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의 팽팽한 대결’구력이 제법 쌓여 일정한 수준에 이른 골프애호가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꿈이다. 상당수 아마추어 골퍼들이 이 꿈을 실현해보겠다고 나서보지만 꿈이 실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굳이 골프선수는 아니더라도 자식이 골프 세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수준으로 올려놓거나, 자신과 팽팽한 대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갖추도록 씨름해보지만 거두는 수확은 기대에 못 미친다. 자식이 골프에 천재성을 발휘할 때 더없는 기쁨을 맛보지만 대신 부모는 자식의 천재성을 발현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노역을 떠안아야 한다.

자식을 골프선수로 키울 욕심이 없는 부모의 입장에선 자식이 골프의 원리를 쉽게 깨쳐 짧은 시일 안에 아빠와 대적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킬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다. 이때는 자식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 없다. 짧은 구력과 얕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이기려 드는 자식을 볼 때면 당사자는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흐뭇하다. 본인이 이기면 자신의 실력에 대한 신뢰감을 확인하면서 자식을 자극할 수 있어 좋고, 져도 자식의 일취월장을 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 기분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빠들은 이런 행운을 갖지 못한다. 이상하게도 아빠가 좋아하는 골프를 자식들도 좋아하는 경우는 주위에서 보기 어렵다.

주변 골프애호가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은 도대체 자식들에게 골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심어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골프 연습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아빠의 가르침은 전혀 먹혀들지 않아 부자간의 사이만 불편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기껏 함께 라운드할 정도가 되었다 해도 필드에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어 기쁨은커녕 후회와 불쾌함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골프애호가들이 아들과 며느리와의 라운드, 딸과 사위와의 라운드, 사돈과의 라운드 등을 꿈꾸지만 이런 꿈을 실현하는 경우는 극소수일 뿐이다.

대부분의 골프 애호가들이 자식에게 골프의 묘미를 전수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식과 함께 연습장에 온 사람들을 관찰해본 결과 공통적인 것이 너무 성급하고 욕심이 많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때의 올챙이 시절을 잊는다. 자신은 골프 요령을 터득하는데 수개월, 수년이 걸렸음에도 자식에게는 며칠 만에 터득하게 하려는 욕심으로 차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골프를 어떻게 하는 것이란 걸 스스로 터득하게 하려는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과외공부 시키듯 가르치려 달려든다. 골프채를 잡은 지 며칠밖에 안 된 자식에게 자신이 수년에 걸쳐 터득한 것을 깨치도록 강요한다. 마치 바위에 물을 붓는 식이다. 가르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자식으로선 짜증나는 일이다. 오히려 골프를 싫어하게 만드는 부작용만 낳는다. 다행히 골프의 묘미를 간파해 강한 호기심을 보이는 자식이라면 아빠의 윽박지름을 견뎌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자식과의 라운드를, 나아가 자식이 아빠에 도전해올 것을 바란다면 주입식 전수가 아닌 동기 부여식 가르침을 주는 지혜가 절실하다. 기본자세나 동작은 가르쳐 주되 그 이상은 자식이 스스로 터득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효과가 있다. ‘나보다 근력도 약하고 나이도 많은 아빠가 저렇게 멀리 똑바로 보내는데 나는 왜 못 할까’라고 생각하며 자극을 받는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물을 찾도록 하는 방법이다. 골프를 터득하기 위한 욕구가 강렬할 때도 아빠가 직접 나서 가르치기보다는 전문 교습가를 붙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빠를 이기면 용돈을 올려주겠다든가, 해외여행 비용을 지원해주겠다는 등의 당근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끼리의 라운드, 방법만 제대로 쓰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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