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프로. 사진=게티이미지_스트리터 레카

임성재(21)의 ‘PGA투어 신인왕’ 수상이 갖는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PGA투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018-2019시즌 신인상 투표 결과 임성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PGA투어 신인상은 해당 시즌 15개 이상 대회에 출전한 투어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고 수상자와 경쟁자들의 득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1990년 PGA투어 신인상 부문이 제정된 이래 한국인 최초는 물론 아시아 국적 최초의 신인왕 탄생이라 국내 언론의 스포츠면에서 크게 다루어졌지만, 일반 골프 팬들은 그의 PGA투어 신인왕 타이틀 획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LPGA투어에서 지난해까지 한국 선수들이 4연속 신인왕을 수상했고 올 시즌에도 이정은6(23)의 신인왕 수상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로 한국 여자선수들이 5연속 신인상을 차지해서인지 임성재의 PGA투어 신인상 수상도 그 연장선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LPGA투어든 PGA투어든 신인상 수상은 일생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출중한 선수라면 우승은 여러 번 할 수 있지만 신인상만은 루키 시절 주어지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받을 수 없다. 보통 골프 팬들은 우승 소식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라 아직 우승 기록이 없는 임성재의 신인상 수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실감하지 못할지 몰라도 PGA투어에서의 신인왕 수상이 갖는 의미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LPGA투어에서의 신인왕 독과점은 우리 여자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탁월해 가능한 일이지만 PGA투어의 신인왕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과 유럽, 남아공, 호주, 일본 등에 비해 열악한 골프 환경에서 어렵게 골프를 익힌 우리 선수들이 PGA투어에서 신인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미국과 유럽 등 골프 본고장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대망을 품고 모인 골프천재들 틈에서, 2^3부 투어와 지옥의 라운드로 악명 높은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 어렵게 PGA투어 시드권을 받은 30여 명 중에서 1위에 오른다는 것은 투어 1승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와 신인상을 차지한 그는 2018-2019 시즌 PGA투어에 데뷔, 35개 대회에 출전해 26차례 컷을 통과했고 이 중 25위 이내에 든 것만도 16차례나 된다. 두 번째로 많이 출전한 선수보다 18라운드나 더 뛰었다. 컷 통과 횟수도 최다 기록이다. 2018년 2부 투어에서 우승 2회, 준우승 3회를 달성했지만 PGA투어에서는 아직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의 공동 3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러나 신인으로 유일하게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 출전자 30명 중 19위에 올랐다.

신인으로서 올 시즌 1승을 거둔 선수가 5명이나 되는데도 우승 기록이 없는 임성재가 이들을 제치고 신인상을 차지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좋은 체력으로 많은 대회에 참가하고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경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시즌 초 7경기 만에 우승한 캐머런 챔프, 3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우승한 매슈 울프, 초청선수로 참가해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콜린 모리카와 등이 그와 신인왕 경쟁을 벌였지만 PGA투어 선수들은 임성재를 신인왕으로 선택했다. PGA투어에서 우승 없는 신인상 수상자는 2015년 대니얼 버거 이후 임성재가 4년 만이다. 이정은6의 신인상 수상이 확정되면 2019년은 한국 남녀 선수가 PGA투어와 LPGA투어에서 신인상을 독차지하는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임성재에겐 지난 1년이 PGA투어 적응기간이었다면 2019-2020시즌이 시작된 이제부터 본격적인 레이스나 마찬가지다. 지난 9월 16일(한국시간) 미국 웨스트버지아주 화이트설퍼스프링스의 올드 화이트 TPC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 대회에선 공동 19위에 머물렀지만 신인왕으로 증명된 그의 자질과 재능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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