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8월 27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4홈런을 몰아치며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연합

시즌이 서서히 마무리되는 시점에 흥미 넘치는 볼거리가 탄생했다. 팽팽한 투수전도 재밌지만, 야구의 꽃은 역시나 홈런이다. 올해 홈런왕 레이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재밌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토종 거포의 자존심, 키움 박병호(33)가 있다. 박병호는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한 경기 4홈런을 쳐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3연타석 홈런, 그리고 한 타석 쉬고 다음 타석에 재차 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홀로 4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병호는 오른손 타자다. 당겨치는 홈런이 많을 것이라 예상이 되지만 아니다. 구장 전역에 타구를 골고루 보낸 스프레이 거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회, 송창현의 체인지업을 그대로 밀어치며 우측 담장을 넘기더니 3회는 슬라이더를 어퍼 스윙으로 올려치며 좌측 담장을 넘겼다. 5회는 속구를 그대로 통타, 115m짜리 가운데 담장을 아주 우습게 넘겨버렸다. 8회 볼넷을 골랐던 그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더 이상은 타구를 보낼 곳이 없었는지 장외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청주구장을 완벽하게 정복했다. 한 경기 4홈런, KBO리그에서 6번째에 불과한 진기록 중의 진기록이다. 지난 2000년 현대 박경완, 2017년 SK 최정과 한화 로사리오, 2018년 SK 한동민이 기록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의 기록이 바로 박병호다. 지난 2014년 9월 4일 목동에서 NC를 상대로 쳐낸 한 경기 4홈런 이후, 지난 27일에 또 한 차례 4홈런을 때려내며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한 경기 4홈런을 두 차례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박병호는 “신기한 날이었다. 청주구장이 작아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기에 마음을 비우고 친 영향이 컸다”며 “항상 같은 마음으로 신중하게 타석에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압도적 기량의 거포, 공인구 달라져도 끄떡없다

성남고 시절, 박병호는 고교 선수로는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쳐내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005년 LG의 1차 지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잠실은 너무 컸다. LG는 성적이 급했고 박병호를 기다릴 수 없었다. 그렇게 2011년 트레이드 마감날, 히어로즈로 보냈다. LG에서 존재감이 없던 그는 히어로즈가 가자마자 그해 12개의 홈런을 쳐냈다. 이후 2012시즌에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하면서 31홈런을 기록,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2013년에 37개, 그리고 2014시즌 52개, 2015시즌에 53개를 쳐내며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50홈런을 쳐낸 것은 이승엽도 못한 대기록이었다. 특히 2015시즌은 역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쳐낸 이승엽(56개)에 딱 3개 모자란 기록이었다. 그렇게 압도적인 거포가 된 박병호는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4+1년 총액 1850만 달러의 조건으로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파워는 빅리그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모두 12개의 홈런을 쳐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타율이 급격하게 추락했고 다음 해는 개막 엔트리 진입에 실패하자 미국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8시즌, 박병호를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목동을 떠나 새 홈구장인 고척돔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 봤다. 하지만 박병호는 후반기 들어 홈런을 몰아치며 43홈런을 남겼다. 그해 홈런왕 두산 김재환에 딱 1개 부족했다. 40홈런 타자가 넘쳐나고 3할 타율 타자가 발이 치일 정도로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자, KBO는 올해부터 반발계수를 조정한 공인구를 리그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거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홈런왕 김재환은 현재 14홈런이 전부다. 하지만 박병호는 살아남았다.

박병호 가세한 KBO리그 홈런왕 레이스, 치열해서 더 재밌다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의 4홈런으로 홈런왕 레이스는 이제 4명의 선수로 압축됐다. 8월 28일 기준, 리그 1위 팀인 SK 외인 로맥(23개)과 토종 최정(24개), 그리고 키움 외인 샌즈(26개)에 이어 박병호(28개)가 막판 숨가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전반기에만 2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 경쟁을 주도했던 최정에 비해 박병호는 17개로 주춤했다. 특히나 허리와 손목 등 잔부상을 끊임없이 달고 살았다. 심지어 지난 6월 6일부터 21일까지는 페이스 저조를 이유로 1군에서 빠지기도 했다. 당시 키움 장정석 감독은 “팀을 대표하는 4번 타자를 1군에서 뺀다는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박병호에 휴식을 줄 타이밍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선수 본인이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하니, 착실하게 준비 잘해서 올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꿀맛 같은 휴식을 부여받은 박병호는 후반기 들어 페이스를 끌어올리더니 특유의 몰아치기를 선보였다. 7월에 2홈런에 그쳤던 박병호는 8월 들어서 10개를 때려내며 단숨에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의 휴식, 장정석 감독의 전략이 후반기 들어 제대로 적중한 셈이 됐다.

6년 연속 30홈런 돌파 유력…이승엽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대략 20경기 정도 남았다. 막판 레이스에 돌입하려는 찰나에 한 경기에서 홈런을 몰아치며 경쟁자를 따돌린 박병호다. 홈런왕 가능성 역시 높다. 만약 홈런왕이 된다면 박병호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이어 올해까지 개인 5번째 홈런왕에 오를 수 있다. KBO리그 최다 홈런왕 타이틀은 5번의 이승엽이 유일하다. 지난 1997년 32개, 1999년 54개, 2001년 39개, 2002년 47개, 2003년 56개를 쳐냈다. 이 타이틀에 박병호가 다가간다. 홈런왕뿐 아니라 꾸준함에서도 박병호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 7일, 롯데전에서 20호 홈런을 쳐내며 6년 연속 20홈런(2012, 2013, 2014, 2015, 2016, 2018)을 달성, 이승엽과 KIA 최형우에 이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28개를 쳐낸 현시점에서 2개를 더 추가하면 6년 연속 30홈런 기록 보유자가 된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