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2019 K리그, 이래서 재밌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어워즈 2019’에서 K리그1 베스트11에 선정된 울산 현대 김보경(오른쪽)이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으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연합

2019 K리그1(1부리그)이 1일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3월 1일부터 12월 1일까지 9개월의 대장정을 끝낸 K리그1은 2010년대 들어 침체된 축구 열기를 2010년대 마지막해에 큰 폭으로 끌어올려 2020년대를 맞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역대급 순위경쟁과 김보경과 유상철로 대표되는 인간 스토리, 그리고 대구 DGB은행파크(대팍) 개장 등으로 지난해 대비 무려 47%의 관중 증가폭을 보인 K리그가 재밌었던 이유를 살펴본다.

마지막날 결정된 우승-3위-강등권의 향방

역대급 순위경쟁이 펼쳐졌다.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 막차를 타는 3위,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11위가 모두 마지막날 결정됐다. 그동안 전북 현대가 4년간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전북 왕조로 치닫는가 했던 K리그에서 울산 현대가 MVP 김보경을 앞세워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 다툼을 했다. 최종전을 앞두고 승점 3점을 앞섰던 울산은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1-4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반면 전북은 홈에서 강원FC를 잡으며 승점 동률에 다득점에서 딱 1점을 앞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FC서울과 대구FC가 맞붙은 최종전에서 이기는 팀이 3위가 될 수 있었다. 서울은 대구의 공세를 막아내며 0-0 무승부로 지켜냈고 결국 대구의 추격을 뿌리치고 아슬아슬한 3위로 지난해 리그 11위의 굴욕적인 성적에서 다시 명문구단의 자리로 복귀했다. K리그 명문구단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꼴찌를 확정하면서 자동강등이 됐다. 또 1부리그 생존이 걸린 최종전에서 경남FC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만났다. 인천은 0-0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차로 경남을 제치고 10위로 잔류를 확정했다. 지난해 앞에서 2위팀이던 경남은 올해는 뒤에서 2위를 차지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처럼 우승, 3위, 11위 경쟁이 시즌 최종전에서 결정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다보니 자연스레 K리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김보경, 유상철… 감동의 휴먼스토리

2019 K리그 흥행은 ‘사람’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2일 열린 시상식에서 기자단-주장단-감독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2019시즌 MVP에 오른 김보경은 박지성이 지목한 ‘후계자’로 큰 기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EPL에서의 실패와 이적문제 등이 얽혔고 저조한 활약과 소속팀이 줄줄이 강등을 당하며 ‘강등 전도사’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 나이 서른에 이적한 울산에서 13골 9도움으로 전성기를 구가했고 비록 준우승을 했지만 울산이 시즌 막판까지 우승경쟁을 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2의 박지성이 인생굴곡을 겪은 후 제1의 김보경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월 안데르센 감독이 사임한 인천에 부임한 유 감독은 대전과 전남에서 성공적이지 않았던 감독생활을 만회하기 위해 동분서주 노력했다. 후배이자 인천 전력강화실장인 이천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 유상철은 서서히 자신의 색깔을 내는 3~4개월차부터 인천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인천이 막판 엄청난 기세로 승점을 따내며 ‘강등 0순위’에서 생존왕으로 거듭나던 사이 비보가 전해졌다. 유상철 감독이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유 감독은 췌장암 4기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렸다. 단순히 인천 감독을 넘어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2002 한일월드컵 영웅인 유상철의 투병 소식은 전국민을 가슴 아프게 했다. 유 감독은 티를 내지 않고 오직 인천의 잔류를 위해 힘썼고 결국 인천이 최종전 경남전 무승부를 통해 잔류를 해내며 아름다운 마무리로 스토리는 마무리됐다. 인천 팬들은 잔류 확정 후 유 감독 앞에 ‘남은 약속 하나도 꼭 지켜줘’라는 걸개를 내걸었고 유 감독은 “꼭 투병에서 이겨 완치해 약속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47% 관중 증가… 월드컵-아시안게임 특수와 대팍 효과

올시즌 K리그1은 유료관중이 무려 47%나 느는 관중 대박을 쳤다. 182만7061명(경기당 평균 8013명)이었고 평균 1만관중 이상의 팀이 무려 3팀(전북, 서울, 대구)이나 됐다. 평균 7000명과 170만명의 전체 관중수 목표를 초과달성한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잡으며 전국민적 축구 붐을 일으킨 것을 손흥민이 중심이 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성과로 꽃을 피운 것이 크다. 이때 불어온 축구붐을 K리그는 대구가 축구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대팍)를 새롭게 개장하는 등 특수를 놓치지 않았다. 대구는 조현우를 중심으로 대팍 특유의 뜨거운 분위기와 화끈한 경기력으로 호기심에 찾아온 관중을 놓치지 않고 평균 1만 관중 달성에 성공했다. 대팍은 대구시민들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또한 관중 1위팀 서울이 지난해 11위에서 3위로 순위 회복을 하며 관중이 늘었고 전북-울산의 우승경쟁 등으로 막판 매경기 관중이 꽉 찼다.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는 시상식에서 “야구를 따라잡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격차가 많이 줄었음을 알리기도 했다. 2020시즌은 2019시즌의 관중 증가와 인기가 ‘반짝 효과’가 아니라 다시 예전의 축구 붐을 완연히 되찾는 시즌이 되기 위해 다시 구슬땀을 흘려야 하는 시즌이 됐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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