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대표팀 파격 수준 재계약, 연봉 2.5배 껑충... ‘월드컵 본선 무대’ 새로운 도전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AFP 제공

박항서 감독(60)의 베트남 축구인생 두 번째 막이 오른다.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들을 써 내려온 지난 2년의 여정을 넘어, 이제는 새로운 계약 조건과 함께 더 큰 도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베트남 최고 성적을 경신해왔다. 이른바 ‘박항서 매직’의 시작이었던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박항서호는 아시안게임 4강, AFF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 등의 족적들을 남겼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파격적인 대우로 재계약을 체결하며 임기를 더 보장받은 그는 베트남 축구의 또 다른 역사들을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항서 매직의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이견의 여지없던 ‘올해의 감독상’

지난 2년 간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은 동남아는 물론 아시아 축구 판도를 크게 흔들었다. 아시아 변방이던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 부임 이래 탄탄한 조직력과 체력, 투지를 갖춘 끈끈한 팀으로 변모했고, 출전하는 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들을 올렸다. 덕분에 그간 ‘라이벌’ 태국에 늘 밀려 있던 베트남은 어느새 동남아 최강팀으로 거듭났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급성장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시상식에서 박항서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사령탑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박항서 감독이 최초였다. 현지에선 일찌감치 박항서 감독의 수상을 기정사실화할 정도로 박 감독의 수상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영웅은 물론이고, 동남아 축구의 자존심이다”라는 현지 언론의 극찬까지 나왔을 정도다. 여기에 박 감독이 이끌어 온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AFF 올해의 팀으로, 베트남의 핵심인 응우옌 꽝하이는 올해의 선수로 각각 선정됐다. 늘 시상식 들러리였던 베트남 축구는 올해만큼은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박항서 감독이 쓴 ‘또 다른’ 베트남 축구 새 역사였다.

파격적인 수준의 재계약, 연봉 2.5배 껑충

내년 1월 만료될 예정이었던 박항서 감독의 재계약 역시 기정사실화됐다. 베트남축구협회는 박항서 감독을 놓칠 수 없었고, 박 감독 역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이끌어 온 베트남 축구와의 인연을 쉽게 놓기 어려웠다. 그간 박항서 감독의 요청으로 중단됐던 협상은 이달 들어 급물살을 탔다. 협상의 큰 틀이 잡히자 재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국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는 이달 초 계약기간을 2023년까지 3년(2+1년) 더 연장키로 했다. 베트남을 이끄는 박항서 매직의 제2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세후 24만 달러(약 2억8000만원)의 연봉도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은 양측이 비공개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세후 60만 달러(약 7억원)의 연봉에 주거지와 차량, 항공권 등을 지원받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그동안 “돈에는 연연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왔으나 베트남축구협회는 박 감독이 보여준 지난 2년의 마법을 역대 최고수준의 대우로 보상했다. 현지에서도 이번 재계약 규모를 파격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이끄는 박항서 감독에게 새로운 권한이 추가됐다. 그간 두 대표팀의 소집 일정이 겹칠 경우 박 감독은 코치진 구성을 두고 베트남축구협회와 협의를 진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직접 코치진을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베트남축구협회가 박항서 감독을 그만큼 믿게 됐다는 의미”라면서 “박항서 감독이 큰 파워를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항서 매직의 도전은 계속된다

박항서 감독의 매직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무대에서도 빛나고 있는 중이다. 지금껏 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해보지 못했던 베트남은 2차예선 G조에서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를 달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20년 만에 공식대회에서 꺾거나, 베트남 축구 역사상 월드컵 예선에서 처음 3연승을 거두는 등 박항서 매직은 월드컵 예선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만약 2차 예선이 끝날 때까지 베트남이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과 함께 사상 처음 월드컵 최종예선 무대를 밟게 된다. 베트남 국민들의 염원이자 꿈인 월드컵 본선 무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셈이다. 월드컵 예선은 내년 3월부터 재개되는 가운데, 박항서 감독은 U-23 대표팀을 이끌고 이달 말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내년 1월 도쿄올림픽 예선(AFC U-23 챔피언십) 통과를 목표로 또 다시 내달린다. 두 대회 모두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에 도전하게 되는 무대들이다. 제2막을 올린 박항서 매직의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김명석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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