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내려갈 평균자책점은 내려간다. 이 말을 정확하게 실천한 선수가 있다. 부진, 그리고 혹사 논란까지 나오며 팬도 구단도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겨냈다. 에이스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던지면 던질수록 강해진다. KIA 타이거즈 (31)의 2019시즌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은 지난 17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시즌 마지막 등판을 가졌다. 팀의 5강 진출이 무산됐기에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구단은 팀을 위해 쉼 없이 공을 던진 을 배려하고자 그에게 휴식을 부여하기로 했다. 마지막 등판, 은 정확히 5이닝을 던졌다. 애초에 계획이 된 이닝이었다. 박흥식 감독대행과 서재응 투수코치는 과 상의 끝에 17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끝내기로 결론을 내렸다. 은 5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조용히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평균자책점 8점대에 그쳤던 이다. 외인 선발 역시 제 몫을 하지 못하며 팀 성적도 최하위 꼴찌가 떨어졌다. 김기태 감독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최악의 분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은 시즌을 치르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무리했다. 드라마틱한 반전, 이기에 가능했다.

8.01에서 2.29까지…만화 같은 야구가 현실로

지난 2014시즌부터 작년까지 은 5년 연속 170이닝을 넘겼다. 특히 2016시즌은 200.1이닝을 던졌고 우승을 차지했던 2017시즌에는 193.1이닝을 던졌다. 아시안게임이 있던 작년에는 정규시즌에만 184.1이닝을 뿌렸으니 사실상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매년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공을 던진 여파였을까? 올 시즌 초반, 의 출발은 최악에 가까웠다. 3월에 나선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고 12이닝 7실점 평균자책점 5.25로 부진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4월 4경기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4경기에서 3패, 18.1이닝을 던지며 21실점을 허용했다. 4월 평균자책점은 9.82였다. 여기저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부하, 혹사, 터질 것이 터졌다는 여론이 불거졌다. 구단도 힘들었고 코칭스태프도 힘들었다. 당시 강상수 코치는 “공교롭게도 투구 밸런스가 딱 떨어질 시점과 개막전이 맞물리면서 하락세가 된 것 같다”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었다. 언론과의 접촉도 최대한 피했고, 팀이 패하면 모든 책임을 본인의 탓으로 돌렸다. 에이스도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걸 이겨냈다. 5월부터 은 반전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갔다. 5월 2일 광주 삼성전에서 6이닝 1실점을 기록, 시즌 첫 승을 따내더니 5월에 나선 6경기에서 41이닝을 투구하고,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했다. 6월부터 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누가 뭐래도 리그 최고의 투수, 6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9, 그리고 7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8을 찍었다. 그리고 8월 5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했다. 그리고 9월 3경기에서 1.35를 찍고 마무리했다. 월별이 아닌 전체로 보면 평균자책점 기록은 더욱 극적이다. 4월까지 평균자책점 8.01이었던 은 5월에 4.04까지 내리더니 6월에 3.31로 한 차례 더 낮추는 데 성공했고 7월에 2.92을 찍엇다. 그리고 8월에 2.40까지 내리더니 9월 마지막 등판을 끝낸 후, 2.29로 시즌을 끝냈다. 평균자책점 커리어 하이, 여기에 5년 연속 180이닝 소화에 KBO리그 역대 다섯 번째 1500탈삼진, 타이거즈 왼손 투수로는 최초로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까지, 만화 같은 시즌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 최종 등판 후 “시즌 초반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는 것에 감사하다. 스스로도 아프지 않고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었다”며 “에이스의 책임감을 주신 김기태 감독님과 이대진 코치님, 두 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KIA를 넘어 한국의 에이스로 출격 준비

두산 외인 린드블럼과의 평균자책점 경쟁이 남아있지만, 은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다. 설령 타이틀 경쟁에서 밀린다고 해도 은 이제 더 큰 무대를 준비하고자 한다. 오는 11월에 개막하는 국제대회 ‘프리미어12’다.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고 휴식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다. 리그 최고의 투수이기에 ‘김경문호’ 승선은 당연지사다. 오는 10월 3일에 28인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고 11월 2일에 ‘프리미어12’ 대회가 개막한다. 한 달하고도 반 정도의 기간이 남았다. 은 우선 페넌트레이스 최종전까지 선수단과 동행을 한다. 그리고 정규시즌이 끝나면 차분하게 휴식과 몸만들기를 병행할 예정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페이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서 시즌을 마친 이다. 공백 기간을 지나 다시금 투구가 가능한 몸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5년에 열린 ‘프리미어12’ 첫 대회에서도 은 어깨 피로를 이유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그때의 과 지금의 은 다르다. 이미 은 정규시즌 후, 공백을 채우고 몸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바로 2017시즌이다. 당시 KIA는 정규시즌 우승 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만나 4승 1패로 우승을 따냈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