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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혹시 열심히 골프를 망치고 있지 않은가?

  • 지난달 26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제7회 E1 채리티 오픈' 파이널 라운드에서 이소미가 2번홀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사진은 칼럼 내용과 무관함) KLPGA 제공
“골퍼의 스타일은 좋건 나쁘건 골프를 시작한 최초의 1주일 안에 만들어진다.” 근대 골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해리 바든(Harry Vardon, 1870~1937)이 남긴 말이다. 오늘날 가장 많은 골퍼들이 사용하고 있는 오버래핑 그립을 창안해 근대 스윙의 기본을 만든 사람이다.

우아하면서도 힘찬 스윙 때문에 ‘스타일리스트’ ‘스윙의 시인’이란 별명을 듣기도 했던 그는 영국해협에 있는 섬의 한 부유한 아마추어 골프선수의 하인으로 있으면서 체계 없이 골프를 배웠다. 그러다 그는 골프선수로 대성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골프선수로 변신했다.

20세에 프로골퍼가 된 바든은 1896, 1898, 1899, 1903, 1911, 1914년 영국의 디 오픈 대회와 1900년 US오픈 대회에서 우승하는 대기록으로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1937년 이후 USGA가 그해에 18홀 평균 최저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바든 트로피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런 위대한 골프선수가 남긴 말이라서가 아니라 바든의 말은 진리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뱃속에 태아로 있을 때 이미 신체적 정신적 바탕이 결정되듯 처음 골프를 대하는 1주일에 한 사람의 평생 골프 스타일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많은 골퍼들이 최초 1주일에 형성된 잘못된 골프 스타일로 평생 골프와 사투를 벌이지만 골프에서 즐거움을 얻기는커녕 수렁에서 허우적거린다. 주위엔 하루도 거르지 않다시피 하며 연습하는데도 도대체 골프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골퍼가 의외로 많다. 구력이 10년, 20년이 넘었는데도 만년 보기플레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골퍼들도 흔하다. 이들은 간혹 싱글 스코어를 내기도 하지만 실력이 향상되어서라기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이 특별히 좋았거나 운이 좋아서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일취월장의 실력을 보이며 골프의 묘미를 만끽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같은 땀을 흘리고도 실력향상이 안 되고 ‘골프지진아’의 멍에를 벗지 못하는 이유는 골프의 밑그림 때문이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의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골프행로가 좌우된다. ‘1주일 사이 골프 스타일이 결정된다’는 해리 바든의 말은 처음 골프를 익히는 단계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표현이긴 하지만 처음 골프를 익히기 시작한 1~3개월 사이에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면 ‘부실 골프’로 고통받기 십상이다. 잘못된 설계도로 지은 건물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듯 엉터리 밑그림이 그려진 골프는 평생을 괴롭힌다.

그림은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다.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골프의 밑그림은 연필이 아닌 조각칼로 그려진다. 골프채를 잡은 뒤 최초의 1주일, 혹은 한 달간 휘두르는 한 샷 한 샷은 바로 조각칼로 근육과 두뇌에 골프의 밑그림을 새겨 넣는 기간이다.

이때 밑그림이 이상적으로 각인되면 나중에 그 각인이 지워지지 않고 더욱 뚜렷해지도록 연습만 하면 즐거운 골프행로로 들어설 수 있다. 잘못된 밑그림이 각인되면 그것을 메우고 새로이 각인해야 하는데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데도 발전이 없는 것은 바로 잘못 그려진 밑그림을 바탕으로 연습하기 때문이다. 밑그림이 잘못 그려졌다면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연습해도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연습은 오히려 나쁜 습관을 더욱 굳히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골퍼들이 잘못된 스윙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연습이라고 착각한다.

골프를 평생 운동으로 즐기려면 과감하게 잘못된 밑그림을 뜯어고쳐야 한다. 워낙에 잘못된 밑그림이 깊이 새겨졌기 때문에 이를 고치려면 상당 기간 ‘스윙 재건축’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스윙을 바꾸기로 해놓고 막상 골프장에 나가면 스코어에 집착해 요령을 피우며 잘못된 골프습관을 되풀이해선 고질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혹시 나는 고질병을 악화시키는 연습으로 골프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자문해볼 일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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