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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LPGA서 갈린 고진영·김인경 운명

  • ANA 인스퍼레이션 4위 김인경/ 우승자 고진영 사진 제공=Gabe Roux_LPGA
고진영(23)과 김인경(31)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CC는 평생 잊히지 않을 장소로 각인될 것이다.

고진영에겐 LPGA투어 진출 갓 2년 차에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의 우승컵을 들어 올려 호수의 여인으로 축복의 세례를 받은 감격의 골프코스로 간직될 것이고 , 김인경에겐 7년 전의 통한을 비슷하게 되풀이한 악몽의 골프코스로 남을 것이다.

2012년 이곳에서 열린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ANA 인스퍼레이션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 대회 이름)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30cm의 우승 퍼트를 놓치면서 유선영(32)에게 연장을 허용하며 우승컵을 안긴 후 그는 골퍼가 떨어질 수 있는 가장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비운의 골퍼’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위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남아와 인도의 명상센터를 찾아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워 실천하며 4년 만에 길고 긴 악몽의 터널에서 벗어나 2016년 레인우드 LPGA클래식에서 우승, 제2의 골프인생을 여는 데 성공했다.
  • 김인경
2017년엔 메이저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을 비롯해 마라톤 클래식, 숍라이트 LPGA클래식에서 우승,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바꾼 클럽을 익히느라 2018년을 이렇다 할 수확 없이 보낸 김인경은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대회에 처음 참가해 컷 탈락한 뒤 1주일 뒤 열린 기아클래식에서 공동 19위에 오르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즌 세 번째 참가한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 첫 라운드를 무난하게 출발한 김인경은 둘째 라운드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2위 캐서린 커크(호주)에 3차 앞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3라운드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아 1오버파를 쳤으나 단독선두 고진영에게 1타 차이 2위로 챔피언조로 4라운드를 맞았다.

한편 고진영은 2년차답지 않게 1라운드부터 공동 2위로 출발, 2라운드에서 잠깐 쉬다 3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몰아치며 김인경에 1타 앞선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고 올해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등 무서운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고진영을 챔피언조에서 만난 게 김인경에겐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장타에다 정교한 아이언샷까지 갖춘 고진영은 이미 LPGA를 대표하는 대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떤 동반자와 만나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경기를 도도하게 펼칠 줄 알았다.

김인경이 흔들린 것은 기량이나 경험이 달렸다기보다는 고진영의 당당하고 견고한 경기력에 스스로 전의를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체격조건의 차이에 따른 비거리의 차이, 경기 당일 개개인의 생체 리듬, 감성 리듬의 차이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필자의 눈에는 경기에 임하는 고진영의 자세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고진영.
고진영은 턱을 치켜 세우고(Chin Up), 어깨를 활짝 열고(Square shoulder), 당당하게 걸었다(Walk with dignity). 만족스럽지 못한 샷이 나와도 고개를 숙이거나 쑥스러워하지 않았다. 어깨를 움츠리지도 않았다. 한번 씨익 웃는 것으로 지난 홀의 실수와 성공을 흘려보내고 새로운 상황에 맞설 줄 알았다. 이런 자세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자신감을 생성케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선수들,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거나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선수들의 특징은 탁월한 기량과 함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박세리, 장정, 김미현, 신지애, 이보미, 김아림 등의 자세를 떠올려보면 금방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얼굴을 치켜들고, 가슴을 활짝 열고, 씩씩하게 걷는 동작은 보기에도 좋지만 심장 박동을 원활하게 해 산소공급을 늘려준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산소공급이 잘 되면 신체가 활성화하고 감성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게 돼 있다. 산소가 부족하면 성급해지고 불안, 초조의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매 순간 정신집중을 하며 고도의 응축된 동작을 만들어내야 하는 골프선수들에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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