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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리디아 고와 주타누간의 차이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CC 다이나쇼 코스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 대회는 여러 모로 골프의 진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 골프에서 천당과 지옥은 등을 맞대고 있고,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자에게 그만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드라마처럼 엮어냈다.

이미 직전 칼럼 ‘리디아 고가 증명한 강자의 조건’에서 리디아 고가 승리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밝혔기에 이번엔 LPGA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거의 다 잡았다가 허무하게 놓친 아리아 주타누간(태국·20)의 플레이를 통해 귀중한 골프 교훈을 반추해보고자 한다.

아리아 주타누간은 언니 모리아 주타누간(22)과 함께 아마추어 시절부터 리디아 고, 김효주 등과 함께 미래의 골프스타로 주목을 받아 왔다. 다섯 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주타누간은 좋은 신체조건에 부드러운 스윙까지 갖춰 골프전문가들은 이들 자매의 LPGA투어 우승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였다.

선두(미국의 렉시 톰슨)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주타누간은 렉시 톰슨이 심한 기복을 보이며 타수를 까먹는 사이 리디아 고와 ‘특급신인’ 전인지(22) 등과 공동선두로 나서는 등 선전하다 15번 홀까지 공동 2위 그룹과 2타 차이로 앞서나갔다.

전체적인 흐름은 주타누간의 우승이 예견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6번 홀에 접어들면서 주타누간의 낯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 우승을 목전에 두고 흥분한 탓인지 평온하던 얼굴에 긴장감이 돌고 스윙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

16, 17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더니 18번 홀에선 우드로 티샷한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져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전 기회도 놓치고 4위로 주저앉았다.

반면 여러 차례 보기 위기를 넘긴 리디아 고는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면서 주타누간에 2타 차이, 공동2위 그룹인 전인지와 영국의 찰리 헐에 1타 차이로 우승하며 ‘호수의 여인’이 되었다.

주타누간에겐 우승 문턱에서의 좌절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태국에서 열린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마지막 홀을 남기고 박인비(28)에 두 타차로 앞서고 있었으나 파5 18번 홀에서 무리하게 2온을 노리다 볼이 벙커 턱에 박히면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박인비에게 우승컵을 바쳤다.

2015년 시즌 개막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 대회에선 연장전에서 김세영(23)에게 패했고 ISPS 호주 여자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로 나섰다가 4라운드에서 4타를 잃어 리디아 고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주타누간의 패인은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평정심을 잃어 평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탓이 크다. 아예 드라이버를 빼놓고 페어웨이 우드와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할 정도로 지나치게 방어적인 플레이를 해온 것도 어떻게 보면 그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에 기인하는 것 같다.

줄곧 방어적인 플레이를 하다 마지막 홀에서 거리 욕심을 내고 무리한 티샷을 한 것 또한 자신의 리듬과 맞지 않았다. 페어웨이 우드로 그런 터무니없는 샷을 날린다는 것은 프로선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면 리디아 고는 그다지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진 않았으나 기복 없는 안정된 플레이, 위기에서도 정신줄을 놓치지 않는 강한 정신력, 적당한 집중과 이완, 끈기 있게 기회를 기다리는 인내심으로 최연소 메이저대회 2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리디아 고의 플레이 모습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전인지와 박성현에게 희망과 과제를 함께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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