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소속팀 출전 전무 ‘훈련 배제’ 소식도... 국내서도 ‘불성실 태도’ 지적

이승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승우(21·신트 트라위던)가 심상치 않다. 한창 뛰어야 할 시기, 올 시즌 그의 출전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8월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 새 둥지를 튼 이후 단 1분도 뛰지 못하고 있다. 연습경기엔 출전하고 있으나 실전 무대에선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있다. 벨기에 리그가 빅리그도 아닌데다 소속팀마저 강등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그의 거듭된 결장은 충격에 가깝다. 한국축구의 미래로 첫 손에 손꼽히며 월드컵 무대까지 누볐던 재능이었던 터다. 그런데 최근엔 더욱 씁쓸한 소식마저 들려왔다. 불성실한 태도 탓에 훈련장에서 쫓겨났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훈련 태도와 관련된 지적이 앞서 국내 연령별 대표팀 감독들의 쓴 소리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 타고난 재능과는 별개로, 이승우 스스로 자신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최고의 재능이었던 이승우

이승우는 한국축구의 미래였다. 13살이던 2011년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유스팀에 스카우트된 이승우는 현지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속도를 보였다.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이승우의 재능은 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재능은 연령별 축구대표팀 경기에서도 빛났다. 특유의 넘치는 자신감, 당돌한 성격은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재능과 맞물려 축구팬들의 환호로 이어졌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징계가 그의 발걸음을 늦췄다.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18세 미만 선수에 대한 해외이적을 금지하는 규정을 근거로 이승우 등의 공식대회 출전정지 처분을 내린 것. 한창 그라운드를 누비며 성장해야 할 시기, 이승우는 3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치명적인 공백이었다. 결국 그 공백은 이승우의 바르셀로나 1군 데뷔 꿈을 앗아갔다. 대신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에 둥지를 틀고 새 도전에 나섰다. 두 시즌 동안 리그 37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출전 시간을 점점 늘려가는 듯 보였다.

뛰기 위해 택한 벨기에행, 그러나

베로나에서도 출전은 들쭉날쭉했다. 2부리그로 강등된 시즌 중반에는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으나, 팀이 승격한 뒤 전력이 보강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런 이승우를 향해 신트트라위던이 러브콜을 보냈다. 리그나 구단 규모를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120만 유로(약 16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그의 영입에 열을 올렸다. 결국 이승우는 지난 8월 유럽 8위에 해당하는 벨기에 리그로 이적했다. 빅리그에서 벨기에 리그로 이적한 배경은 무엇보다 꾸준한 출전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적 후 이승우의 출전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초기엔 비자 문제가 걸림돌이 됐으나, 행정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된 뒤에도 벤치에조차 앉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부상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연습경기에는 꾸준한 출전 소식이 들려왔다. 전 소속팀에서도 새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한 터라 경기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적지 않은 이적료가 발생한데다가,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시즌 초반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그의 거듭된 결장에 대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급기야 일본인 구단주가 이승우의 출전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도 불거졌다.

현지에서 들려온 ‘씁쓸한’ 보도

이 과정에서 들려온 현지발 보도는 그래서 더욱 씁쓸했다. 이승우가 안더레흐트전을 앞두고 열린 훈련장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일찌감치 훈련장에서 쫓겨났다고 붓발벨기에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것이다. 구체적인 당시 상황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선수가 훈련 태도를 이유로 훈련장에서 쫓겨난 것 자체만으로도 그 사태의 심각성은 커 보였다. 그간 이승우가 철저하게 외면을 받아왔던 배경, 적지 않은 이적료에도 불구하고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신트트라위던 입장에선 금전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승우가 다른 자세로 바뀌기를 바랄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다. 더욱 씁쓸한 사실은 그를 둘러싼 태도 문제가 거론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최진철 전 U-17 대표팀 감독은 이승우의 훈련 양이나 태도를 지적하며 “나쁘게 얘기하면 불성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태용, 안익수 감독 등 다른 대표팀 감독들도 남다른 성격의 이승우를 어떻게 팀에 녹아들게 할지를 두고 고민해야 했다. 어린 시절에야 타고난 재능과 맞물려 당돌한 성격 등으로 포장될 수 있었겠으나, 성인이자 프로선수가 된 지금도 이러한 태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팬들의 실망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지 언론은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는 사실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승우는 과거에 갇혀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승우가 새겨들어야 할 한 마디일 수도 있다.

김명석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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