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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흔세 살 임창용, 이 남자가 살아가는 법

‘삼시세끼+승부근성’ 롱런 원동력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 한다. 하물며 자신의 타고난 신체를 앞세워 운동을 업으로 삼는 운동선수들은 이 말을 더욱 실감한다. 가볍게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은퇴한 선수다.

그는 "하루하루가 다르다. 어떤 날은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힘을 느낀다. 하지만 또 어떤 날은 내가 선수로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실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 한다.

이 편차가 더욱 심해지고 이제는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느끼는 날, 그때가 바로 선수 스스로가 유니폼을 벗는 순간이라 말한다. 이처럼 운동선수에게 '오래 뛰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큰 소망이다.

하지만 오래 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실력이 겸비되지 않는, 자리 채우기는 본인도 힘들고 모두가 힘들다. 그러나 실력과 경험, 베테랑의 존재감을 모두 보여주는 선수가 있다. KIA 임창용(42)이다.

살아있는 레전드, 임창용이 걸어온 발자국

1976년생, 한국 나이로 43살인 임창용은 프로 24년차 선수다. 어느덧 40대 중반이다. 지난 9월 1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그는 한·미·일 통산 1000경기 등판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오래 주전으로 나올 수 있는 포수나 다른 타자의 경우, 1000경기 출전이 매우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투수는 다르다. 보직 자체가 다르다 보니 경기 출전 수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임창용은 지난 1995년 해태 입단 이후, 24년간 KBO리그에서 756경기, 일본 프로야구에서 238경기, 메이저리그에서 6경기에 나와 정확히 1000경기를 채웠다. 기록도 대단하다.

KBO리그 18년을 뛰며 1704이닝에 등판했고, 129승 85패 258세이브 19홀드 1454탈삼진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뛴 5년도 238경기에 나와 233이닝, 11승 13패 128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를 찍었다.

메이저리그 시카코 컵스에서도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다. KBO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1000경기 출전. 말이 쉽다. 10년간 100경기, 20년간 50경기를 나와야 한다. 그것도 한·미·일 3개국이다.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뛰었기에 가능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결코 쉽지 않은 기록이다. 그럼에도 'KBO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 임창용은 지금도 쉬지 않고 던지고 있다.

>잠과 삼시세끼 식사, 휴식이 최고의 보약

24년을 넘게 뛰었다. 야구를 막 시작했던 어린 시절까지 포함하면 평생 야구만 하고 살았다.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공을 내려놓은 지 오래지만, 그는 여전히 뛰고 있다. 하지만 임창용은 항상 덤덤하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타고난 몸도 있겠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다면 지금의 임창용은 불가능하다. 과연 어떻게 몸 관리를 하기에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일까. 무척 궁금해진다.

특별히 챙겨 먹는 보양식은 없다고 한다. 대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식사를 거르는 일은 결코 없다. 무조건 하루 세 끼, 아침과 점심 저녁 모두 챙겨 먹는 것이 그의 식습관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쉽지 않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도 그가 강조하는 것은 휴식이다. 임창용은 "잠이 잘 드는 스타일이다.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특별히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잠을 잔다"라고 말한다.

원정경기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에도 그는 버스에서 가능하면 잔다. 자는 것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고 아무리 못 자도 8시간 이상은 푹 잔다. 8시간은 기본, 여차하면 더 잔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10시간 이상도 잔다. 많이 자는 것, 먹고 자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몸 관리 중 하나다. 물론 휴식이 전부는 아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도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흔히 말하는 '루틴'이다. 경기에 나서는 날에 맞춰서 본인의 몸 상태를 준비하는 것, 혹여 슬럼프가 와도 빨리 극복하고 자신의 신체 리듬을 적절히 맞추는 것, 그만큼 선수에게 루틴은 중요하다.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 임창용은 스트레칭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임창용처럼 오버핸드가 아닌 옆으로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의 경우, 부상의 위험이 더 클 수 있기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그는 "다른 선수들도 똑같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스트레칭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예를 들어 다른 선수가 10분을 하면, 저는 5분 더 해서 15분 정도를 한다"고 소개한다.

본인이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시간에 더 투자하고 비중을 늘린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스트레칭에 할애하는 것이 벅차기도 하지만, 결국 이것이 그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나이보다는 실력…"젊은 선수들에 근성은 뒤지지 않는다"

올해 신인왕이 유력한 KT 강백호는 1999년 생이다. 임창용이 프로 5년차에 태어났다. 더욱이 지금은 사라진 쌍방울, 현대, 태평양 같은 팀을 상대로도 공을 뿌렸다. 그가 오래 뛴 것이 정말 실감 난다.

그 역시 젊었던 시절이 있다. 해태와 삼성에서 뛰면서 그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선발과 마무리, 보직을 가리지 않는 '애니콜'이라는 명예스러운 별명도 이 시기에 나왔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을 거치며 10년 넘게 마무리로 뛰었던 그는 올해 다시 선발로 돌아와 타이거즈에서 대활약 중이다. 팀이 5강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임창용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선발로 돌아온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젊었을 때는, 그 무엇도 다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40살이 훌쩍 넘은 노장 중의 노장이다. 과정 자체는 매우 힘이 들었지만,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물론 젊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난다. 그때만 해도 선발로 나와 100개 이상 던져도 다음 날에 바로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준비되어 있었다"며 과거를 떠올린다.

대신 그는 "지금은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던지고 난 뒤, 간단한 캐치볼을 통해 몸 상태를 점검하고 그 다음 날에는 아예 공을 던지지 않고 런닝만 한다"고 말한다.

불펜 경험이 많지만, 단순히 비교하면 선발 전환은 오히려 그에게는 메리트가 됐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기간, 그는 전반적인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많은 공을 던지는 '선발 체질'로 탈바꿈했다.

불펜일 경우, 항상 대기를 해야 하지만, 선발은 정해진 스케줄이 있다. 트레이닝 파트가 주는 스케줄도 있고 본인 루틴도 있기에 한차례 공을 던진 뒤,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지난 9월 29일 한화전에서 임창용은 6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며 통산 130승 달성에 성공했다. 임창용 본인도 자신의 시즌 10번째 선발 출전에서 거둔 승리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당시 그는 "언제 운동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는 베테랑들이 마음 놓고 실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프로는 실력이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고 그런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의 말대로 다른 직종보다 스포츠의 경우, 능력이 아닌 나이를 더 우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풍토가 이어지다 보니 괜히 베테랑은 위축이 되고 작아진다.

하지만 임창용은 "구위나 이런 것을 떠나 타자와 승부를 할 때,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임하는 그런 자신감과 승부 근성은 지금도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타고난 몸과 철저한 관리도 중요하지만, 임창용이 지금까지 공을 뿌리며 베테랑으로 롱런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이러한 그의 마음가짐이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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