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티샷 날리는 타이거 우즈. [연합]

게리 우드랜드(35)가 브룩스 켑카(29)의 3연패를 저지하고 PGA투어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제119회 US오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6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게리 우드랜드는 브룩스 켑카와 저스틴 로즈(38·영국)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2라운드에서부터 꿰찬 단독 선두 자리를 끝까지 지켜 PGA투어 통산 4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승을 놓고 벌인 각축전엔 이들 선수 외에도 잰더 쇼플리(미국), 존 람(스페인), 체즈 레비(미국), 로리 매킬로이(영국), 아담 스콧(호주), 루이스 우스투이젠(남아공), 헨릭 스텐슨(스웨덴), 더스틴 존슨(미국) 등 골프계의 상남자(上男子)들이 총출동, 그야말로 지구촌 골프 별들의 전쟁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 타이거 우즈(43)가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난 4월 지구촌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골프영웅으로 부활한 타이거 우즈는 빛이 바래지 않는 항성(恒星)이 되었다. 그가 참가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대회의 승패가 갈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이번 US오픈도 우즈가 참가하면서 세계 골프 팬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PGA투어 통산 최고 우승기록인 샘 스니드의 82승에 1승 차이로 다가섰고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에도 3승을 남겨두고 있는 타이거 우즈의 골프 행보는 그가 골프채를 놓지 않는 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게 돼 있다. 현역 골프선수 중 불멸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이거 우즈뿐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타이거 우즈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상남자들은 많다. 무쇠도 녹일 것 같은 브룩스 켑카나 게리 우드랜드, 용이라도 잡을 것 같은 더스틴 존슨, 머리 좋은 재간꾼 로리 매킬로이와 냉철한 저스틴 로즈, 반듯한 모범생 조던 스피스, 바이킹의 후예 헨릭 스텐슨, 젊은 여성 팬들의 아이돌 리키 파울러 등 독특한 개성과 특장점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아무도 우즈를 대신할 수는 없다.

우즈는 타고난 천재성을 바탕으로 불꽃 같은 경기를 창조할 줄 알고 아무도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로 골프의 정글을 지배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정글의 맹수가 그러하듯 일탈하기도 하고 회개한 목자(牧者)가 되기도 한다.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그에게 열광한 팬을 실망시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모습으로 나타나 바벨탑을 쌓아 올리는 의지를 태운다. 마스터스 우승을 계기로 골프 팬들은 우즈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연 우즈에게 그런 희망을 가져도 될까.

샘 스니드의 PGA투어 통산 82승은 추월이 가능해 보이지만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대회 우승기록(18승)에 근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 팬들이 관심을 집중한 것도 과연 그가 니클라우스의 대기록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까, 과연 새로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 팬들은 그에게 희망을 가질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망설이며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을 면하고 최종합계 2언더파로 공동 21위에 오른 것은 고무적이지만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다시 승수를 쌓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는 팬들은 어쩌면 신기루 같은 대기록에 다가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그의 몸부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그가 도달하고 초월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의 도전은 그 자체로 숭고하다. 우승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많은 갤러리들이 그를 따르는 까닭이다.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이룬 그의 위대성, 전문가들조차 부정적으로 봤던 재기에 성공한 불굴의 의지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그를 따르는 골프 팬들은 그의 성취를 쫓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불굴의 의지, 희망과 도전정신을 숭배하는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닐까. 누가 우즈처럼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닐 수 있을 것인가. 우즈를 이길 사람은 있지만 우즈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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