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거리를 베이징 거쳐 1박2일 평양 입성... 5만 관중 일방적 응원 ‘소름’

지난 2017년 4월 여자축구 남북전이 열렸던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 당시 경기장엔 5만 명의 관중이 꽉 들어 차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AFP 제공

국가대표 남자축구 남·북전이 펼쳐진다. 무대는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피파랭킹 37위)은 15일 오후 5시30분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113위)과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평양에서 남자축구 남북전이 열리는 것은 1990년 10월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열렸던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이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는 무려 15만 명이었다. 지난 2008년 월드컵 예선 평양 원정경기가 성사될 기회들이 있었지만, 북한이 번번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등에 부담을 느껴 홈 개최를 포기하면서 중국 상하이에서 두 차례 남북전이 펼쳐진 바 있다.

육로 3시간이지만…베이징 거쳐 평양 입성

이번 평양 원정 성사 여부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 7월 월드컵 예선 조 추첨을 통해 남북이 한 조에 속한 직후부터 뜨거웠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차례나 남북정상이 만나는 등 11년 전보단 평화적인 기류가 형성된 데다가, 2년 전 여자축구가 평양 원정길에 오른 올랐던 전례가 있었던 까닭이다. 다만 경기 일정은 다가오는데 이동 경로나 숙소 등과 관련된 대한축구협회의 질문에 북한축구협회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또 다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달 24일 북한축구협회측이 “예정대로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이 열리며, 한국 역시 다른 팀들과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는 입장을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밝히면서 비로소 평양에서의 남북전 성사가 확정됐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 탓에 제약이 적지가 않다.

북한측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수단은 13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은 뒤, 이튿날 항공편을 이용해 평양에 입성할 계획이다. 당초 축구협회는 서해 직항로나 육로를 이용해 평양에 들어가는 2안도 준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직항로나 육로 이용 시 2~3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1박2일에 걸쳐 이동하게 되는 셈이다. 귀국길 역시 베이징을 거쳐야 한다. 경기가 끝난 직후 베이징행 항공편이 없어 하루 더 평양에서 체류한 뒤, 경기 다음 날에야 귀국길에 오르는 일정이다. 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의 방북 여부는 불투명하다. 응원단의 현지 통제 문제나 태극기를 활용한 응원 등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 등이 걸림돌이 돼 무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취재진 수나 중계방송단 수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등 이번 남북전은 통상적인 경기들과는 다른 환경 속에 경기가 준비된다. 국내 언론은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세부적인 취재 진행과정을 통보받지 못했지만 경기가 임박했을 때 지침이 내려질 것을 감안해 최근 공중파 3사를 공식 TV중계진으로 결정하고 추첨을 통해 현지 취재 언론사를 선정해 놓은 상태다. 한편 국제관례에 따라 이날 김일성경기장엔 애국가와 함께 태극기도 함께 게양될 전망이다.

일방적인 응원…소름끼칠 정도라는 분위기

대표팀이 극복해야 할 변수는 비단 1박2일에 걸친 이동 절차만이 아니다. 남북전이 펼쳐지게 될 김일성경기장은 최대 수용인원만 5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라운드에 나서는 30명 안팎의 선수단만이 일방적인 북한 응원단과 오롯이 맞서야 한다. 2년 전 AFC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평양에서 여자축구 남북전을 펼쳤던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당시 경기장 분위기를 “소름이 끼쳤다”라고 돌아봤다. 당시 경기장엔 5만 명의 관중이 들어차 일방적으로 북한을 응원했는데, 한국이 골을 넣자 경기장에 일순간 정적이 흐른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 여자월드컵 개최국 프랑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평양에서 경기했을 때보다 더 무섭겠느냐”라던 이민아(고베 아이낙)의 한 마디도 평양 분위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일본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격파하는 등 북한이 14년 넘게 김일성경기장 ‘무패’를 달리고 있는 것 역시도 특유의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볼 컨트롤이 어렵고 부상 위험도도 높은 인조잔디 환경도 극복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대신 음식이나 날씨가 다른 원정과는 달리 적응이 필요 없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한국, 손흥민·이강인 등 앞세워 ‘총력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번 북한전과 스리랑카전(10일)에 대비해 사실상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발렌시아)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등 유럽파는 물론 김신욱(상하이 선화) 남태희(알 사드) 조현우(대구FC) 등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벤투 감독은 스리랑카와 북한전으로 이어지는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승점 6점을 오롯이 따내겠다는 각오다. 특히 피파랭킹 202위인 스리랑카의 전력이 한국보다 몇 수 아래라는 점에서 벤투 감독은 북한전에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5만여 명의 북한 관중들이 손흥민 이강인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김명석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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