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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하늘의 아우라에 빠진 일본

일본에서 골프선수로 활약한 한국여자 선수는 많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골프스타는 이보미(27) 이전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인이 된 구옥희 선수가 JLPGA투어에서 23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1988년 한국선수 최초로 LPGA투어 스탠더드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골프팬들과 일반대중으로부터 열화와 같은 사랑을 받는 골프스타와는 거리가 있었다. 골프 외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묵묵히 골프에만 몰두했던 구옥희는 훌륭한 골프선수임에는 틀림없으나 요즘처럼 대중들로부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골프스타는 아니었다.

많은 한국선수들이 탁월한 기량으로 JLPGA투어를 지배하고 있지만 2012년 이보미가 진출하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대중적 스타는 없었다.

전미정, 이지희, 이에스터, 나다예, 이나리 등이 꾸준한 성적을 보였지만 군계일학의 스타성은 보이지 않았다. 신지애, 안선주 등이 많은 우승을 거두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역시 탁월한 선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황아름 같은 선수에게 스타성이 잠재해있었으나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보미는 JLPGA투어에서 태극 골프스타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선수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탁월한 기량에 귀염성이 넘치는 외모,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태도, 동반자와 갤러리들을 대하는 배려 깊은 행동, 현지 문화와 풍습을 익히려는 높은 친화력과 성실성 등이 이보미의 덕목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골프팬들이 이보미에 열광하는 것은 그가 다른 일본선수와 비슷하면서 다르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담한 체구에 다소곳한 행동거지 등은 다른 일본 선수와 비슷한데 팬들과의 교감에 적극적이고 플레이가 과감하고 파워풀하다는 점, 즉 자기네 선수와 비슷하다는 친밀감 동질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이국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보미와 4개월 늦은 동갑내기인 김하늘이 제2의 이보미 신드롬을 일으킬 선수로 부상할 기회를 잡았다. 27일 일본 미야자키현 UMK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JLPGA투어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2위 신지애에 5타 차이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두면서 골프인생 제2의 전기를 맞은 것이다.

KLPGA투어에서 기량이나 미모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킹카’로 군림했던 김하늘은 LPGA투어 진출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JLPGA투어로 방향을 틀었으나 제 궤도로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짐을 쌀 정도의 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2011, 2012년 KLPGA투어 연속 상금왕 등 상이란 상은 거의 휩쓴 김하늘은 2013년 10월에 열리는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려 했으나 KLPGA의 ‘이상한’ 규정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Q스쿨이 열리는 시기가 공교롭게도 러시앤캐시 행복나눔클래식 대회 시기와 겹치면서 디펜딩 챔피언으로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김하늘로선 별수 없이 Q스쿨 도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투어 우승자가 사유 없이 타이틀방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전년도 우승상금 전액을 범칙금으로 부과한다.’는 KLPGA의 괴상한 규정 때문이었다. ‘천재지변이나 자신의 출산, 결혼, 입원 혹은 4촌 이내 친척 사망 및 위원회가 인정하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KLPGA측이 Q스쿨 도전은 이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의 불참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LPGA투어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김세영이나 장하나가 Q스쿨 도전과 비슷한 시기 1년 전에 우승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우승했더라면 LPGA의 꿈도 사라졌을 것이다.

LPGA투어 진출의 꿈이 좌절되자 2014년 KLPGA투어에서 우승 없는 상실의 한해를 보낸 김하늘은 Q스쿨을 거쳐 2015년 JLPGA투어에 뛰어들었으나 코스 적응에 실패했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너무 쉽게 우승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우승에 대한 집념이 느슨해지고 집중도도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 이상 일본생활을 이어갈 의욕을 잃은 김하늘은 살던 집도 내놓고 가구며 집기까지 동료들에게 나눠준 뒤 미리 참가시청을 낸 두 대회를 참가하고 귀국하려던 참이었다.

‘굿바이 대회’로 생각한 것이 9월에 열린 먼싱웨어 도카이 클래식인데 김하늘이 그만 우승해버렸다.

이 우승으로 그의 운명도 급U턴을 했다. 일본 코스에 대한 이질감도 사라지고 ‘일본에선 뭔가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누그러지면서 새로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각오로 동계훈련도 열심히 해 2개 대회 연속 선두에 나서는 좋은 징조가 나타나더니 세 번째 대회에서 대망의 시즌 첫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사실 김하늘이 지닌 기량과 미모, 매력으로 보면 진작 JLPGA의 아이돌이 되었어야 했다. 지난해 전인지가 잠깐 JLPGA투어에 들러 일본여자오픈과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자 일본 골프팬들은 일본선수와는 차원이 다른 그의 플레이는 물론 품격 있는 미모에 넋을 잃었다. 많은 기업들이 스폰서를 자청하며 JLPGA투어 진출을 타진했으나 그의 마음은 이미 LPGA투어로 떠나 있었다.

김하늘 역시 전인지와 다툴 기량과 미모를 갖추었지만 그동안 객관적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펜들의 마음을 빼앗지 못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이보미와 함께 일본의 ‘쌍두 골프스타’로 부상할 기회를 잡았다.

김하늘과 한 테이블, 혹은 옆 테이블에서 식사할 기회가 몇 번 있었던 내 시각엔 그는 거의 완벽한 미인이었다. 169cm의 늘씬한 키에 어느 부분 하나 모자람 없는 뚜렷한 이목구비, 미소가 번지는 표정,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눈빛, 하얀 대리석 같은 피부, 친밀감이 느껴지는 태도 등. 같은 테이블에 앉은 아버지뻘 남성들이 모두 그의 미모와 심성에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그에게선 특별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실력이 뒤따르지 않는 미모에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편인 일본의 골프팬들이 김하늘의 우승으로 마음 놓고 김하늘을 사랑할 필요충분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어딘가 미숙한 여고생 분위기, 모범생처럼 보수적이고 단정한 옷차림, 개성 없는 외모 등 자국선수들에 식상했던 일본의 골프팬들에겐 품격 있는 아우라는 풍기는 김하늘이나 전인지는 일본선수와 차원이 다른 역대급 스타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하늘이 이보미와 느낌이 다른 글래머 골프스타로 발 돋음 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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