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를 양분지계 했던 것은 이정은(24)과 최혜진(19)이었다.

지난 2016년 신인상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정은은 2017년 화려하게 만개했다. 대상, 상금왕, 다승왕, 인기상, 최저타수 상 등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면서 KLPGA 최초 6관왕에 올랐다.

혹자는 역대 KLPGA에 등록된 동명의 이정은 가운데 6번째 이정은이라서 붙여진 등록명 ‘이정은6’에 맞춰서 6관왕이 됐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왔다.

올해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대회까지 참가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음에도 작년에 이어 상금왕을 가져갔고 최저타수상도 챙겼다. 동시에 지난 11월에 있던 LPGA 퀄리파잉 시리즈에서 8라운드 합계 18언더파를 기록, 102명 중 1위를 차지하며 미국 투어 시드권까지 챙겼다.

최근 2년간 투어를 지배했던 이정은이 미국행을 결정하면서 이제 2019시즌 KLPGA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태풍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선수가 바로 ‘루키’ 최혜진(19)이다.

신지애 이후 12년 만에 나온 신인상-대상 동시 타이틀 석권한 최혜진

최혜진은 프로 무대를 밟기 전부터 존재감을 뿜뿜 알리던 선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 그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S오픈을 직접 관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US여자오픈 현장에 와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데 무척 흥미롭다”라는 말을 남겼고 이로 인해 최혜진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우승을 차지했던 박성현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도 컸지만, 여고생 최혜진을 향한 대중의 시선도 뜨거웠다. 대중이 최혜진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대회였다. 최혜진은 만족하지 않고 꾸준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으로 돌아와 KLPGA에서도 우승을 두 차례나 차지한 그는 올해 당당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루키의 무서움을 알린 최혜진은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따내며 시즌 2승을 완성했다.

그렇게 올해 신인왕과 대상, 그리고 인기상 타이틀을 함께 챙겼다. 신인왕과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지난 2006년 신지애 이후 처음이었다. 상금은 4위에 머물렀지만 루키가 대상까지 챙겼다는 것만 봐도 최혜진은 역대급 괴물 신인이었다.

그는 신인상 및 대상 수상 소감으로 “루키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 가장 받고 싶었던 신인상이라 기분이 좋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당차게 이야기했다.

올해 KLPGA를 양분을 했던 이정은이 미국으로 간다. 2년차 징크스만 이겨낸다면 최혜진이 2019시즌 KLPGA의 ‘원톱’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이정은 없는 KLPGA, 최혜진 독주인가 전국시대인가

최혜진의 플레이 스타일을 짧게나마 표현하다면 ‘시원시원’이다. 스윙이 깔끔하면서도 호쾌하다. 폼만 그렇지 않다. 올 시즌 KLPGA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253야드를 기록, 전체 4위에 오를 정도의 장타력도 겸비하고 있다.

더불어 공격적이다. 언제든 버디를 시도한다. 그리고 성공률도 높다. 버디율 22.222%로 투어 전체 2위다. 여기에 안정감까지 갖추고 있으니 밸런스가 매우 좋다. 그린 적중률도 1위(81.2%)다. 평균타수 역시 2위(70.19타)다. 아이언샷 지수(파4에서 페어웨이 안착시 그린 적중률)도 468번을 시도해 398번을 성공, 85%의 높은 적중률로 2위를 찍었다.

그 결과, 올해 24개 대회에서 ‘톱10’ 안에 무려 16차례나 들어갔고, 그 사이 준우승과 3위를 각각 세 차례나 기록했다. 대회만 나가면 언제든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선수로 인식이 되자 다른 선수들도 최혜진을 더욱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장타력을 겸비한 적극적인 스타일, 여기에 세밀함까지 입혀졌는데 16번이나 ‘톱10’에 들어갈 정도로 꾸준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말 그대로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 역시 최혜진에 대해 ‘단점이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내린다.

자연스레 최혜진은 6관왕을 달성했던 이정은의 2년차 시즌이었던 2017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첫 시즌을 무난하게 소화했기에 다음 해는 더욱 능숙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가 크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KLPGA는 매년 화수분처럼 좋은 선수를 계속 배출했다. 이정은이 미국으로 떠나게 됐지만, 올해 시즌 3승을 챙긴 다승왕 이소영, 그리고 최혜진과 꾸준히 경쟁했던 오지현 등 여러 경쟁자가 있다.

특히 오지현의 경우, 올해 2승을 챙기며 상금랭킹 3위(8억 3308만원)으로 4위 최혜진(8억 2229만원)을 제쳤다. 다른 기록을 봐도 퍼트 1위, 대상포인트 2위, 평균타수 3위 등 오지현은 시즌 내내 최혜진, 이정은을 압박했다.

경쟁자 역시 무시하긴 어렵지만 여전히 2019시즌 KLPGA는 최혜진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과연 프로 2년차가 되는 최혜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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