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1군 제외, 무기한 활동 정지. 와 두 베테랑 선수들에게 2019년은 그야말로 시련의 한 해다. 와 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부터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우승,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약 10년 동안 국가대표의 상징적인 인물로 군림했다. 불과 2년 전까지 그들이 없는 국가대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년 만에 그들의 위상은 추락했다. 팀내 고액 연봉자 는 프로 데뷔 이래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고 있고, 는 팀과의 불화 끝에 시즌 시작도 전에 무기한 활동 정지 처분을 받고 얼마 전에야 풀려났다.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 선수다.

이대호

▶ ‘사면초가’ , 현저히 떨어진 파괴력에 구설수까지

는 에이징 커브와 함께 올 시즌 달라진 공인구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여기에 선수협 회장과 리그 최고액 연봉자라는 중압감과 더불어 구설수까지 오르며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전보다 파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낮아지면서 리그 타자들의 홈런과 장타율이 확 줄어든 가운데, 역시 공인구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시즌(37개)에 비해 홈런 개수(15개)가 반토막 났고, 한국무대 복귀 이후 2년 동안 5할대 이상을 기록하던 장타율도 4할대(0.436)로 떨어졌다. 하지만 공인구 변화만을 탓하기에는 전체적인 타격지표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의 타율은 2할8푼4리(4일 현재)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했던 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홈런도 2008년(18개) 이후 가장 적은 홈런 기록이고, 장타율(0.436) 역시 데뷔 이후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고 있다. 의 에이징 커브가 가속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는 최근 야구의 날 행사 불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까지 했다. KBO는 매년 8월 23일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해 구단 대표 선수들이 나와 사인회를 진행하는데, 명단에 있던 가 불참하고 신인 선수들이 대신 참여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더군다나 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면제까지 받은 선수이기에 야구의 날을 통해 팬들에 보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는 그러지 않았다. 결국 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고 성적 부진에 논란까지 사면초가에 몰렸다. 는 8월 들어 3할2푼5리의 고타율을 보이며 후반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8월 30일 갑작스럽게 1군에서 말소됐다. 공필성 감독대행은 ‘손목 부상과 휴식’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가 9월 이전에 1군에서 말소된 것은 16년 만의 일. 구단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에게 전가하면서 리빌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러모로 씁쓸한 2019년을 보내고 있는 다.

이용규

▶ ‘소탐대실’ , 트레이드 파문으로 커리어에 큰 타격

의 상황은 와 완전히 다르다. 는 시즌 시작부터 첫 발을 잘못 내딛었다. 한화와 최대 26억에 FA 도장을 찍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정근우를 중견수로 기용한다는 의사를 내비침과 동시에, 를 9번타자 좌익수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가 시즌 시작 일주일 전 갑작스럽게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 는 이를 언론에까지 누출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한화는 강경대응으로 응수했다. 에게 육성군행을 통보한 데 이어 곧 구단 자체 징계로 무기한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한화는 의 트레이드 요청 시기와 진행 방식이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구단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와 는 지난 1일 파문 5개월 만에 다시 손을 맞잡았다. 가 그동안 자숙하면서 진심 어린 반성을 해왔고, 팀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지속적으로 밝힌 것을 구단이 참작했다. 여기에 가 한국 야구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은 점까지 고려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의 징계를 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역시 한화 홈구장을 찾아 선수단과 팬들에게 “감정적으로 잘못 생각했고 경솔했다. 팬들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기회를 주신 구단과 감독님, 코칭스태프들과 동료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표면적으로는 의 백기 투항이다. 가 명예 회복과 함께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구단에 허리를 굽히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는 한화의 백기투항이기도 하다. 를 재활용하겠다는 것은 구단의 리빌딩이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된다. 실제로 한화는 이탈 이후 외야 자리에 신인들을 대거 투입하며 본격적인 리빌딩에 시동을 걸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그의 공백을 제대로 지워내지 못하고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이 해프닝으로 국가대표에서 보여준 악바리 근성과 일명 ‘용규놀이’라 불리는 끈질긴 승부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는 한순간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겼다. 의 야구 인생에 있어서 2019년은 지워버리고 싶은 연도일 것이다. 제2회 프리미어12 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1회 대회의 한일전 대역전극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와 는 그 역전승의 중심에 서있었다. 는 역전 득점을, 는 역전 적시타를 담당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많은 것이 변했다. 두 선수가 한국야구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최근 이어진 구설수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서 위상이 한풀 꺾였다. 4년 전 한일전 영상을 접할 때마다 언제부턴가 최근 두 선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씁쓸해지고 있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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