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약점 파고드는 ‘완벽한 제구력’

류현진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나이에 따른 활약도(에이징 커브)에서 25세때가 ‘100’이었다면 32세에는 약 30%의 실력과 성적이 감소한다. 하지만 만 32세, 한국나이로 33세인 (LA 다저스)은 잘한다. 원래 잘했지만 지금은 잘하는 수준에서도 최고에 다다랐다. 사실 한국팬들에겐 이 잘하는 건 늘 있어왔던 일이다. KBO리그 2006년 등장과 동시에 트리플 크라운(다승왕-탈삼진왕-평균자책점왕)에 MVP-신인왕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결승전 선발 승리투수, KBO 7년만에 98승 등 은 늘 잘했다.

메이저리그도 등장과 동시에 신인왕 투표 4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났고 이듬해에도 14승까지 거두며 박찬호 이후 다시금 메이저리그붐을 불러일으켰다. 이랬기에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2016-2017시즌 재활과 부진이 오히려 어색했던 한국팬들이다. 그러나 올시즌 그가 보여주는 활약은 가히 ‘Good to Great(좋은것에서 위대한 것으로)’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6월 26일까지 은 평균자책점 1개월 이상 메이저리그 1위를 수성하고 있고(1.27), 다승 내셔널리그 1위(9승), 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 2위(3.3), 9이닝당 볼넷비율 1위(0.55), WHIP(이닝당 출루허용) 내셔널리그 1위(0.84) 등 수많은 지표에서 1위 혹은 톱3를 유지 중이다. 첫 올스타전 선발은 당연하고 올스타전 선발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원래’ 잘했던 은 대체 어떻게 더 잘하게 된 것일까.

투수가 ‘좋은 투구’를 하는 방법은 이론적으론 간단하다

투수가 ‘좋은 투구’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다양한 좋은 공을 가지고 타자가 치기 힘든 곳으로 던지면 된다. 베이브 루스라 할지라도 스트라이크존 중에 약한 곳은 있기 마련이기에 그곳을 집중 공략하면 더 좋다. 그러나 이런 ‘이론’을 실행에 옮기기란 불가능하다. 투수의 구종은 제한적이며 마운드와 홈플레이트까지 18.44m의 거리를 빠르게 던져 정확하게 원하는 곳에 넣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타자가 약한 곳으로만 던져도 타자가 간파하면 공략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은 ‘이론적으로’ 좋은 투구를 하는 모든 방법을 해내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투심 패스트볼-커터,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까지 무려 6개 구종을 던진다. 그리고 이 6개 구종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이다(패스트볼 구종가치 1위, 커터 8위, 체인지업 3위).

의 전담 포수로 활약 중인 러셀 마틴은 “은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공을 좋은 위치에 넣고 있다. 그는 모든 타자를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원하는 곳에 공을 넣는 제구를 꾸준히 해내고 있고 남다른 연구로 상대의 약점까지 완전히 파고들고 있다. 마치 ‘예습 복습 철저히 하고 국영수 위주로 준비하며 하루 4시간만 잔다’는 이론은 쉬운 ‘왕도’를 그대로 실천해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은 포털사이트에 게재하는 자신의 일기를 통해 호투의 중요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원래 은 구단 차원에서 상대 리포트를 주면 참고정도로만 하고 스스로의 ‘감’을 믿었다. 하지만 어깨 수술 이후 아무래도 ‘감’에 의지하기 힘들어지다보니 구단에서 주는 상대 리포트를 철저히 공부했다고 한다.

은 “등판 전날 미팅에서 투수코치에게 상대 타자에 대해 공부한 걸 발표하고 있다. 전력분석팀이 만들어준 자료는 물론이고 제가 더 상대 타자 영상을 구단에 요청해 공부한다. 그렇게 공부한 후 발표까지 할 정도로 완전히 숙지한다”고 했다. 즉, 은 상대 타자 공략법에 대해 포수나 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100% 숙지하고 나가다보니 약점과 볼카운트마다 타자의 대처법 등을 알고 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투수코치는 대타가 나오면 마운드를 올라와 “현진, 어제 네가 설명했던 선수야. 알지?”라고 말한다고 한다. 얼마나 이 상대를 철저히 연구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좋아진 각각의 공들… 좌타자 약점까지 메웠다

이렇게 ‘지피지기’가 된 상태인데 여기에 공과 제구까지 더 좋아졌다. 은 올시즌 90.5마일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으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93.3마일에 무려 3마일 가까이 낮다. 그럼에도 패스트볼 구종 가치는 메이저리그 1위인 이유는 완벽하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꽂아 넣기 때문에 가능하다.

100마일을 넘게 던지는 선수가 수두룩하지만 90마일짜리 공으로 구종가치 1위인 것을 통해 결국 ‘구속보다 제구’라는 격언을 새삼 확인시키는 이다. 또한 은 원래 최고 무기였던 체인지업이 더 불타오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 체인지업을 던지는 콜 하멜스 다음으로 높은 구종가치를 기록했던 2013년 데뷔시즌(2.95)보다 올시즌 기록하고 있는 3.64가 현재까지 더 높을 정도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