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프로. 사진=Getty Image

지난 8월 16~19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메디나의 메디나CC에서 열린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은 많은 화제를 남겼다. 이변이 속출했고 예상은 빗나갔다. 참가한 선수는 물론 골프 팬들도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PGA투어 정규시즌을 끝낸 뒤 화려한 피날레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 3차전은 골프선수라면 메이저대회 못지않게 참가를 학수고대한다.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3차전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에겐 1500만달러(약 181억6000만원)가 돌아간다. 잭팟이라 할만하다. 꼴찌를 해도 보통 대회 우승 상금과 맞먹는 39만5000달러(약 4억8000만원)를 받는다. 3차전 출전 자체가 정규투어 1승의 상금이 보장되는 셈이다. 이밖에도 30명의 출전자 전원에겐 이듬해 메이저(마스터스, 디 오픈, US오픈)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 HSBC 챔피언스, 그리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더욱이 지난해까지 4개 대회로 치러진 플레이오프가 올해 3개 대회로 줄어들고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은 1~2차전 대회 성적에 따라 최대 10언더파까지 보너스 타수를 받고 출발하기 때문에 2차전까지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그만큼 기회의 문이 넓어졌다. 많은 이변과 화제 속에서도 이번 대회를 관통한 큰 줄기는 ‘골프의 무상성(無常性: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늘 변함)’이 아닐까.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가장 위대한 골퍼로 꼽을 타이거 우즈(43)가 최종전 진출에 실패하고 한국의 신인 임성재(21)가 당당히 30명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진출에 성공했다. 타이거 우즈와 임성재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골프의 무상성이 아니고선 설명할 길이 없다. 작년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올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부활을 선포한 우즈지만 '타이틀 방어'의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됐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페덱스컵 랭킹이 28위였던 우즈는 1차전 노던 트러스트 2라운드 직전 근육염좌로 기권, 페덱스컵 순위도 38위로 밀려났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출전하기 위해선 BMW 챔피언십에서 단독 11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 했지만 2차전에서 공동 37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에 머물며 페덱스컵 랭킹이 42위로 하락했다. 아직 PGA투어 우승은 없지만 신인 임성재의 활약은 눈을 씻고 볼만했다. 1차전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 5명의 한국선수(임성재, 안병훈, 김시우, 강성훈, 이경훈)가 출전했으나 2차전 BMW 챔피언십엔 이경훈이 빠진 4명이 진출했다. 임성재가 13언더파로 공동 11위, 안병훈과 김시우가 9언더파로 공동 28위로 선전했으나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에서 24위에 오른 임성재만 투어 챔피언십에 나가게 됐다.

BMW 챔피언십에서 거둔 그의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가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성적표와 비교해보면 실감난다. 로리 매킬로이, 패트릭 리드(11언더파 공동 19위), 플레이오프 우승후보 1위 브룩스 켑카(10언더파 공동 24위), 게리 우드랜드, 이언 풀터(8언더파 공동 31위),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7언더파 공동 37위), 필 미켈슨, 브라이슨 디ㅅㅖㅁ보(5언더파 공동 48위), 제이슨 데이(4언더파 공동 52위), 더스틴 존슨(3언더파 공동 57위) 등 이른바 PGA투어의 ‘상남자’들이 임성재의 아래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역대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최경주(2007, 2008, 2010, 2011년), 양용은(2009, 2011년), 배상문(2015년), 김시우(2016년)에 이어 임성재가 5번째다. 임성재는 이번 시즌 신인 중 유일하게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 한국 선수 최초로 PGA투어 신인상 수상도 유력해졌다.

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은 8월 23~2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다. 플레이오프 2차전인 BMW 챔피언십까지 페덱스컵 순위에 따라 1위 저스틴 토머스는 10언더파를 얻고 대회를 시작, 유리한 고지에 있다. 2위 패트릭 캔틀레이는 8언더파, 3위 브룩스 켑카가 7언더파, 4위 패트릭 리드는 6언더파, 5위 로리 매킬로이는 5언더파의 혜택을 받는다. 임성재가 속한 21∼25위 그룹은 1언더파를 받고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한다.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미리 보너스 타수를 주는 것은 기존 페덱스컵 포인트 제도 때문에 1500만달러의 보너스가 본대회 우승자가 아닌 다른 선수의 몫이 될 수도 있는 불합리를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그러나 ‘골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금언에서 짐작할 수 있듯 무상성(無常性)이 지배하는 골프에서 보너스 타수마저 극복하는 선수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골프의 묘미 또한 바로 이 무상성에 있음을 간파한다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의 결과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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