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배구 우승 이끈 전광인-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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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시즌 프로배구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남자부는 현대캐피탈, 여자부는 흥국생명이 우승하여 기쁨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현대캐피탈은 지난 2016-2017시즌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무려 10년 만에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정규시즌과 봄배구를 통틀어 통합우승으로 따진다면 2006-2007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어떤 스포츠든 마찬가지겠지만 배구의 경우는 외국인 선수, 이른바 용병이라 불리는 이들의 활약이 절대적이다.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두 팀의 경우는 외국인, 아니 그 이상의 비중과 활약을 팀 내에서 보여준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현대캐피탈 토종 레프트 (27), 흥국생명 토종 레프트 (22)이다.

두 선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팀 우승을 이끄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사이좋게 챔피언결정전 MVP 타이틀을 따내며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재밌는 사실은 두 선수 모두 리그 최고의 토종 선수인데다 우승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그렇기에 더욱 간절했고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외국인 선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토종 배구 공격수의 시대가 -을 시작으로 다시금 찾아왔다.

‘배구’ 하러 온 에서 ‘우승’ 하러 온 이 되다

전광인
은 성균관대를 다니던 아마추어 시절부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였다. 신체조건(신장 194cm, 체중 83kg)이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월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타점과 점프력, 특유의 유연성을 무기로 탁월한 공격적 재능을 발휘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차기 한국 배구를 이끌 공격수로 점쳐졌다.

2013년 프로배구 드래프트에서 한국전력은 망설임 없이 을 1순위로 뽑았다. 팀 성적은 최하위 꼴찌로 좋지 못했지만, 전광은은 프로 첫 해인 2013-2014시즌 홀로 616득점을 기록하며 경쟁자를 제치고 당당하게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2017-2018시즌까지 5시즌을 한국전력 주축으로 뛰면서 토종 공격수 중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선수로는 톱에 가까웠지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바로 ‘우승’이었다. 한국전력에서 뛸 당시에 봄배구 진출은 한 번이 전부였다.

2017-2018시즌이 끝나고 FA로 시장에 나온 은 한국전력의 구애를 뿌리치고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 3년 5억 2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이적했다. 당시 도 이적 이유에 대해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배구 스타일 자체가 워낙 달랐던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이었기에 도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익히 알려진 일화로는 작년 9월 13일 KOVO컵 KBO손해보험 전에서 작전타임 도중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에 “너 왜 왔어”라고 말하면서 냉정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은 극복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였다. 득점은 466점으로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신 수비나 서브를 받는 부분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팀에 기여하는 선수로 탈바꿈 했다.디그와 리시브를 포함한 수비는 세트당 5.262개를 기록, 수비하는 공격수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고 서브 역시 한 시즌 통틀어 무려 1010개를 받았다. 이 역시 개인 한 시즌 최다 서브 리시브 기록이었다.

올스타전에서 은 최태웅 감독의 질문에 답하는 ‘배구하러 온 ’이라는 별명을 팬들에게 얻으며 팀 내 주축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정규시즌에서는 대한항공에 밀려 2위로 마무리했지만 3위 우리카드를 깔끔하게 제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대한항공의 우승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나 의 경우, 고질적인 부상이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1차전에서 대역전을 선보이며 경기를 가져갔고 기세를 이어 2, 3차전까지 연달아 현대캐피탈이 우승을 챙겼다. 그렇게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이 된 은 바라던대로 ‘우승 하러 온 ’이 됐다.

‘신 여제’의 등극, 김연경 이후 최고의 슈퍼스타

이재영
지난 3월 27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은 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1(15-25, 25-23, 31-29, 25-22)로 완벽하게 제압하며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그 중심에는 토종 레프트 공격수 이 있었다. 은 팀이 따낸 총 96점 가운데 29점을 홀로 책임졌다. 사실상 30%에 가까운 득점을 홀로 만들어냈다.

정규시즌에도 그는 30경기에 나서면서 내구성을 자랑하는 선수로 등극했고 624득점을 기록,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리그 전체 득점 2위 타이틀을 가져갔다. 정규시즌 우승과 더불어 봄배구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방심은 없었다. 오히려 챔피언결정전에서 더욱 활약이 좋았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가리지 않고 뛰었다. 흥국생명은 1, 2차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원정이었던 김천에서 열린 3, 4차전을 연달아 가져가면서 우승을 확정지었고 은 기자단 투표 결과 총 29표 만장일치로 챔피언결정전 MVP가 됐다.

지난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위로 흥국생명이 입단한 도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을 받던 유망주였다. 이전 흥국생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구여제 김연경의 뒤를 이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시즌 전인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음에도 불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그치며 눈물을 삼켰고 결국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로 추락하며 씁쓸한 맛은 다 봤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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