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경기 치른 KBO리그

벚꽃이 휘날리는 봄날, 2019 프로야구가 어느덧 100경기를 돌파했다. 지난 4월 17일 기준, KBO리그 10개 팀은 총 100경기를 치렀다. 100만 관중은 벌써 돌파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3일 “잠실, 문학, 대구, 창원, 고척 등 5개 구장에 총 9만8719 명이 찾아 올해 총 관중 100만 7106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리그가 원활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예년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리그를 압도했던 ‘타고투저’ 현상이다. 일본은 컨택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은 메이저리그처럼 파워를 중시한다는 국제적인 이미지 역시 타고투저에서 시작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타고투저 현상이 확실히 줄어든 모양새다. 자연스레 경기시간도 감소됐다.

지난 2016년 3시간 25분이 걸린 평균 경기시간은 2017, 2018년에는 3시간 21분으로 소폭 줄었는데 올해 17일까지 치른 100경기의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5분을 찍었다. 작년에 비해 6분이나 줄었다. 아직 720경기 중 100경기이기 때문에 속단은 이르지만, 체감적으로나 기록적으로도 예년에 비해 리그의 흐름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로 ‘달라진 공인구’가 꼽히고 있다.

공인구 반발계수 줄인 KBO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타자들의 파워는 해가 갈수록 증가했다. 여기에 트랙맨 시스템을 통해 골프에서 야구로 넘어온 발사각의 중요성 등 기술적인 부분도 보완이 되면서 KBO리그는 ‘타자천국, 투수지옥’의 리그가 됐다. 두 자릿수 득점 경기가 봇물 터지듯 나왔고 5~6점 앞서고 있어도 언제든 역전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각 구단마다 팽배했다.

이러한 극단적 타고투저 현상은 리그의 질적 수준 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최근 열린 국제대회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한국 대표팀의 근본적인 원인을 기형적 타고투저 현상이라 보는 전문가도 상당했다. 늘어지는 경기 시간으로 인한 관중 감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타고투저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렇게 KBO는 확실한 변화를 위해 공인구에 손을 댔다.

일단 반발계수를 줄였다. 작년 12월 KBO는 규칙위원회를 열고 종전 공인구 반발계수 허용범위 0.4134~ 0.4373에서 0.4034~0.4234까지 0.01 정도를 하향했다. 평균 비거리가 대략 2~3m 가량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의 지름도 기존 235mm에 비해 1mm 정도 미세하게 늘어났고 무게도 약 1g 정도 증가했다.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손끝 감각이 예민한 투수들의 경우는 달라진 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심판진의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변화, 그리고 예년에 비해 빠르게 시작된 리그 일정 등 여러 요소가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킨 이유로 언급이 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단연 공인구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완화된 타고투저 현상… ‘공이 먹혀서 나간다’

그럼 정말로 타고투저 완화가 느껴질 수준인가.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이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덜 나간다고 한다. SK 김강민은 “맞는 순간, 넘어갈 공은 넘어가지만 작년에 비해 외야 끝에서 잡히는 공은 많아졌다”라고 언급할 정도다.

공인구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보면 “공이 한 차례 먹히고 나가는 것 같다”이다. 예전에는 맞는 순간, 공이 쭉 뻗어나갔다면 올해는 타격 후에 잠깐이지만 퍽 하고 먹힌 뒤에 공이 날아가다보니 뻗지 못하고 외야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선수들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그리고 감독 역시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 올 시즌 SK를 맡은 염경엽 감독은 1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넘어갈 것처럼 보였던 타구가 잡히는 경우가 예년에 비하면 많아진 것 같다. 선수들도 공이 잘 안 날아간다고 말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미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전에도 “리그 평균적으로 15% 가량 홈런이 줄어들 수 있는데, 우리는 20%가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며 올해는 리그 전반적으로 타고투저 현상의 감소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홈런의 팀으로 알려진 SK 입장에서는 주춤해진 타고투저 현상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확연히 줄어든 타격 지표, 타고투저 감소는 계속될까

물론 선수들 중에서도 차이는 있다. 어차피 넘어갈 타구는 넘어가기 때문에 홈런 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거포 스타일의 선수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시즌에 대략 10개 남짓한 홈런을 쳐내는 중장거리 타자는 그 차이를 벌써부터 실감하고 있다.

예년 기록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2019시즌 100경기를 치르는 동안, 리그 전체 타율은 2할5푼9리를 찍었다. 홈런은 159개, 타점은 850개였다. 2루타 이상의 장타는 486개였다. 하지만 2018시즌 4월 18일 102경기를 기준으로 보면 리그 전체 타율은 2할7푼6리였고 홈런은 244개, 타점은 1007개, 2루타 이상의 장타는 617개였다. 명확한 차이, 올 시즌 초반까지 타고투저 현상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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