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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에비앙 지배한 고진영의 지속 가능한 스윙

  • LPGA투어 그린 적중률 1위를 달리는 고진영. Courtesy of The PGA of America
지난 7월 26~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GC에서 열린 LPGA투어 2019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은 세계 골프 팬들에게 의미심장한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에비앙 레뱅의 상공에서 태극기가 펄럭이며 내려오고 우승자 고진영(24)이 이 태극기로 온몸을 두르는 세리머니는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퍼포먼스였다. 초반부터 상위권을 점령하고 마지막 라운드 챔피언조까지 3명의 한국 선수로 짤 수밖에 없을 정도가 된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은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지만 고진영이 강력한 경쟁자 김효주(24), 박성현(26) 등을 제치고 우승하는 과정은 세계 골프 팬들에게 한국 선수들이 앞으로 계속 세계 골프의 지배자로 군림하리라는 것을 공포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한국 선수들의 일관되고 아름다운 스윙과 경기를 풀어가는 진지한 태도는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골프 팬이나 현장의 갤러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상위권을 점령한 한국 선수들이 연출하는 스윙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개성과 차별성으로 스윙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한결같이 교과서적인 스윙을 하면서도 자신의 신체와 기질에 맞는 자신만의 버전을 보여줄 줄 아는 한국 선수들은 교과서적인 스윙을 꿈꾸는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신비한 존재로 비칠 만도 했다. 박성현은 4라운드 전반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아 우승 레이스에서 밀렸지만 그의 스윙에 대해선 모두가 혀를 내두른다. 활처럼 휘어지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스윙은 아무도 범접하기 힘든 파워가 넘친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김효주의 스윙에선 어디 맺히고 비틀린 데를 찾기 어렵다. 그의 스윙은 마치 공기가 흐르고 물이 흐르듯 무리가 없다. 박성현이 현재 최고의 샷을 만들어내는 스윙이라면 김효주는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샷을 할 수 있는 스윙처럼 보인다.

LPGA 비회원으로 2014년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해 노련한 캐리 웹을 누르고 우승한 김효주는 5년 만의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왔으나 14번 홀(파3)에서 공이 벙커 턱에 박혀 트리플보기를 범하면서 고진영에게 역전을 허용, 결국 2타 차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016년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우승 이후 무승의 긴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 더 정교한 모습을 부활하는 데 성공했음을 증명했다. 고진영의 스윙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의 체형에 맞게 갈고닦아 군더더기를 찾기 힘들고, 김세영은 내부의 기를 모아 뿜어내는 듯한 폭발적인 느낌을 준다. 이미향은 큰 스윙은 아니지만 콤팩트하고 높은 일관성을 유지한다. 박인비의 경우 신체적인 특성 때문에 교과서적인 스윙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원칙을 제대로 지켜 그만의 골프 문법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골프선수에게 스윙은 생명이다.

교과서적이면서 개성을 살려낸 한국 선수들의 아름다운 스윙을 보며 과연 저런 스윙을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얼마나 긴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물음을 던져 본다. 스윙이 골프선수의 생명이라면, 스윙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Consistency)은 성공의 토대다. 물론 골프가 스윙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인 뒷받침과 신체 리듬, 심리적인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른 부분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스윙을 가진 선수가 롱런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메이저 2승을 포함한 시즌 3승을 올린 고진영은 단숨에 올해 LPGA투어 거의 전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와 평균 타수 부문은 물론 상금과 세계랭킹에서도 이정은6와 박성현을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5대 메이저 대회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수상이 유력하다. 그렇다고 다른 동료 한국 선수들이 고진영의 독주체제를 지켜보고만 있을 리 없다. 오히려 더 비상한 각오로 몸과 마음, 골프기량을 단련시킬 것이다. 고진영은 다른 한국 선수들이나 외국 선수들에게도 자극을 주어 LPGA투어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세계 골프의 역동적인 현장에 고진영과 그의 동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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