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의 인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관중석 안팎의 꼴불견 행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포츠한국에서는 경기장 흡연 문제부터 과도한 욕설, 쓰레기 문제 등 볼썽사나운 경기장의 어두운 민낯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번 캠페인이 올바른 관중 문화 조성의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 편집자 주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숨기는 관중들이 있습니다.”

1997년 당시 해태 김응용 감독은 심판에게 항의를 하던 중 관중석에서 날아온 참외에 뒤통수를 맞았다. 1999년 롯데 외국인 타자였던 호세는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던 중 뜨거운 컵라면 국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가 흔했던 1980~90년대에 비해 프로스포츠를 관전하는 팬들의 의식은 놀랄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일부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경기장 오물 투척 관련 사고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이대호가 부산 홈경기가 끝난 뒤 퇴근길에 팬이 던진 치킨 박스를 맞았다. 6월 청주에서는 관중 난입에 이어 외야에서 오물이 그라운드로 투척됐다. 7월21일에도 잠실 라이벌전 경기 막판 음식물이 외야로 날아들었다. 관중들이 작심할 경우 훨씬 더 위험한 물건이 투척될 여지도 충분하다.

▲경기장 출입구는 눈치싸움 중

KBO는 지난 2015시즌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야구장 환경을 조성하고 성숙한 관람 문화 정착을 돕기 위해 `SAFE 캠페인'을 도입했다.

선수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류 및 캔·병·1리터 초과 페트 음료의 경기장 내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 `SAFE 캠페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KBO의 경기장 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류는 경기장 입장 시 일회용컵에 옮길 경우, 미개봉 상태의 1리터 이하 페트 용기에 담긴 경우 반입이 허용될 수 있다. 6도 이하의 저도 주류 역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여러 구장을 돌아본 결과 반입 금지 물품을 숨기고 입장하는 관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좌석에서 캔맥주 또는 6도를 훌쩍 넘어가는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잠실구장의 경우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술을 일회용 용기에 옮겨 담도록 요청했지만 권고 수준이었으며 소지품 검사가 꼼꼼하게 이뤄지지도 않았다. 당연히 불법 반입된 물품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가방 내부까지 철저하게 확인한 뒤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구장들도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꼼꼼한 검사를 뚫고 금지 물품을 기어이 반입하거나 직원과 실랑이가 일어나는 등 캠페인에 협조하지 않는 관중들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고척 스카이돔 안내 요원은 “모든 관중들을 대상으로 검사하고 있는데 자주 적발해내는 편이다. 몇몇 관중들은 ‘왜 반입이 안 되느냐’며 따지기도 하고 ‘그냥 통과시켜 달라’며 막무가내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안내 요원은 “한 출입구에서 소주 20병 이상을 회수하기도 한다. 가끔은 단속을 뚫고 경기장 내부로 뛰어가는 분들도 있다. 인상착의를 무전으로 전달해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비양심

경호원들은 관중들이 반입 금지 물품을 교묘하게 숨기고 입장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페트병에 소주를 담아 물처럼 위장하는 것은 초보 단계. 페트병을 흔들었을 때 소주와 물의 반응 차이가 뚜렷해 대부분 적발된다고 한다.

하지만 바지 안, 양말 속, 여성 핸드백, 심지어 피자나 치킨 상자 안에 소주 팩을 넣어 반입하는 관중들은 사실상 적발이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는 경호원들이 구장 내부를 돌면서 소주를 수거하거나 캔맥주를 일회용 용기에 담도록 권장하는 수준이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경호원은 “다른 관중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행위,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제재를 하려고 한다”고 밝히면서도 “관람객들 입장에서는 즐기기 위해 경기장에 오셨기 때문에 강한 통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 얼굴을 붉힐 수 있는 일이다”며 단순한 반입만으로는 강력한 제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경호원은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은 꼭 문제가 생긴다. 경호원들이 자제해줄 것을 요청해도 이에 따르지 않고 반발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특히 20대 초반의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맥주를 일회용 용기에 옮겨줄 것을 요청했는데 기분이 나쁘다며 맥주를 직원에게 뿌린 일도 있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며 관중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SAFE 캠페인이 보완해야 할 점

경기장 출입구에서 캔 반입을 막고 있지만 정작 구장 내 편의점에서는 버젓이 캔맥주를 팔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관중들이 캔맥주 반입을 막는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일반적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구장마다 대부분은 판매자가 직접 캔맥주를 일회용 용기에 옮긴 뒤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별도의 테이블을 구석에 마련해 구매자가 옮겨 담도록 하는 구장도 일부 있었으며, 이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캔 반입의 우려가 있었다.

모 구단 담당자가 확인시켜준 식품 판매 및 관리 규정에 따르면 셀프 테이블을 설치해 관람객 스스로 캔을 종이컵에 옮기도록 조치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관중석 캔 반입이 이뤄지지 않도록 적극 관리해야한다는 항목이 삽입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이다.

그러나 그 빈틈을 파고드는 관중들도 있기 때문에 관리가 좀 더 꼼꼼하게 이뤄질 필요는 있다.

구장 내부에서의 캔맥주 판매 뿐 아니라 SAFE 캠페인의 모순은 더 있다. 캔맥주 반입은 막고 있지만 보온병, 라면 국물 등 투척 시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는 물품들에 대한 반입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SAFE 캠페인 규정 자체를 좀 더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KBO 관계자는 “사실 강하게 제지하는 구단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구단도 있는데 권고를 할 수는 있어도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SAFE 캠페인은 쉽게 말해 어느 정도까지의 선은 지켜달라는 지침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KBO 관계자는 “SAFE 캠페인의 핵심 취지는 결국 모두의 안전한 관람이다”며 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하면서 매년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현실적인 부분에 맞게 서서히 수정하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대웅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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