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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타이거 우즈 ‘영원한 황제’로 부활

  • 환호하는 우즈. EPA=연합
현대 골프의 성지(聖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에서 타이거 우즈(43)가 골프황제로 부활했다.

그동안 수없이 여러 번 귀환을 꾀해왔던 황제 우즈가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구촌 최고(最高)의 골프제전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만 다섯 번째 우승이고 메이저대회 통산 15번째 우승, PGA투어 통산 81번째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금단의 성으로 남아있던 샘 스니드의 PGA투어 우승 최고기록 82승 정복이 가시권에 들어왔고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기록(18승)에도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에서 펼쳐진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철저하게 타이거 우즈를 위한 무대였다. 주최 측이 일부러 그렇게 기획하지 않았겠지만 구름처럼 운집한 갤러리를 비롯한 세계 골프 팬들의 우즈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매스컴의 열기, 이에 부응하듯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같은 완벽한 몸으로 만들어낸 최상의 샷들과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 골프코스가 우즈의 골프황제 부활을 위한 성소(聖所)로 점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숱하게 시도되었던 골프 황제의 귀환이 아니라 영원한 골프 황제로서의 부활을 꿈꾼 타이거 우즈로선 지구촌 골프 명인(名人)들의 결전장인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무대였다.

더욱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와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만든 주인공이 ‘골프의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영원한 아마추어 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Robert Tyre Jones Jr.: 1902~1971, 애칭 바비 존스)이니 그가 골프황제로 부활할 장소로 이보다 좋은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는 꿈의 무대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골프황제의 부활을 실현했다.

그의 등장에서부터 마지막 라운드에서 포효할 때까지의 미묘한 기류의 변화는 밀림 속 지존의 맹수가 왕권을 거머쥐는 과정을 재현하는 듯했다. 첫 라운드를 2언더파로 무난히 출발한 그는 2, 3라운드에서 각각 4, 5언더파를 몰아치며 밀림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은 뒤, 마지막 4라운드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타수를 잃지 않고 오히려 2타를 줄이며 숲속을 쩌렁쩌렁 울리는 포효로 자신이 숲의 왕임을 선포했다.

라운드 내내 골프코스는 그를 우러러 마지않는 ‘타이거 우즈 숭배자들’로 에워싸였고 그들은 바람을 가르는 우즈의 한 샷 한 샷에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 홀에서 우승 퍼트에 성공한 뒤 우즈가 주먹을 내지르며 포효하자 골프코스 전체가 펜들이 연호하는 ‘타이거! 타이거!’ 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이 장면은 우즈의 단순한 황제귀환이 아닌 영원한 황제의 부활로 공인받는 소름 돋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즈의 ‘황제 부활’을 위한 무대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웨스턴 건맨’ 프란체스코 몰리나리는 1~3라운드 선두를 지키며 마지막 클라이맥스와 대반전을 위한 제1 조연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캡카, 잰더 쇼플리, 토니 피니우, 제이슨 데이, 웹 심슨, 존 람, 리키 파울러, 로리 매킬로이 등 기라성 같은 골프 명인들은 우즈를 위한 대단원을 장식하기 위해 ‘골프 황제 부활’ 드라마의 디테일을 멋지게 장식했다. 우즈의 필승 의지를 담은 마지막 라운드의 붉은 색 티셔츠는 이날 따라 유난히 선홍빛이 뚜렷했다. 신전에 바치는 제물에서 흘러내리는 피처럼.

1996년부터 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우즈는 데뷔 첫해 2승, 1997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대회 최연소, 최소타, 최다 타수차 등의 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등 4승을 거둔 이후 현존 최고의 골퍼로 군림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극심한 슬럼프를 겪는다.

2010년, 2011년 2년과 2014 ~2017년 4년이다. 첫 슬럼프는 여성 편력 등의 일탈이 원인이었고 두 번째 슬럼프는 부상과 일탈이 합병증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긴 슬럼프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골프 황제의 귀환을 시도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했다. 그러나 두 번째 슬럼프를 맞은 그는 거의 절망적이었다. 각종 부상으로 종합병동이란 소리까지 듣는가 하면 골프에 대한 욕망도 사라지는 듯했다. 그의 위대성은 그가 달성한 화려한 승리의 기록보다는 이런 절망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세월을 거슬러 전성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1997년 첫 마스터스 제패 이후 22년 만에, 마지막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2005년 이후 14년 만에 다섯 번째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되었다. 골프 명인들조차 단 한 차례 우승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22년의 세월을 거슬러 그린 재킷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골프황제의 귀환이 아니라 부활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처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때 그는 그린베레 출신의 아버지 얼 우즈의 품에 안겼다. 이번에는 그가 아버지가 되어 딸 샘 알렉시스 우즈(11)와 아들 찰리 액셀 우즈(10)를 품에 안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 쿨티다의 가슴에 우즈는 불멸의 골프황제로 묻힐 것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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