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하다보면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를 떠올릴 때가 많다. 시지프스가 열심히 바위를 굴려 정상에 올려놓는 순간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렇다고 바위를 굴리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 분노한 제우스가 그에게 내린 영겁의 형벌이기 때문이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즈프스가 바위를 산꼭대기에 올려놓는 일을 되풀이하듯 골퍼들은 끝이 없는 계단을 올라가는 형벌을 받은 것 같다. 보다 좋은 스윙, 보다 좋은 스코어를 위해 온갖 고통과 손실을 감내하지만 정상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무상(無常)한 것이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무모하게 시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스윙 교정이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연령대를 초월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것이 스윙 교정이다.

20대까지는 골프에 대한 열정과 자질이 있든 없든 연습을 통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과서적인 스윙을 터득케 할 수 있다. 근육이나 감각이 굳어있지 않아 이상적인 스윙 메커니즘을 입력시킬 수 있다.

30대를 지나 40대 초반까지는 골프에 대한 열정과 완벽을 추구하는 열망이 뜨거운 사람이라면 스윙 교정이 가능은 하다. 그러나 결코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익힌 것을 되풀이하려는 관행이 몸과 마음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스윙 개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다. 연습장에 가보면 중년들이 레슨을 받으며 거울 앞에서 스윙을 가다듬고 있지만 개선되는 경우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젊은 레슨프로들은 나이를 무시하고 젊은이에게나 통할 교과서적인 동작을 강요하지만 이미 근육과 운동감각이 굳어버린 상태에서 제대로 소화해낼 재간이 없다. 오히려 무리하게 스윙 개조를 시도하다 그나마 유지하던 자신만의 골프감각을 잃어버려 고생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다.

40이 넘어 스윙을 뜯어고치려 드는 것은 쓰던 도자기를 깨어버리고 새로운 도자기를 만드는 일만큼 지난하다. 지금 쓰는 도자기보다 월등히 우수한 도자기를 빚어 구워낼 자신이 없다면, 다소 투박하고 못생겼더라도 손에 익은 도자기를 아껴 쓸 생각을 하는 게 낫다. 나이와 신체조건, 이미 굳은 스윙버릇에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노련한 레슨프로를 찾아 낡은 도자기의 틈을 메우고 상처를 다듬는 선에서 만족하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근육의 유연성이 좋은 젊은 나이에 엉터리 스윙에 만족한다면 어리석다. 과감히 잘못 빚은 도자기를 깨뜨리고 새로운 도자기를 빚는 게 골프의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새 도자기를 빚을 것인가, 쓰던 도자기를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