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PGA투어에서의 태극전사들의 행진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경주, 양용은이 이끌고 그의 후배들이 가열 차게 뒤따르며 뚜렷한 분파를 형성해온 한국 남자골프가 PGA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소니오픈에서 예상 밖의 부진으로 순조로운 흐름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에서 열린 소니오픈 2라운드에서 한국선수들이 대거 컷 통과에 실패했다.

PGA투어 시즌 개막전은 앞서 5~8일 열린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이지만, 지난 시즌 우승한 선수 34명이 참가하는 이벤트성격의 대회라 소니오픈이 사실상 개막전이나 다름없다.

이 대회에는 최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김시우와 맏형 최경주, 군에서 전역해 복귀한 배상문 등 한국선수 6명과 한국계선수 5명이 대망을 품고 참가했으나 김시우(2언더파)와 재미동포 제임스 한(4언더파)만 컷을 통과했다.

첫날 이글을 포함해 4언더파를 쳐 선두와 3타 차이 공동11위로 출발한 배상문은 이튿날 3타를 잃고 한 타 차이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맏형 최경주도 중간합계 1 오버파 공동 87위로 3라운드 진출이 좌절되었다.

시즌 초반 대회에서의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대충 그해 수확을 짐작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김시우를 제외하곤 이목을 끄는 선수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1월에 배정된 4개 대회 중 이제 겨우 2개 대회의 결과를 놓고 한 해 골프농사를 점치는 것은 섣부르긴 하다.

18홀 라운드로 치면 이제 겨우 한두 홀 지난 셈이다. 보통 라운드에서 두세 홀 지나야 몸이 풀려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듯이 시즌 초반은 기량 점검, 컨디션 조절 또는 클릭 조정 시기로 봐야 한다. 선수들의 진면목은 시즌 초 한두 달은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난다. 이를 감안해도 올 시즌 PGA투어에서의 한국골프의 농사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선수단을 이끌던 최경주가 스윙까지 교정하는 열의를 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지만 3년 후 챔피언스 투어 대비가 실제 목표이고 야생마 양용은은 JPGA투어로 무대를 옮겨 “나를 따르라”며 깃발을 치켜들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군이 없는 상황이다.

김시우는 분명 대성할 재목이지만 성장기에 있는 선수고, 배상문은 기량은 인정되지만 장기간의 공백 기간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PGA투어에 적응하느냐가 과제로 남아있다. 그밖에도 많은 선수들이 PGA투어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우승권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LPGA투어에선 우승 가능한 한국선수가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인데 PGA투어에선 후보를 꼽기가 어려운 판이 된 것이다.

최근 LPGA.com 홈페이지는 올해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5명을 소개했다. LPGA.com과 SymetraTour.com의 컨텐트 메니저와 시메트라 투어의 미디어 매니저를 역임한 브렛 레스키(Bret Lasky)는 이 칼럼에서 모리야 주타누간(태국), 마리나 알렉스(미국), 조디 이워트 샤도프(영국), 엔절 인(미국), 넬리 코다(미국), 니콜 브로치 라르센(덴마크) 등 5명을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릴 후보로 꼽았다. 이들은 신인이 아니다. LPGA투어나 유럽투어에서 활약해오며 기량은 출중한데도 우승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1 우승 후보 모리야 주타누간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아리야 주타누간의 한 살 위 언니인 모리야 주타누간은 동생보다 2년 앞서 2013년 LPGA투어에 들어와 그해 신인상을 받을 만큼 주목받았으나 이후 빛을 보지 못했다. 통산 7승을 올린 동생 아리야 주타누간의 그늘에 가려 우울한 나날을 보낸 그는 2017년 분발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28개 대회에 참가해 톱10에 11차례, 톱20에 21차례 진입해 상금순위도 9위로 뛰어올랐다.

브렛 레스키는 모리야 주타누간을 첫승 제1 후보로 꼽은 이유로 지난 시즌 버디 428개로 최다기록을 세웠고, 파온 시 퍼팅 수 5위에 오른 통계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의 우승을 위해 ‘멀리 보지 마라(Don't look far.)’고 충고했다. 이미 7승을 올린 동생 아리야 주타누간을 따라잡겠다는 마음을 갖지 말고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라는 의미심장한 충고다.

브렛 레스키가 모리야 주타누간에게 던진 충고는 김시우, 배상문 등 한국선수들에게도 유효해 보인다.

모리야 주타누간이 잘 나가는 동생 아리야 주타누간을 의식해 ‘나도 빨리 우승을 동생에게 뒤처지지 말아야지’하는 조급증으로 오히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긴 슬럼프에 빠졌듯 한국선수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1살의 나이에 제5의 메이저대회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시우나, 한국투어를 제패하고 PGA투어 2승 등 국제대회 4승의 배상문은 승수 추가에 대한 조급증이 모리야 주타누간 못지않을 것이다.

누가 최경주의 바통을 넘겨받아 한국 남자골퍼의 맥을 이어갈지 궁금하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