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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PGA투어 4승 케빈 ‘나의 묘한 존재감’

  • 재미교포 케빈 나(한국이름 나상욱)가 9월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우승 후 트로피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케빈 나는 PGA투어 통산 3승을 거뒀다. 연합
재미교포 케빈 나(36. 한국이름 나상욱)는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골프에 관한 한 탁월한 기량을 갖고 있지만 선수로서 풍기는 분위기나 사생활의 풍문 탓으로 그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비친다. 단호하고 모질게 보이는 표정이나 동반자나 갤러리와의 소통에 소극적인 영향 탓이다. 그에게서 필 미켈슨이나 조던 스피스 등이 풍기는 친밀감이나 인간적 매력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타이거 우즈나 브룩스 켑카 등과 같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개인적인 호불호의 감정을 떠나 지켜보는 골프 팬들에게 독특한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언뜻 그는 가공을 원치 않는 원석(原石) 또는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입에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나 음식처럼 친숙하진 않지만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한다.

경기가 뜻대로 안 될 때 종종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은 보는 이의 얼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경기하는 모습 또한 색다른 볼거리이기도 했다. 그의 경기를 볼라치면 모범생들과 거리가 있는 문제아들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그가 경기하는 모습은 현대인들에겐 결여된 야생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 케빈 나가 10월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에서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패트릭 캔틀레이와의 연장 접전 끝에 2019-2020시즌 첫 승을 거두었다. 2004년 당시 최연소의 나이(20)로 PGA투어에 들어온 이후 통산 4승째다.

2011년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2018년 밀리터리 트리뷰트 엣 그린브라이어 챔피언십, 올 4월 찰스 스왑 챌린지 등에서 우승하는 등 골프선수로서의 존재감은 유지해왔지만 이번처럼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던 때는 없었을 것이다. 첫 라운드에서 무난히 상위권에 포진한 케빈 나는 2라운드부터 공동선두로 나섰고 3라운드를 마친 후에는 2타 차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특히 2, 3라운드에서 그는 경이로운 퍼팅으로 각각 9언더파, 10언더파를 기록했다. 마치 공에 홀로 향하도록 조정하는 센서가 달린 듯 그의 퍼터를 떠난 공은 거리에 관계없이 홀 속으로 사라졌다.

평소 퍼트를 하자마자 홀 컵에 들어간 공을 재빨리 줍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골프팬들에게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해온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이 세리머니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굳혔다. 지난 3월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처음 동반 라운드를 한 타이거 우즈가 케빈 나의 세리머니를 따라 해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골프 팬들은 그의 독특한 세리머니를 맘껏 즐기는 기쁨을 누렸다.한때 4타 차 단독선두에 올라섰다가 10번 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해 예의 그 못된 성질이 도져 추락하는가 했으나 17번 홀(파3)에서 패트릭 캔틀레이가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 동타를 만들어 연장전에 들어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캔틀레이가 보기를 하면서 파를 한 케빈 나가 승리를 안았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의 분위기는 여전했으나 추락의 위기에서 높은 절제력을 보이며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은 예전과 확연히 달랐다. 이런 변화는 간간이 중계화면에 비친 그의 아내와 딸의 모습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지난 날 약혼자와의 파혼에 얽힌 사생활 논란에서 벗어나 한 가정의 책임 있는 가장으로 다시 태어난 듯했다. 8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3살 위 형 나상원(39)과 함께 주니어선수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대학진학을 접고 17세 때 프로로 전향, 2002년 아시안투어 볼보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2003년 Q스쿨을 거쳐 2004년 PGA투어 멤버가 되었다. 그의 형 나상원씨는 UCLA를 나와 PGA 클래스A 정회원 자격을 획득, 물심양면으로 케빈 나를 뒷바라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해설가와 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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