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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작은 거인’ 신지애의 골프여정에 경의를!

  • 신지애 (골프한국 제공)
‘Little Big Woman.’ 이보다 더 신지애에게 어울리는 표현을 못 찾겠다.

마침 31번째 생일(4월 28일)을 맞는 날 그는 JLPGA투어 후지산케이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역전극으로 자신의 골프 여정에 새로운 신천지를 열었다.

구옥희, 박세리가 한국 여자골프의 지평을 해외로 넓힌 선구자라면 신지애는 지구촌 전체를 무대로 한 ‘노마드(Nomad) 골프’의 프론티어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 선두에 7타나 뒤진 공동 19위로 출발해 질풍노도의 기세로 선두경쟁을 벌이던 선수들을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거둔 것도 놀랍지만 이 역전승이 2주 전인 지난 14일 스튜디오 앨리스 레이디스 오픈에서 역전승으로 한국 선수 시즌 첫 승의 물꼬를 튼 데 이은 두 번째 역전승이니 그의 골프 행보가 더욱 경이롭다.

신지애에게 이번 우승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KLPGA투어에서 세 번의 상금왕(2006, 2007, 2008년), LPGA투어에서 신인상과 함께 상금왕(2009)을 차지한 그로서는 JLPGA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것이 그의 버킷리스트였다.

이번에 상금 1440만엔(약 1억5000만원)을 추가함으로써 시즌 총상금이 4034만6666엔(4억1915만원)으로 상금 랭킹이 2위에서 1위로 올라섰으니 마지막 남은 목표에 한발 가까이 다가선 셈이다.

신지애의 위대성은 한 투어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우뚝 선 선수들은 있지만, 3개 투어를 옮겨 다니며 정복의 역사를 쓴 예가 없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드문드문 참가한 LET(유럽여자골프투어)에서도 1승을 거둔 것을 포함하면 지구촌 4개 투어에서 모두 승리를 맛본 보기 드문 선수인 것이다.

아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줄리 잉스터, 캐리 웹 등 훌륭한 선수들이 빛나는 족적을 남겼지만 대부분 LPGA투어에서 이룬 업적들이다.156cm의 단신에 장타도 아니면서 세계 빅4 골프투어에서 많은 승리를 수확했다는 사실은 그의 골프 여정이 얼마나 모험으로 점철되었나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그는 세계의 골프 목초지를 그냥 지나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 다니며 지배했다.

2005년 프로로 전향한 후 지금까지 그의 프로대회 통산 우승횟수는 무려 56승이나 된다. KLPGA투어에서 20승, 미국 LPGA투어에서 11승, JLPGA투어에서 22승, LET(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1승, 아시아여자골프투어(LAGT) 2승 등이다.

신지애의 노마드 골프 DNA는 LPGA투어 진출 전에 발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중고시절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하고 2005년 프로선수로 KLPGA투어에 입문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상금왕, 다승왕, 신인상,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그에겐 새로운 목초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2008년 LPGA투어 비 멤버로 메이저(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를 포함해 3개 대회에 우승하면서 그의 노마드 골프는 본격화했다. 그길로 LPGA로 무대를 옮겨 데뷔 첫해인 2009년 상금왕과 신인상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에까지 올랐다.

2014년 돌연 LPGA투어와 이별하고 JLPGA투어로 옮길 때까지 그가 LPGA투어에서 거둔 승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 2회(2008, 2012년)와 에비앙 마스터스(2010년)를 포함해 11승이나 되었다. 7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1승이라면 매우 성공적인 LPGA투어 활착이었다.

세계의 골프 여걸들이 모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작은 체구로 당당히 코스를 지배하던 신지애의 모습은 한국의 골프 팬은 물론 세계 골프 팬들에게 쉬 잊히지 않을 감동을 주었다.

LPGA투어에서 잘 나가던 그가 LPGA와 결별하고 JLPGA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을 두고 비거리의 한계나 체력문제 등이 이유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시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극대화한 수확이 가능한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JLPGA투어로 이동했다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노마드 골퍼의 본능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목초지를 찾아 기득권을 과감히 던지고 짐을 싸는 용기가 놀랍기만 하다.

JLPGA투어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도 정체된 느낌의 자신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한 것도 안주하지 않는 노마드 골프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그는 이 대회에서 얻은 자극을 살려 일본으로 돌아오자마자 참가한 스튜디어 앨리스 레이디 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고 2주 뒤 대역전 우승을 일구었으니 새 목초지의 경험이 큰 힘이 된 것 같다.

JLPGA투어 상금왕에 오르면 지구촌 3개 투어의 상금왕을 차지하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르게 되는 신지애는 또 다른 고지 점령을 꿈꾸고 있다. 바로 JLPGA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이다. 4대 메이저대회 중 이미 살롱파스컵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JLPGA 선수권, 리코컵 챔피언십은 제패했고 남은 것은 9월에 열리는 일본여자오픈이다.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유랑을 멈추지 않는 그에게서 진정한 용기를 본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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