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의 경남FC, 어떻게 기적의 팀이 됐나

경남FC
2019 K리그가 지난 1일 개막했다. 기자는 개막날 경남 창원에서 와 성남FC의 공식 개막전을 취재한 데 이어 5일에는 의 창단 14년만에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데뷔전까지 지켜봤다. 한때 해체설이 나돌고 심판매수로 인해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던 3년전을 생각하며 가히 ‘격세지감’이었다. ‘갱도의 막다른 곳’으로 불리는 막장까지 왔던 는 3년만에 어떻게 재정이 넉넉한 기업구단을 넘어 저예산으로 K리그 준우승과 창단 첫 아시아 무대 데뷔까지 해냈을까.

▶ 해체설-매수-승점 삭감, 이보다 더한 막장은 없었던 경남

2014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져 2006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놓였던 . 당시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2부리그로 떨어지면 구단 운영을 하기 힘들다’는 말을 SNS에 남기며 분위기는 더 최악으로 치닫았고 결국 광주FC에게 패하며 강등됐다. 홍 지사의 예고대로 해체설이 나돌았지만 경남도 감사관실은 를 해체가 아닌 구조조정으로 팀운영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해체는 피했지만 해체설이 나온 지 1년도 안된 2015년 11월 이번에는 전 단장의 심판 매수 의혹이 불거졌고 19경기에 걸쳐 심판이 경남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1983년 설립이후 33년만에 최초로 경남에게 승점 10점을 삭감한 채 2016시즌을 시작하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 정도면 그 험한 갱도의 끝보다 더한 ‘막장’을 마주한 경남이었다. 프로축구단으로서 위신은 바닥을 쳤고 실무 직원이 6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2016년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대놓고 ‘경남은 승점자판기니까 그냥 이기겠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경남은 논란의 팀에서 무관심의 팀, 그렇게 막장에 몰린 팀으로만 여겨졌다.

▶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왕년의 스타’ 김종부 부임, 역사가 바뀌다

2016시즌을 앞두고 경남은 구단 역사에 남을 발표를 한다. ‘왕년의 스타’ 김종부를 감독으로 선임한 것. 올드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인 김종부는 1983 세계 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의 주역이자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불가리아전에 골을 넣으며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첫 승점 획득(1-1 무승부)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부는 프로생활을 일찍 마감하고 거제고 감독을 시작으로 동의대, 중동고를 거치며 약 15년간 학원축구를 경험했다. 김종부 감독은 양주 시민축구단과 화성FC라는 아마추어인 K3리그 소속의 팀의 감독까지 거쳤지만 프로 감독은 경남이 처음이었다. 부임 당시 기자는 클럽하우스가 있는 경남 함안에 내려가 김 감독을 만났다. 당시 김 감독은 “선수는 엘리트코스였는데 지도자는 밑바닥부터 올라갔다. 아마추어 혹은 학원축구 지도자 출신으로서 프로에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낮에는 아마추어 감독을 하며 밤에는 장어집을 병행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절박하기도 했었다”며 엄혹했던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되돌아봤다. 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구단이 패배의식에 젖어있다. 활기가 없다. 부임하고 참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예산도 많이 없었다. ‘조직력의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는 팀 운영방향을 제시했다.

경남의 역사가 바뀌었다. 경남은 승점 10점 삭감으로 시작했음에도 11개팀 중 8위로 첫 시즌을 마쳤고 2017시즌에는 사상 첫 K리그2, K리그1 MVP를 연달아 차지한 외국인 선수 말컹을 영입하며 단숨에 2부리그 우승으로 승격을 해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승격팀임에도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 승강 역사상 승격팀 역대 최고 성적을 새로 썼다. K리그의 명문인 울산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등이 경남의 돌풍에 맥을 못 췄다. 경남은 우승팀 전북 현대 최고 연봉자 3명의 연봉 총액(약 42억원)에 불과 3억 많은 45억원을 선수단 전체 연봉으로 쓰고도 전북 바로 아래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 실무-스카우트 분리, 1천명서 1만명으로 관중증대

거짓말 같은 반전의 가장 큰 공은 김종부 감독과 선수단이다. 하지만 이를 묵묵히 지원해준 사무국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기호 대표이사는 김종부 감독과 함께 부임했다. 평생 공무원 생활만 했던 그는 앞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현장 중심의 구단 운영을 펼쳤다. 선수 스카우트에 관여하기보다 최대한 선수단이 효율적이고 좋은 성적에만 올인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했다. 실무를 맡은 김진택 팀장 이하 직원들은 타구단에 비해 열악하고 적은 지원에도 소수정예로 매경기를 준비했다. 스카우트팀 역시 그냥 ‘잘하는 선수’가 아닌 김종부 감독에게 잘 맞고, 원하는 선수를 뽑는다는 철칙하에 말컹, 쿠니모토, 조던 머치 등을 영입했다. 그러다보니 말컹은 60억원의 이적료를 남기고 경남을 떠났고 EPL에서 206경기나 뛴 머치, 세계적인 명문클럽 인터 밀란에서 뛴 룩 카스타이노스 등이 영입되며 경남이라는 팀의 클래스가 달라졌다.

2015년 강원FC 원정 경기에는 단 한명의 서포터스만이 동행하고 2016년 유료+무료 관중 평균이 1201명에 지나지 않았던 경남은 3년만에 2019 개막전 유+무료관중만 1만 명이 넘는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 당일에는 표를 구하기 위해 경기 2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는 풍경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오직 축구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소수정예로 똘똘 뭉친 사무국, 그 지원을 받아 2016년 20억원, 2017년 26억원, 2018년 45억원(상무 제외 11개팀 중 9위)의 선수단 연봉만 쓰고도 지도력과 조직력만으로 K리그2 8위→K리그2 우승→K리그1 준우승으로 단숨에 달라진 성적을 보여준 김종부 감독과 선수단은 한국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창원=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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