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KBO리그… 800만 관중 ‘적신호’

지난 19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5회 말 2사 주자 1,2루 상황에서 SK 정의윤이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

시간이 빠르다. KBO리그 대부분의 구단이 144경기의 절반인 72경기 이상을 소화, 페넌트레이스의 50%를 채웠다. 서서히 여름이 되고 한참 야구가 재밌어야 할 시기지만, 묘하게 이상기류가 흐른다. 예년에 비해 야구 인기가 영 시들시들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염려’의 수준을 넘어 ‘경고’ 단계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참신한 문화콘텐츠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흥행 요소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모양새다.

직접 야구를 하는 선수들과 감독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현장에 있는 구단 관계자들은 이전부터 체감했다.작년 시즌이 끝나고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을 100만 달러로 정했고 FA 선수에 4년 80억이라는 상한선을 두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시장에 민감한 대기업과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긴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서울을 연고지로 한 최고의 인기 스포츠팀인 LG는 지난 6월 22일 현대홈쇼핑에 잠실야구장 홈경기 티켓을 판매했다. 심지어 할인까지 했다. 기존 예매 사이트 대신 홈쇼핑에서 야구 티켓을 판다는 것은 매우 생소하다.신현철 LG 마케팅팀장은 “올해 전체적으로 관중이 줄어들어 다양한 티켓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홈쇼핑 티켓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막 반환점을 돈 KBO리그다. 아직 절반이나 남았지만, 상황은 좋지 못하다. 심상치 않은 리그의 먹구름, 그 원인은 무엇일까.

4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 적신호…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어렵다

잇따른 국제대회 부진과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불거진 병역 논란까지 KBO리그는 여러 악재 속에서도 지난 3년간 황금기를 보냈다. 지난 2016년 첫 800만 관중 돌파에 성공, 모두 833만 9577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그리고 2017년에 840만 688명이 오면서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작년에는 807만 3742명이 왔다.올해를 포함, 4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7일까지 KBO리그는 720경기의 절반에 가까운 356경기를 치렀고 395만 2857명(평균 11166명)이 경기장에 왔다. 작년 대비, 같은 경기 수인 356경기 429만 875명(평균 12121명)에 비해 33만 8018명이 줄었다. 올해 남은 36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1166명의 관객이 온다고 예상하면 모두 더해 800만 17281명이 된다. 아슬아슬하게 800만을 넘긴다. 하지만 리그의 흥미도가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면 관객 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기인 것은 분명한 KBO리그다.

흥미 떨어진 순위 싸움, 볼거리 하나 없는 KBO리그

올해 KBO리그는 과도한 타고투저 흐름을 완화하고자 반발계수를 조정한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홈런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17일 현재 올해 KBO리그 10개 팀의 전체 홈런은 354경기 동안 모두 506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시기의 6월 17일, 홈런 개수는 348경기에 무려 789개나 됐다.

한 시즌 만에 280개 이상의 홈런이 줄었다. 이렇다보니 애초에 마운드가 강하고 공인구의 변화를 최대한 버텨낼 수 있는 강팀은 리그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팀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은 저 멀리 하위권을 전전하게 됐다. KBO리그는 1, 2위를 다투고 있는 SK와 두산에 3위부터 5위까지 LG, 키움, NC가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여기다. KBO리그는 5위부터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는데, 5위와 6의의 격차가 무려 5경기 이상이다. 1위부터 5위, 6위부터 10위, 마치 북부리그와 남부리그로 나뉜 것처럼 순위 편차가 심하다.

여기에 3위 LG를 뺀 인기팀 KIA와 롯데가 최하위권에 머물다보니 야구의 인기가 더욱 식었다. 지는 경기를 보려고 경기장을 찾는 팬은 없다. 아무리 못해도 4할, 아무리 잘해도 6할에 그치는 것이 야구인데, 강팀은 계속 강하고 약팀은 계속 약하니 반전, 흥미가 없다. 시즌이 절반 남았는데 벌써 순위가 정해진 느낌, 마치 결말을 알고 보는 재미없는 영화가 지금의 KBO리그다.

스트라이크 못 던지는 투수, 수준 낮은 야구에 팬들은 외면

스포츠는 새옹지마다. 좋았다가 나빠지고 이기고 또 진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경기의 수준 자체가 떨어진다면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흥미 자체도 사라진다. 팬들에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야구가 허탈함과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한화 호잉이 타구를 날렸는데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평범한 내야 뜬 공, 그런데 이 타구를 롯데 신본기가 제대로 잡지 못했다. 공이 머리에 맞고 튀었는데, 튄 공을 좌익수 전준우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잡아냈다.

미국 MLB닷컴에도 이 장면이 소개가 됐고 “관중 앞에서 범한 실수로 야구 역사상 가장 당황스러웠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웃음을 선사했지만 우스운 대상이 됐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 6월 12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에서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스트라이크낫아웃 폭투 끝내기로 승패가 갈렸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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