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다.

화합과 평화를 위한 물꼬를 트고 있는 남·북 체육계가 이번에는 올림픽 공동 개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남북은 지난 2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체육분과회담을 열고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의향서를 담은 서신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한 첫 걸음을 본격적으로 내디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은 내년 1월 남자 세계핸드볼선수권대회 단일팀 구성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일본) 올림픽에도 여러 종목에 단일팀을 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남북 체육교류의 범위와 규모를 점점 더 넓혀 궁극적으로 남북 평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가 깔린 행보다.

남북공동선언문 이후, 체육계 실무 첫 걸음

체육분과회담의 배경에는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당시의 남북 공동선언문이 깔려 있다.

당시 남북 공동선언문에는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고,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고위급 회담에 이어 2일에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을 필두로 한 체육분과회담이 열렸다. 남북 공동선언문이 바탕이 된 실무회담의 물꼬를 체육계가 튼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IOC에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서신 전달하기로 하는 한편,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 출전을 위한 실무적인 문제들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내년 1월 2019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시키는 것도 합의점을 찾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단일팀, 6~7개 종목 추진

이번 실무회담의 첫 결실은 남자 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이다. 국제핸드볼연맹(IHF)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팀 규모는 대회 기준인 16명에서 20명으로 엔트리가 확대되고, 늘어난 4명을 북측 선수들이 채우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단일팀은 늦어도 내달 합동 훈련을 시작해 내년 1월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독일과의 개막전을 통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종목별 단일팀 구성에도 속도가 붙는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만 급조돼 출전했다면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종목수와 준비과정 모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일팀은 우선 구성에 대한 단체와 선수의 동의를 얻은 종목에 한해 남북의 합의, 그리고 국제연맹과 IOC와 합의하는 순서를 거쳐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선수 동의를 반드시 전제하기로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일방적인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선수가 나올 경우에 대한 논란을 대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스포츠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사전에 불식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미 대한체육회가 각 종목 연맹·협회에 의사를 타진한 결과 10~11개 종목이 단일팀 구성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회는 이 중 6~7개 종목을 북측에 제안한 상태. 북측이 동의하는 종목에 한해 본격적인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이 추진된다.

IOC도 환영한 올림픽 공동개최, 남북 화합 '지름길'

지난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그랬듯, 향후 구성되는 남북 단일팀들 역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단일팀의 행보와 세계적인 관심은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과 맞물려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IOC도 남북의 올림픽 공동개최 의사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IOC는 “현재 진행 중인 정치적 대회를 통해 훗날 입후보에 필요한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며 “남북한 스포츠 교류 장려를 통한 관계 개선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뜻을 토마스 바흐 위원장 명의로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개최 협력을 당부하자 “평창에서 시작된 노력이 2032년 하계올림픽으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완성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동개최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남북관계의 핵심이자 세계적인 이슈인 비핵화 문제도 자연스레 매듭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올림픽 공동개최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동개최가 성사되면 비핵화도 자연스럽게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공동개최를 위해 인적 교류는 물론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전례 없는 교류와 함께 남과 북의 거리도 자연스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남북 화합을 위한 길을 체육계가 앞장서 틀 수 있는 셈이다.

현재 2032년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는 국가는 독일과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다. 개최지는 통상적으로 7년 전인 2025년 IOC 총회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지만, 지난해 이례적으로 2024년(프랑스 파리) 2028년(미국 로스앤젤레스) 개최지가 동시에 확정된 만큼 2025년 이전에 개최지가 확정될 수도 있다.

김명석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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