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담배 연기 찌든 경기장 더 이상 안돼

프로스포츠의 인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관중석 안팎의 꼴불견 행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포츠한국에서는 경기장 흡연 문제부터 과도한 욕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쓰레기 등 경기장의 어두운 민낯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번 캠페인이 올바른 관중 문화 조성의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 편집자 주

▲ 금연장소에서 버젓이 흡연, 어린이 등 비흡연자 건강 위협

수많은 비양심의 연기가 경기장에 뿜어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인 840만68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올해도 전반기에만 500만 이상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3년 연속 800만 관중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야구장을 가득 채우는 것이 평균 1만명 이상의 관중들만은 아니다. 관중들 중 흡연자 손에 쥐어진 담배, 그리고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해로운 연기 역시 경기장 이곳저곳을 뒤덮고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 두 팀이 뜨거운 승부를 펼치고 있다면 관중들이 통행하는 경기장 입구 및 복도 등에서는 간접 흡연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비흡연자, 특히 수많은 어린이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지정된 장소, 즉 흡연 부스 또는 흡연 구역이 아닌 금연이라는 안내 문구가 버젓이 걸려 있는 곳에서도 양심을 등지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입구나 복도에서 수시로 흡연을 하는 관중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닝 교대, 그 중에서도 클리닝 타임과 같이 경기가 잠시 쉬어가는 시점, 이를 통해 많은 관중들이 화장실을 찾거나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관중석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 집단 흡연이 이뤄지고 있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내가 먼저 금연구역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행위’는 서로 주저하는 모습이지만 ‘누군가가 불을 붙인 직후’에는 ‘나 하나 쯤이야’와 같은 인식이 흡연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형태다.

하지만 이 무렵 간접 흡연의 피해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많은 관중들이 화장실 앞, 매점 등에서 줄을 서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고스란히 그 연기가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물론 청소부들이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것을 외치는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허공을 떠도는 메아리 수준이다. 수많은 흡연 인원을 통제하기에는 청소부의 숫자가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시비에 휘말릴 여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제지하기도 어렵다. 청소부의 대부분은 50~60대 왜소한 체격의 여성들이다. 많은 흡연자들이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흡연 구역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도 있다.

실제 잠실구장을 예로 들면 출입구 쪽과 함께 좌석 최상단 통로에도 흡연 부스가 마련돼 있지만 수많은 흡연자를 수용하기에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좌석에 따라 동선이 너무 긴 경우도 있다. 이미 가득 찬 부스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바로 옆에서 흡연을 하는 이들이 상당수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해서 줄을 서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보지 않듯 흡연 부스가 가득찼다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부스를 이용하면 된다. 그 기다림이 싫다면 이닝 교대 시간이 아닌 경기 중 부스를 이용해도 된다.

물론 흡연 시설 확충이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경기장 흡연 벌금 10만원…실제 단속은 불가능

잠실구장 출입구 쪽 흡연 부스의 경우 내부에 상당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스 밖에 나와 흡연하는 다수의 관중들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입구에 비치된 모니터를 통해 경기를 계속해서 보기 위해서다.

또한 내가 내뿜는 담배 연기는 상관이 없지만 남의 연기가 내 옷에 스며드는 것은 싫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도 있다.

실제 출입구에서 흡연을 하고 있던 관중들에게 그 이유를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상당수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당신 누구냐’, ‘왜 나만 걸고 넘어지냐’ 식의 적반하장 태도를 취한 관중들도 있었다.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그 자체로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데 상당수의 흡연자들이 꽁초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가래침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

잠실구장 한 쪽 출입구에서 취재 도중 클리닝 타임 동안 버려진 꽁초들을 수거해보면서 수많은 버려진 양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꽁초를 손으로 줍는 동안, 그리고 그 광경을 뻔히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부스 밖 흡연 및 꽁초 투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부스 안 재떨이까지의 거리는 불과 5m 이내. 이들에게 과연 흡연 시설 부족을 핑계로 걸고넘어질 자격이 있을까.

경기장에서 금연을 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한다. 하지만 수많은 관중들을 단속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A구단 경호업체 직원 B 씨는 “일반 스태프들이 담배를 태우지 말라고 말하면 팬들께서 전혀 듣지를 않으신다. 금연 문구가 써 있는 라인 쪽에 배치된 경호원들조차 워낙 많은 분들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예매율에 따라서 투입 인원이 다르지만 주말에는 40명 정도만 배치되는 편이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C구단의 경호업체 직원 D 씨는 80명 내외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전했다.

D씨는 “적시해놓은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원칙상 강제 퇴장을 지시할 수는 있다. 흡연의 경우 경기 방해 행위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이다”고 밝히면서도 “하지만 1차적으로 권고 또는 경고 수준의 조치를 취할 뿐이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그라운드 난입, 또는 위험 물품 투척 행위, 중대한 상황에서 경기를 중단시키는 행위가 아닌 경우 퇴장을 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는 설명을 보탰다.

▲ 실질적인 인식 전환 노력 필요…계도 통해 자발적인 금연 유도

경찰들이 야구장에 순찰을 나오기도 하지만 주로 암표, 만취, 소란 행위에 대한 단속 또는 교통 안내가 주된 임무다. 또한 흡연 단속 관할 기관들 역시 야구장과 같은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

C구단 홈구장의 흡연 단속을 관할하는 보건소 관계자 E 씨는 “과태료 부과를 위해 구장 쪽에 말을 해놓아도 일단 출입부터 통제를 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사전에 고지를 하고 나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불시 또는 수시점검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E씨는 이어 “관중을 1대1로 마킹해 신분증을 받아서 확인서를 발부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내 체육시설도 아닌 야구장처럼 1만명 단위의 관중이 몰리는 곳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사실 과태료를 부과하려해도 행정적 불합리성을 걸고 넘어질 경우 우리가 드릴 말씀이 없다. 때문에 과태료 부과보다는 계도를 하거나 캠페인을 진행해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는 쪽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와 비교하면 많은 홍보가 이뤄졌고 시민의식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흡연 구역 및 비흡연 구역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안타까운 장면들이 다수 발견되는 것이 사실이다.

보건소 관계자 E씨는 “아무래도 경기 자체가 과열되다보면 평소에는 잘 지키시는 분들도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하시는 것 같다”며 “요즘에는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많이 찾기 때문에 간접흡연에 대해 인식을 더욱 예민하고 민감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철저한 단속과 관리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관련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듯 수많은 관중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관중들의 양심이 가장 중요하다. 박대웅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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