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룰 것 없는 최강희 감독의 ‘전북 현대’ 12년

2005년 7월, 전북 현대 감독으로 부임해 2011년 11월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까지 6년반,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2013년 7월부터 다시 전북으로 돌아와 2018시즌까지 5년반.

최강희(59) 감독은 전북 현대에서 정확히 12년을 감독으로 지내며 한국 축구, 아니 한국 스포츠에 다신 없을 감독사를 새로 썼다.

모든 것을 이룩하고 더 이룰 것이 없어 최강희 감독은 중국으로 떠난다. 전북은 22일 “올시즌을 마치고 최강희 감독이 중국의 톈진 취안젠으로 떠난다”고 공식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에 연봉 750만달러 수준의 초거액 특급대우다.

이제 전북은 구단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의 시기를 앞두게 됐다. 그동안 최강희 감독의 존재는 전북에서 절대적이었다.

▶첫해부터 FA컵 우승, 06 ACL 우승이 만든 전북 왕조의 시작

울산 현대 레전드 출신으로 1986년 K리그 MVP를 차지할 정도로 유능했던 최강희는 1992년 은퇴 이후 수원 삼성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2년만에 수석코치로 승격했다.

3년간의 수원 왕조 시절에 김호 감독 곁에서 수석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은 최강희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코치를 거친 뒤 2005년 7월 전북 현대를 통해 첫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2005년 전북을 이끌자마자 FA컵 우승을 차지한 최 감독은 우승컵 덕에 얻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으로 2006년 아직도 회자되는 거짓말 같은 경기력으로 아시아 정상에 오른다.

워낙 극적인 경기도 많았고 아시아 우승을 하기엔 버겁다는 평가 속에서도 최 감독은 첫 감독 풀타임 시즌에 아시아 정상을 정복하며 단숨에 한국축구계의 거물로 우뚝 선다.

▶이동국과 함께… 1년 반 동안 자리 비워둘 정도로 컸던 전북의 믿음

ACL 우승을 계기로 현대자동차 그룹 역시 전북 구단에 큰 관심을 가지며 투자하기 시작했고 최강희는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리며 ‘만년 중위권’ 전북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2009시즌을 앞두고는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이동국과 김상식을 영입해 창단 첫 K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이동국은 직전시즌 성남에서 13경기 2골에 그쳤으나 전북 이적 후 36경기 26골로 MVP, 득점왕, 우승 트리플 크라운을 해냈다.

이동국을 주축으로 전북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K리그를 이끄는 리딩클럽으로서 과감한 투자와 스타플레이어 영입으로 FC서울과 수원 삼성, 울산 현대와 맞서는 빅클럽으로 성장한다.

2011시즌에도 전북에 우승컵을 안긴 최강희는 그러나 2011시즌 종료 후 조광래 감독이 사퇴한 축구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 감독으로 옮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을 떠나면서 “월드컵 진출만 확정짓고 돌아오겠다”고 했고 실제로 전북도 1년 반 동안 감독대행 체재로 보내며 최 감독을 기다렸다.

대표팀 감독으로 떠났음에도 1년 반을 기다린 전북이나, 1년 반 이후 정말로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전북으로 돌아온 최강희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를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전북 왕조 완성… 5년간 매년 우승

2013시즌 중반 대표팀에서 다시 돌아온 최강희는 K리그에 불어닥친 긴축재정 바람에 아랑곳없이 공격적인 투자와 전력보강을 통해 2014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5년간 매년 우승을 달성해냈다.

2014, 2015, 2017, 2018 K리그1 우승, 2016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매년 우승컵을 놓치지 않으면서 과거 수원 삼성이 1998~1999 연속 우승을 해내고 성남 일화가 2001~2003시즌 3년 연속 우승을 해내던 ‘왕조’를 뛰어넘는 진정한 ‘전북 왕조’를 이룩했다.

전북은 국가대표급 선수를 로테이션으로 둘 정도로 선수자원이 깊고 넓은 것과 동시에 최 감독 특유의 이기고 있어도 또 골을 원하는 ‘닥공 축구’로 K리그 최고 흥행클럽이자 명문클럽으로 우뚝 섰다.

서울, 수원 등 전통 명문들의 2010년대 중반부터의 몰락과 반대로 전북은 최강희 감독 체재에서 만년 중위권 클럽에서(2005년 이전), 명문팀 도약(2011년까지), 왕조 건설(2014~ 2018년)까지 모든 것을 이뤄냈다. 더 이상 전북과 K리그에서 할 일은 없을 정도로 그 자체로 전설이 된 최강희다.

▶지울 수 없는 심판매수와 측근 자살의 그림자

한국의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도 한 감독이 이렇게 12년이나 지휘한 사례도, 그리고 이렇게 많은 우승과 구단 내에서 전설적인 입지에 오른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마무리 역시 좋지 않은 ‘경질’이 아닌 모든 걸 이뤄서 떠나는 ‘이별’ 역시 생소하다.

그럼에도 최강희 감독과 전북은 씻을 수 없는 원죄를 한국 축구에 남기기도 했다. 2016년 도중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진 전북 스카우터와 심판간의 돈거래에 따른 심판 매수, 이를 대처하는 소극적인 방식, 이후 해당 스카우터가 경기장에서 목을 매 자살한 일까지 한국 축구사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최 감독이 대표팀에 몸담은 2013시즌 초반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해야하지만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과 ‘구단도 피해자다’라는 발언, K리그 전체 신뢰를 떨어뜨렸고 안타까운 생명이 떠나갔다는 점은 안타깝게도 최 감독의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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