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재도전한다. 아직 SK와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지만 SK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허락했다. 두 번째 메이저리그 도전이다. 지난 2014년 해외 진출 자격을 얻고 메이저리그 문을 한 차례 두드렸으나, 예상보다 낮은 대우를 제시받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은 오랜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다시 도전한다. 여전히 은 좌완 에이스로서 존재감을 떨치고 있고,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후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천명했다. 5년 전과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은 5년 전 아픔을 딛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2014시즌 자존심 지킨 , 메이저리그 오퍼는 기대 이하

2007년 혜성처럼 등장해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린 은 리그는 물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며 류현진, 양현종과 함께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로 거듭났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활약은 아쉬웠다. 우승 시즌이었던 2010년 평균자책점 2.37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은 이후 뇌경색과 어깨 통증으로 수년 간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러나 은 2014년 28경기 13승 9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며 이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당시 리그 평균자책점 '톱7'에 6명이 외국인 투수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은 벤델헐크(ERA 3.18)에 이은 2위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좌완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켰다. 부활에 성공한 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다. KBO리그 7시즌을 채운 은 구단의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고, 망설임 없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발표했다. 좌완 에이스의 부활, 그리고 2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의 메이저리그 진출 전망도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포스팅 최고액 200만 달러(약 24억 원)로 의 독점 협상권을 따냈지만, 계약 기간 2+2년에 연봉 100만 달러(약 12억 원)라는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실망을 안겼다. 2년 전인 2013년 류현진이 6년 3600만 달러, 매년 600만 달러로 LA다저스와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 부상 이력과 최근 수년 간의 부진이 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은 국내 무대 잔류를 택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제2의 전성기 맞은 2019시즌, 부상 우려도 떨쳐냈다

은 이후 다사다난한 시즌들을 보냈다. 2015년 준수한 시즌을 보낸 은 2016시즌 도중 팔꿈치 통증으로 후반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16시즌 직후엔 FA 자격을 얻으며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듯했으나, 부상과 부진으로 4년 85억원에 SK 잔류를 택하면서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2017년에는 결국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으며 한 해를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은 부상 공백에도 2018년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트레이 힐만 당시 SK 감독은 의 팔꿈치 상태를 계속 체크하면서 등판 간격과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신경 썼고, 은 철저한 관리야구 속에 25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예열을 마친 은 2019시즌 더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31경기 190⅓이닝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 180탈삼진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였던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첫 도전이었던 2014년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으로 두 번째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아직 SK와 2년의 계약이 더 남아 있는 상태였고, 구단의 허락이 없다면 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2021시즌 이후에나 가능했다. 하지만 은 2019시즌 전부터 시즌 직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강조해왔고, 구단 역시 동조하는 분위기였으나 팀이 통합 우승에 실패하면서 온도가 확 바뀌었다. 11월 한 달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부상도 털어냈고 시스템도 바뀌었는데 결과는?

5년 전과는 상황이 확실히 다르다. 성적은 더 좋고 부상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바뀐 포스팅 시스템도 에게 유리하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최고 응찰액을 써낸 메이저리그 한 개 팀과 협상을 진행하는 이전 포스팅 시스템과는 달리 이제는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다. 포스팅 금액도 이전엔 원소속 구단이 전액을 가져갔지만, 이젠 계약 규모에 따라 이적료가 책정된다. 5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서 현재 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와 함께 뉴욕 메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벡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카고 컵스 총 5개 팀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팀들이 을 선발 자원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미국 매체 ‘엘리트스포츠 NY’는 을 상세 분석하면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위력적이지만 커브와 포크볼은 평균급이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투 피치 투수로 평가하고 있는 것. 매체는 “두 개의 구종으로 은 불펜의 엘리트 요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 5년 전에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의 전 SK 동료이자 메이저리그 칼럼리스트인 크리스 니코스키는 당시 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대해 “이 1000만 달러를 받는다는 소문이 있지만, 불펜이 더 적합한 투 피치 좌완 투수에게는 높은 금액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투 피치 투수라는 평가는 그 때와 비슷하다. 은 첫 번째 도전과 마찬가지로 “선발도 불펜도 상관없다. 나를 필요로 하는 구단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자신의 몸값을 깎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그의 메이저리그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5년 만에 빅리그에 재도전하는 이 한 차례 아픔을 딛고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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