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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앞에서 멈춘 노예림

  • 노예림 프로. 사진제공=Gabe Roux/LPGA
신데렐라의 탄생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닌가 보다.재미교포 예리미 노(18·한국이름 노예림)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눈앞에 두고 꿈을 이루지 못했다.

8월 30일(한국시간)부터 9월 2일까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CC에서 열린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은 노예림의 신데렐라 탄생을 위한 드라마로 끝나는 듯했으나 유리구두를 신기 직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분루(憤淚)를 삼켰다.

지난 7월 초 열린 LPGA투어 손베리 클래식에서 월요 예선을 거쳐 참가해 공동 6위를 기록하며 미래의 스타로 점지되었던 그는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신성(新星)의 광휘를 아낌없이 발산했다.

세계랭킹 톱10을 포함해 LPGA투어의 실력자들이 거의 총출동한 이 대회에서 사흘간 그가 펼친 플레이는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라운드 65타, 2라운드 68타, 3라운드 63타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그는 최정상 골퍼들 속에서 독보적이었다. 월요 예선을 거쳐 겨우 참가권을 쥔 선수의 성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2위 한나 그린(호주)에 3타 앞서 4라운드를 맞은 그는 이전 라운드처럼만 경기를 펼친다면 우승은 그의 몫이 될 것으로 예견되었다.

명문 UCLA의 장학생 입학의 권유를 뿌리치고 올 1월 프로 전향을 선언한 그는 지난 7월의 손베리 클래식에 이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LPGA투어의 고참·신예 실력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고진영, 박성현, 렉시 톰슨, 이정은6, 아리야 주타누간, 브룩 핸더슨, 하타오카 나사, 김세영, 카를로타 시간다, 제시카 코다, 양희영, 모리야 주타누간, 리디아 고, 전인지, 허미정, 이미림, 모건 프레슬, 안젤라 스탠포드, 스테이시 루이스 등 언제나 우승 가능한 선수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안나 노르트크비스트, 최나연, 카린 이셔, 캐서린 커크, 제시카 코다, 전인지, 렉시 톰슨, 모리야 주타누간, 스테이시 루이스, 수잔 페테르센, 안젤라 스텐포드, 박희영, 신지은, 모건 프레슬, 줄리 잉스터, 크리스티나 김 등 컷 탈락한 선수들의 이름을 봐도 노예림의 위대성이 간접 증명된다.

4라운드 경기에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은 빛을 잃었다. 매치 플레이처럼 펼쳐진 노예림과 추격자 한나 그린의 경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LPGA투어에서의 담금질이 충분하지 않은 노예림에게 우려되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투어에서의 첫 승을 앞두고 밀려오는 긴장과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였다.

1~3라운드를 잘 버텨내었듯 4라운드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18세 소녀답지 않게 경기를 지혜롭게 풀어갔다. 3번 홀(파4)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아내며 접전이 예고됐다. 5번 홀(파5)에서 그린이 버디를 낚고, 6번 홀(파4)에서 노예림이 보기를 범하며 간격이 1타 차로 좁혀졌다. 7번 홀(파5)에서도 1타씩을 줄이면서 노예림 20언더파, 그린 19언더파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11번 홀(파4)에서 그린이 보기를 범하면서 무게의 추는 노예림에게 기울었다. 15번 홀까지 나란히 버디 2개씩을 추가해 2타 차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분기점은 16번 홀(파3), 노예림이 보기를 하면서 1타 차로 쫓겼고, 그린은 17번 홀(파4)에서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처음으로 공동선두가 됐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노예림의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 벙커에 빠졌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 관중석이 있는 러프에 떨어졌고 세 번째 샷은 핀을 지나쳤다. 노예림의 파 퍼트는 빗나갔고 그린은 2미터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LPGA투어 사상 월요 예선을 거친 선수의 세 번째 우승 기록 달성도 물거품이 되었다. 정식 출전권이 없어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한 선수가 우승한 경우는 단 두 차례로, 로렌 킴이 2000년 스테이스팜 LPGA클래식에서, 브룩 핸더슨이 2015년 캄비아 포틀랜드 LPGA클래식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월요 예선이나 주최 측 초청을 통해서나 겨우 LPGA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풋내기 선수가 대선수들을 리더보드 아래로 밀어내고 우승경쟁을 벌인 끝에 단독 2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신데렐라로 대접받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여자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 아마추어 대회에서 네 차례나 우승한 그지만 이런 성적을 거두리라곤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는 3라운드를 3타차 선두로 마친 뒤 “우승한다면 올 한 해 전체, 그리고 내 인생이 바뀔 것이다. 꿈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그의 인생은 바뀌고 있고 꿈도 무르익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175cm의 훤칠한 키에 잘 다듬어진 스윙, 긴 비거리, 항상 미소를 머금고 발랄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퍼포먼스로 갤러리들과 소통하는 그는 이미 스타덤에 올랐다. “올해 Q스쿨을 통과한 뒤 내년부터 LPGA투어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그의 다짐에 믿음이 간다.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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