒤 면접관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감 있는 척 한 사람들을 채용하고 싶다는 의견의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성격이나 기질에 상관없이 골프선수로 성공하려면 긍정 희망 용기 자존 배려 용서 확신 자신 신뢰 침착 불굴 초연 대범 행복 등의 기운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배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디 골프뿐이겠는가.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