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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LPGA에 ‘코리안 토네이도’ 경보

  • 2019년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준우승한 이정은6.
LPGA투어에서의 이정은6(23)의 행보를 보게 되면 분명한 데자뷔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데자뷔의 정체도 금방 모습을 드러낸다. 21년 전 1998년 갓 스물의 나이에 LPGA투어에 뛰어들어 돌풍을 일으킨 박세리의 모습이다.

박세리는 데뷔 첫해에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비롯해 4승을 몰아치며 LPGA투어에 태풍을 일으켰다. 아시아에서 온 선수가 LPGA투어를 휘어잡는 모습을 처음 본 미국의 골프팬들은 경계할 틈도 없이 놀란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IMF 금융위기로 시름에 빠져있던 한국인들은 열광했다.

메이저 5승을 포함 LPGA투어 통산 25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세리에 이어 수많은 그의 후예들이 LPGA투어의 대세로 활약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데뷔 첫해 메이저 대회를 꿰차며 당당히 진군하는 이정은6에게서 21년 전 박세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아직 박세리만큼 무서운 기세는 아니지만 올 시즌 10개 대회에서 보여준 그의 진군 모습은 이미 신인을 벗어났다. 이정은6는 올 시즌 10개 대회에 참가했는데 컷 탈락 한번 없었다. 우승 1회, 2위 1회, 공동2위 1회, 톱10 5회에 이르고 가장 낮은 등수가 퓨어실크 챔피언십에서의 공동 26위다.

이정은6는 8~1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호텔 앤 골프클럽 베이코스에서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거의 우승에 다가갔으나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렉시 톰슨이 이글을 잡아내면서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정은6는 US여자오픈 제패에 이어 곧바로 이어진 숍라이트 클래식에 참가, 메이저 우승의 흥분을 잊고 기복 없이 차분한 경기를 펼치며 1, 2라운드 선두를 달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경기가 썩 잘 풀린 것은 아니지만 위기를 잘 넘겨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내셔널 타이틀을 한국의 신인에게 빼앗긴 미국 선수들은 이 대회마저 놓칠 수 없다는 의지가 역연했다. 분전하는 미국선수들의 선두에 렉시 톰슨이 있었다. 좋은 체격과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운이 따르지 않았던 톰슨은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파5)에서 투온에서 성공,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단숨에 두 타를 줄여 이정은6에 한 타 앞선 우승을 차지했다. 만약 이정은6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US오픈에 이어 곧바로 2연승을 달성한 통산 5번째 선수가 될 뻔했다.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 이어 2연승에 성공했고 2004년 멕 말론이 US오픈에 이어 2연승을 했었다.

데뷔 첫해에 신인상 부문은 물론 상금랭킹에서도 1위를 달리는 이정은6로선 큰 꿈을 가질 만하다. 올 시즌 34개 LPGA투어 대회 중 절반이 넘는 20개 대회가 남아있어 승수 추가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편으론 렉시 톰슨의 이번 우승은 LPGA투어 흥행에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치른 14개 대회에서 7개 대회를 한국선수가 차지, 미국 골프팬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렉시 톰슨이 우승했으니 미국 선수들의 분발을 촉발할 것이고 결과적으론 LPGA투어의 파이를 키우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 박성현, 이정은6, 유소연, 박인비, 김세영 등 많은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를 지배하고 있고 KLPGA투어의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LPGA투어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LPGA투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은 한국선수들을 위해서도 절실한 문제다.

내년엔 또 누가 이정은6의 바통을 이어받을까. 이정은6가 올해 신인상을 수상하면 한국선수가 5년 연속 차지하는 셈인데 이 바통을 이어받을 한국선수는 얼마든지 있다. 당장 KLPGA투어의 대세로 자리를 굳힌 최혜진(19)이 강력한 후보다.

최혜진은 9일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3회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장하나, 박지영 등을 따돌리고 우승, 시즌 3승을 챙겼다. 프로 전향 후 시즌 최다승에 이어 상금랭킹과 최저타수 부문 1위를 치닫고 있다.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여자오픈에 참가해 준우승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던 경험이 있는 그로선 LPGA투어 진출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선배 이정은6가 LPGA투어에 건너가 잘 헤쳐가는 모습에 신인왕 자리도 넘겨받고 싶은 욕심이 없지 않을 것이다. 고진영, 박성현 등 많은 선배들의 선전도 그를 국내 리그에 붙잡아두기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다.

최혜진이 LPGA투어에 상륙하면 이정은6에 이어 ‘코리안 걸 토네이도’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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