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축구’만 생각해요.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의 전달수(58) 신임 대표이사는 요즘 ‘축구공부’에 한창이다. 스스로 “어쩌다보니 축구장까지 오게 됐다. 주변에서도 뜻밖으로 본다”며 웃어 보일 만큼 그동안 축구와는 인연이 없었던 까닭이다.

선임 과정 당시 구단 내부에서 이른바 ‘자격 논란’이 불거졌던 것은 당연했던 일. 그를 내정했던 박남춘 인천시장 겸 구단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전 대표이사의 그간 행보를 돌아보건대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표이사로서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에서였다.

주방용품사 사장에서, 프로축구단 대표이사로

충남 홍성 출신인 전달수 대표이사는 1987년부터 인천에 뿌리를 내렸다. 대표이사 선임 전 그의 직업은 주방용품 기업 현호종합물류 대표. 스스로 “그분들(업계 종사자)은 모두 다 나를 알 것”이라고 자부할 정도의 사업가였다.

동시에 그는 인천전국시 도민연합회장이기도 했다. 충남도민회장이었다가 인천 내 각 향우회들이 모인 연합회의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축구와는 접점이 없었으나, 적어도 소통과 화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족적을 남긴 셈. 박 시장의 ‘러브콜’이 향한 배경이었다.

지난해 제안을 받았을 당시 “처음에는 거절했다”는 그다. 축구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 그러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제안을 승낙했다. 전 대표이사는 “구단주께서 ‘정치적인 분들이 아니라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 도와달라’고 하셨다.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내정 직후엔 여러 이야기가 돌았다. 축구계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특히 논란이 됐다. 정치적인 성향이 반대인데도 측근 보은 인사라는 의혹마저 나왔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11월 주주총회에서는 선임이 무산됐다.

그러나 박 시장의 믿음은 굳건했다. 내정을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구단 예산 지급 조건으로 경영진 교체를 내걸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결국 지난해 말 두 번째 주총을 통해 전 대표이사의 선임이 확정됐다.

그는 “사명감을 가지기로 했다. ‘의외의 사람’이 와서 좋은 결과를 내면 사회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효과는 정책이든 인사 시스템이든 결국 시민에게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심 없이, 인천유나이티드에 올인 하는 중”

전달수 대표이사는 인천유나이티드에 ‘올인’하고 있다. 사업은 뒤로 하고 인천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무언가를 맡으면 올인하는 성격”이라며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 한 달 동안 2kg이상 빠졌다”며 웃었다.

그는 “사심 없이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목적을 가지고 대표이사직을 수락한 것이 아닌 만큼, 2021년까지인 재임기간 동안 구단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 대표이사는 “예를 들어 이 자리를 토대로 다음 자리를 생각하는 사심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것이 없다. 사심이 끼면 숲을 봐도 필요한 부분만 보게 된다“며 ”투명한 경영도 할 수 있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신했다.

그렇다고 재임기간만 채우고 나갈 생각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는 그가 평생 동안 가진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무엇을 하든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추구해왔다”며 “자신 있다. 실패도 평가도 두렵지 않다. 대신 그보다 최선을 다했느냐는 자신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고 힘줘 말했다.

시민들이 찾는 시민구단을 향하여

전 대표이사는 최근 한 K리그 회의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는 “수원삼성, FC서울과는 달리 인천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며 “속으로 ‘두고 보자’고 하면서 돌아왔다”고 웃어 보였다.

덕분에 목표도 생겼다. 그는 “K리그가 성장하려면 수원이나 서울이 잘 발전해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인천까지 더해 삼각구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 관중석이 차면 모두가 충격을 받고 배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무맹랑한 목표는 아니다. 인천의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기 때문.

지난해 19골을 넣었던 무고사를 잡았고, 스웨덴 대표 하마드, 올림픽대표 출신 문창진 등을 대거 영입했다. 선수들을 늘 떠나보냈던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전 대표이사는 “이천수(38) 신임 전력강화실장의 공로가 대단히 컸다”고 했다.

안데르센 감독이 ‘폭탄발언’을 해야 했던 일도 없을 것이라 선을 그었다. 안데르센 감독은 ‘다시는 코칭스태프 의견 없이 선수를 영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구단 내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은 바 있다.

전 대표이사는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이천수 실장에게도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어도 충분히 소통하라’고 했다. 안데르센 감독도 선수단 구성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고 웃어보였다.

끊임없는 소통도 약속했다. 그는 “팬들은 물론 유소년 부모님 등 고마운 분들이 많다. 내가 먼저 그분들을 찾아뵐 것이다. 그분들을 모시러 왔다. 그런 마음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찾는 시민구단’을 만들기 위함이다.

전 대표이사는 “축구 보러 와주시는 분들, 특히 시민분이 많아야 한다. 시민들이 찾지 않는 시민구단은 유명무실하다. 팬층을 넓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자긍심을 가지고 떠나는 날까지 유나이티드만, 시민만 생각하고 오직 축구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명석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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